1966년 라돔에서 태어난 엘라 바시우친스카는 일러스트레이터, 화가,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작가이다. 크라쿠프 국립미술원에서 율리우시 요니아크에게 회화를, 로만 바나셰프스키에게 책과 타이포그래피를 배웠고, 현재 크라쿠프 근교의 벵그지체에 거주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엘라 바시우친스카는 수십 권의 어린이책에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렸고, 그중에는 직접 글을 쓴 책 들도 있다. 직접 글을 쓴 책 중 《나의 첫 번째 알파벳 책 Mój pierwszy alfabet》은 2009년 폴란드 IBBY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어린이 잡지인 ⟪귀뚜라미 Świerszczyk (시비에르치크)⟫, 《어린이 Dziecko》, 《쿵 Bęc》, 《펜틀리체크 Pentliczek》에도 그림을 그린다. 책과 잡지 외에도 사회적 내용을 담은 광고의 그림 작업을 하기도 했다. 바시우친스카의 작업은 마워폴스카 Małopolska 지역의 어린이들을 위한 전기 에너지 절약 광고와 폴란드 유니세프 폴란드 위원회의 어린이 인권 광고에서도 볼 수 있다. 의류회사인 엔도 Endo의 옷, 어린이용품을 만드는 렐라 블랑 Lela Blanc의 잡화와 이불 천등을 디자인을 맡아서 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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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 바시우친스카 《숲속의 산책》 일러스트레이션 / 글: 마리아 두닌-봉소비치 / 출판: 무호모르 Muchomor (2019) / 사진: 작가 제공
그 거장들처럼 바시우친스카는 무엇보다 전통적이고 아날로그적인 테크닉으로 작업을 하며, 사용하는 재료를 실험적으로 이용하지는 않는다.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은 무엇보다 뛰어난 회화적 감수성으로 다른 이들과 구별된다. 물감과 붓 외에 바느질과 뜨개질, 천 조각과 가위로 만들어 내는 콜라주 작업도 즐겨 한다. 최근 일러스트레이션에서는 회화적인 면보다 오브제적인 것들, 종이나 천, 고무찰흙이나 스팽글, 단추를 바느질로 꿰매고 자르고 붙인 작업이 점점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 작업 방법과 관계없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색깔이다. 마르타 코트코프스카 Marta Kotkowska와의 인터뷰에서 엘라 바시우친스카는 이렇게 말한다.
"종이를 쓰던, 가위나 구슬, 물감, 고무찰흙을 쓰던간에 구성의 주요 요소는 색깔입니다. 색깔은 책의 분위기를 만들고, 책에서 매우 중요한, 주인공의 감정을 표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엘라 바시우친스카는 여러 방식으로 천을 다룬다. 실크 스크린 기법을 이용해 일러스트레이션을 천 위에 찍기도 하고, 공간감을 표현하기 위해 윤곽선을 부풀리기도 한다. 실제로 양감을 가진 주인공들이 천으로 된 일러스트레이션 위에 등장하기도 하는데, 수를 놓은 구성 위에 패턴이 있는 아플리케가 나타나거나, 완전히 3차원인 옛날 천과 털, 눈과 이빨에만 구슬과 고무찰흙을 써서 만든 개들의 사진으로 된 도요타 어린이 클럽 달력과 같은 작품도 있다. 이는 공산 폴란드 시절의 병 장식에 영감을 받아서 만든 것인데, 기발한 상상력으로 레이스로 뭉쳐 만든 분홍색 그레이하운드도 있고, 옛날 천과 구슬 몇 개로 간단하게 만든 개들도 있다. 폴란드 IBBY가 선정한 《나의 첫 번째 알파벳 책》이나 《나의 첫 번째 자동차 책 Moja pierwsza księga pojazdów》에는 플리스와 펠트 조각으로 만든 일러스트레이션이 수록되어 있는데, 주제의 간단함과 재료의 재질, 색의 배치가 절묘하게 구현된 작품이다.
바시우친스카의 천 작품들은 바르바라 가브릴루크 Barbara Gawryluk이 모은 폴란드의 고전 동시와 현대 동시집인 《웃음과 미소의 책 Chichotnik, czyli księga śmiechu i uśmiechu》 에서처럼 종이접기와 콜라주와 결합해 나타나기도 한다. 베아타 오스트로비츠카 Beata Ostrowicka의 책 《알록달록한 심장 Kolorowe serce》은 자른 종이를 사용해서 일러스트레이션을 만들었다.
바시우친스카의 회화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은 무엇보다 강렬하고 살아있다. 빛나는 색채는 세부 묘사의 인상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단순한 그림과 결합한다. 전체적인 조화와 특유의 양식화는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 학파의 다누타 콘비츠카 Danuta Konwicka나 올가 시에마슈코 Olga Siemaszko와 같은 거장들과 닮아있는데, 호수 표면의 반사광에서부터 숲속의 나무들 사이로 통과하는 빛과 그림자의 놀이, 창가에 맺힌 빗방울에 이르기까지 빛과 공기가 주는 효과는 사실주의 화풍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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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섬세한 관찰력은 상상력을 뒷받침하고, 일러스트레이션에는 일상의 풍경에서 가져온 요소들이 자주 나타난다. 예를 들어 《동그라미 아저씨 Pan Kuleczka》의 일상 장면들이 그렇다. 모니카 나브로츠카-레시니크 Monika Nawrocka-Leśnik과의 인터뷰에서 바시우친스카는 이렇게 말한다.
"동그라미 아저씨의 세상과 저의 세상은 겹쳐 있습니다. 저는 책 속 그림에 도시의 여러 가지 장면들과 휴가 때 보았던 기억을 넣곤 합니다. 가끔은 주인공들로부터 벽의 파란색을 가져오기도 하고, 주인공들이 제 다리미판이나 설탕통을 쓰기도 하고 [...] 제 책장의 책을 읽기도 하죠. 우리는 완전 함께 사는 셈이에요."
동그라미 아저씨는 바시우친스카의 작품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주인공으로, 이미 20년 전에 세상에 소개되었으나 지금까지도 신간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보이치에흐 비드와크 Wojciech Widłak가 창조한 인물인 '동그라미 아저씨' 이야기의 일러스트레이션 덕분에, 바시우친스카는 미술원 졸업 후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시작한 처음부터 사람들이 그 스타일을 알아볼 수 있는 작가가 되었다. 동그라미 아저씨와 뗄 수 없는 친구들, 말썽꾸러기 오리 Kaczka Katastrofa와 강아지 피페츠 Pies Pypeć는 보이치에흐 비드와크가 쓴 책과 이야기뿐 아니라 메디아 로지나 Media Rodzina 출판사가 매년 펴내는 달력에도 등장하고 있다.
베아타 오스트로비츠카의 책 《야생의 사람 Dzikoludek》의 일러스트레이션처럼, 가끔 바시우친스카는 마지막 결과물을 위해 더미를 먼저 만들기도 한다. ‘야생의 사람’이 들어갈 작은 지구의 종이 위에 물감으로 주제들을 표현해 놓은 모습은 마치 집은 종이로 만들어져 있고 눈 쌓인 지구의 모습은 유리그릇이 맡고 있는 인형 극장처럼 보인다. 간단해 보이는 장면 역시 가끔은 매우 긴 준비의 시간이 있었던 것들이며, 환상적인 세상들은 우선 미니어처로 만들어졌다가 형태가 완전히 완성되고 빛과 그림자나 원근법에서 사실주의를 가지고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태어난다. 이는 같은 장면이 다른 시간이나 다른 각도에서 보일 때가 더 많은 일러스트레이션의 특징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이렇게 일러스트레이션의 장면 장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엘라 바시우친스카는 블로그의 게시물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엘라 바시우친스카 블로그: Elżbieta Wasiuczyńska ilustracje
일러스트레이션이 함께할 텍스트의 종류에 따라 바시우친스카의 작품은 가끔 전혀 다른 두 가지 지점 중 하나에 가까운 특징을 가지는데, 하나는 전체의 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종합적인 스타일이고, 다른 하나는 사실주의이다. 요안나 파푸진스카 Joanna Papuzińska가 엮은 《폴란드 민담. 신기한 우물 Baśnie polskie. Cudowna studzienka》에서 장면들은 거의 추상화와 같으며 민속예술처럼 양식화되어 있다.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 학파의 거장인 즈비그니에프 리흘리츠키 Zbigniew Rychlicki 같은 작가가 폴란드 민담 그림 작업을 했을 때와 같이 바시우친스카 역시 민속예술에서 영감을 찾지만, 워비치 Łowicz 지방의 종이 오리기 공예 비치난키나 포드할레 지방의 유리에 그린 그림 등의 전통적인 테크닉을 이용하거나 모방하는 것이 아닌 꽃무늬 모티브나 색채를 인용하며 원래 천이나 도자기 위에 있었던 세부 묘사를 일러스트레이션의 회화적 언어에 적용한다.
엘라 바시우친스카 《암바라스》 일러스트레이션 / 글: 토마시 사모일리크 / 출판: 아고라 Agora, (2018) / 사진: 작가 제공바시우친스카의 충실한 자연 세부묘사와 관찰력이 가장 돋보이는 것은 토마시 사모일리크 Tomasz Samojlik의 《암바라스 Ambaras》 일러스트레이션이다.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새끼늑대 이야기로, 우정과 영웅담이 담긴 동화적인 이야기에 야생의 자연에 대한 교육적 요소와 합쳐져 있으며, 회화적이면서도 자연 다큐멘터리적인 성격을 가지는 일러스트레이션이 들어 있다. 비슷하게 작업한 책으로는 두 어린 곰의 이야기를 다룬 사모일리크의 다른 저서 《베르치아와 오르손 Bercia i Orson》이 있다. 마리아 두닌-봉소비치 Maria Dunin-Wąsowicz의 《숲으로 여행 Leśne wędrówki》 일러스트레이션에서도 바시우친스카는 다양한 폴란드 동물과 식물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엘라 바시우친스카에게 디테일은 작품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마지막 단계만은 아니다. 가끔은 바로 이렇게 작은 것들로부터 전체 작품이 탄생하기도 한다. 아주 작은 것들과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천 조각들인 것이다. 작가는 "가끔 책은 단추 하나에서 나오기도 해요"라고 말한다.
저자: 피오트르 폴리흐트 Piotr Policht / 번역: 이지원 (2023년 3월) / 편집: AL (2023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