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당신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에이전트가 된 거죠? 하지만 평범한 에이전트는 아닌...
아닌 것 같아요. 그림책 출간에는 여러 과정이 있는데, 예를 들면 인쇄나 판형, 제본상의 문제 같은 것들이에요. 누군가 감독도 해야 하죠. 이보나는 저에게 그런 임무도 맡겼어요.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출판사와 이야기를 진행해요. 그림책은 오랜 기간을 걸쳐 만들어지고, 가끔은 편집자들이 의견을 내세우기도 하고, 그러면 제가 전달하고 협상도 해요. 전달하지 않는 게 낫다 싶을 때는 전달하지 않아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한국에 팬클럽이 있다는 데 사실인가요?
아니오, 그건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까지 이보나의 책은 한국에서 15만부가 넘게 팔렸어요.
그러면 독자가 꽤 많다는 것이군요. 한국인들은 왜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를 높이 평가하죠?
한국인들이 이보나의 작품에서 높게 평가하는 점들은 여러가지에요. 철학적인 사고, 상상력, 서정성, 정치적 올바름, 열려있는 것, 포스트모더니즘, 다양한 층위의 존재, 비유적이고도 수수께끼 같은 그림들...
그건 볼로냐 라가치 상의 심사위원들도 높이 평가한 것이겠군요. 세 번이나 말이죠. 2011년 흐미엘레프스카는 한국에서 출간된 책으로 처음 볼로냐 라가치 대상을 탔는데...
김희경 작가가 글을 쓴 <마음의 집 Maum. Dom Duszy>이죠. 볼로냐 라가치는 책의 혁신적인 면과 시각적인 측면을 많이 보는 상이에요. 한국의 입장에서는 외국인과의 성공적인 협력작업이었죠. 또한 이보나가 아직 젊고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글에 그림을 그린 것도 의미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냥 그림이 아니었지요... 책의 물리적 속성을 이용하는, 생각하기 힘든 방식이었어요. 한국 그림책들은 이전에 볼로냐 라가치 상을 여러 번 받았지만, 대상은 처음이었어요. 우린 정말 기뻤어요.
그 첫번째 라가치 상 이후 저는, 이제 이보나가 이 상을 혼자 받아야 하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모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되었죠. (2013년 흐미엘레프스카는 볼로냐 라가치의 ‘픽션’ 부분에서 창비 출판사가 출간한 <눈 Oczy>으로 다시 대상을 받는다. 인터뷰어 주)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 Kołysanka dla babci>를 이보나는 폴란드에서 출간하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어요. 저는 비룡소에서 자문 일을 한 적이 있는데, 비룡소의 박상희 대표님이 이보나 작가의 책이 폴란드에서 그렇게 내기 힘들다면, 우리에게 달라, 우리가 기꺼이 출간해주겠다고 하셨죠.
그리고는 2020년 다시 볼로냐 라가치 상을 받는 것으로 귀결되었고요. 하지만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는 한국 독자들에게는 너무 이해하기 힘든 책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