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 작가는 추후 일러스트레이션 못지않게 중요한 독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게 되는 조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친구의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은 새로운 표현 기법을 찾던 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바로 이때, 나무로 만든 3차원의 입체적인 동물이 처음으로 나타났다. 빌콘은 이를 공간 일러스트레이션이라고 명명하였고, 그림 형태의 일러스트이션을 대체하려고 했다. 책의 일러스트레이션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정면으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각은 별개의 독립적인 작품활동 수단이 되었다. 작가는 나무나 철판으로 거대한 베스티아리움 bestiarium (역주: 동물지라고도 하며, 중세에 큰 인기를 끌었던 동물 이야기 모음집) '빌콘의 방주Arka Wilkonia'를 만들어 냈다. 물고기, 새, 박쥐 등 수많은 동물이 끊임없이 방랑하여 폴란드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전시되었다. 자신의 예술적 발전에 대해 빌콘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잉크나 수채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저의 열망은 한 번의 커다란 붓질로 동물의 동작과 성격을 그려내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도끼질과 전기 톱질이 붓질을 대신하고 있지요. 제 동물들은 십 수번의 타격으로 완성됩니다."
앞서 언급한 작품을 제외한 유제프 빌콘의 일러스트레이션 중 대표작은 다음과 같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원작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Sonety do Orfeusza》 (1964), 미에치스와바 부츠쿠브나 Mieczysława Buczkówna의 《마법의 블루베리 Zaczarowana jagoda》 (1964), 안나 밀스카 Anna Milska의 튀니지 동화 《이브라힘 왕자와 아름다운 시니두 O księciu Ibrahimie i pięknej Sinedhur》 (1965), 제임스 조이스 James Joyce 《시집 Utwory poetyckie》 (1972), 쿠르트 바우만 Kurt Baumann 《숲의 콘서트 Waldkonzert》 (1974),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 Francesco Petrarca《라우라를 위한 소네트 Sonety dla Laury》 (1975), 피오트르 빌콘 Piotr Wilkoń의 《레오판더 Leopanther》 (1991), 볼레스와프 레시미안 Bolesław Leśmian의 《마법에 걸린 말에 관한 동화 Baśń o rumaku zaklętym》 (2006), 아그니에슈카 타보르스카 Agnieszka Taborska 《코뿔소 블루스 Blues Nosorożca》 (2008) 등이 있다. 러디어드 키플링 Rudyard Kipling의 《정글북 The Jungle Book》 (2009)에도 빌콘의 일러스트가 수록되었다.
유제프 빌콘의 작품들은 전 세계 여러 공공 미술관 및 개인 컬렉션에 산재해 있다. 수십 회의 단체전과 취리히 MAG Gallery (1980, 현 취리히 현대미술관Kunsthaus Zürich), 파리 퐁피두 센터 Centre Pompidou (1989), 도야마현 일러스트레이션 박물관 (2001), 그리고 자헹타 국립현대미술관 Zachęta – Narodowa Galeria Sztuki (2006) 등 60건 이상의 개인전을 가졌다.
《유제프 빌콘 작품 속 누드 Akt w malarstwie Józefa Wilkonia》는 태블릿으로 작업한 30장의 사진 연작이다. 유제프 빌콘의 89번째 생일을 기념해 작가와 갤러리의 한정판 협업 형식으로 기획된 프로젝트로, 2019년 봄 라지에이요비체 Radziejowice 소재 '예술가의 집 Dom Pracy Twórczej'에서 전시회가 열렸다. 빌콘은 크라쿠프 국립 미술원을 졸업한 이후 단 한 번도 여성의 누드를 그린 적이 없는데, 이 작품은 미술 시장에 존재하는 빌콘의 유일한 누드 작품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