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프? 주파! 폴란드 수프 이야기
고대 프랑스 요리책에서부터 언급될 정도로 긴 역사를 자랑하는 폴란드 수프는 폴란드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폴란드어로 '주파'로 불리는 수프를 만들기 위해서는 육수 또는 채수를 베이스로 고기, 소시지, 채소, 삶은 달걀, 면, 곡류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됩니다. 폴란드인들이 사랑하고 즐겨 먹는 수프, 아니 주파를 소개합니다!

주렉 / 사진: 카타지나 클리흐 / East News
주르 Żur & 주렉 Żurek | 신맛이 나는 발효 호밀 수프
발효 호밀이 들어간 수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폴란드에서는 아주 흔하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호밀을 발효한 자크바스 zakwas를 베이스로 만드는 수프 주렉 żurek은 놀라울 정도로 맛있고 오랜 전통을 가진 수프입니다. 폴란드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수프이지만, 지역에 따라 레시피에 차이가 있기도 합니다. 나이, 직업, 사회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폴란드인이 사랑하는 폴란드 국민 수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렉의 주재료인 발효 호밀 자크바스는 강한 신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며, 물, 향신료, 호밀가루를 섞어 만듭니다. 가정에서 쉽게 만들 수도 있지만, 슈퍼에서 병에 담긴 것을 살 수도 있습니다. 호밀가루를 물, 향신료와 함께 섞어 큰 병에 담고, 깨끗한 천으로 병뚜껑을 덮어 신선한 공기가 들어가게 하면 주렉의 재료인 호밀 자크바스가 완성됩니다. 호밀가루로 인해 끓이는 과정에서 질감이 조금 걸쭉해지며, 기호에 따라 훈제 베이컨, 고기, 으깨거나 깍둑썰기한 감자, 삶은 달걀, 절이거나 말린 버섯 등을 추가 재료로 넣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재료는 하얀 소시지 '비아와 키에우바사 biała kiełbasa'입니다. 전통적으로 육식 재료가 들어간 주렉은 부활절에, 말린 야생버섯, 홀스래디쉬, 감자, 달걀이 주재료로 들어간 채식 주렉은 크리스마스에 먹습니다. 발효 밀가루를 주재료로 사용한 바르슈치 비아위 barszcz biały와 폴란드 중부 지역에서 자주 먹는 수프 잘레바이카 zalewajka는 주렉과 비슷한 맛을 내는 수프입니다.
바르슈치 체르보니 Barszcz czerwony | 비트 수프

우슈카가 들어간 바르슈치 체르보니 / 사진: 카타지나 클리흐 / East News
비트는 폴란드에서 1년 내내 재배되는 맛있고 건강한 채소로, 폴란드에서 가장 흔히 사용 되는 식재료입니다. 이러한 비트로 만든 수프 바르슈치 체르보니 barszcz czerwony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레시피를 자랑합니다. 일반적으로는 감자, 익힌 콩, 삶은 달걀이 재료로 들어가지만, 결혼식이나 잔칫상에서는 바르슈치와 함께 짠맛이 나는 작은 페이스트리를 곁들여 먹습니다. 다진 고기 또는 채소가 들어간 것은 쿨레비아키 kulebiaki, 절인 양배추가 들어간 것은 카푸시니아츠키 kapuśniaczki로 부릅니다.
전통적으로 바르슈치는 비트를 발효해서 만든 자크바스를 베이스로 만듭니다. 비트 자크바스는 비트, 소금물, 마늘, 향신료를 넣고 이틀 정도 발효시켜 만듭니다. 직접 만들기 어렵지 않지만, 슈퍼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재료입니다. 자크바스는 바르슈치의 재료뿐만 아니라, 그대로 그냥 마실 수도 있는 건강음료이기도 합니다. 바르슈치는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이브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크리스마스이브에 먹는 바르슈치에는 폴란드 전통에 따라 고기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바르슈치 안에는 말린 버섯과 튀긴 양파를 넣어 만든 작은 만두 '우슈카 uszka'가 들어가며, 폴란드어로 작은 귀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슈카가 들어간 바르슈치는 크리스마스이브뿐만 아니라 폴란드에서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수프입니다. 바르슈치에 대한 첫 번째 역사적 기록은 16세기 초반에 발견되었습니다. 여름에는 비트의 뿌리, 줄기, 잎을 재료로 만든 보트빈카 botwinka와 흐워드닉 chłodnik을 즐겨 먹습니다.
폴란드인들이 즐겨 먹는 절임 오이 오구르키 키쇼네 ogórki kiszone를 사용해 만든 절임 오이 수프 주파 오구르코바 zupa ogórkowa는 폴란드 가정에서 즐겨 먹는 요리입니다. 오구르키 키쇼네는 신선한 미니 오이를 향신료, 딜, 마늘과 함께 소금물에 발효시켜 만들며, 여름이 되면 락토바실루스 박테리아가 오이의 껍질을 덮으며 발효됩니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액체에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숙취 해소 음료로 마시기도 합니다. 주파 오구르코바에는 절임 오이 이외에도 감자 또는 쌀, 잘게 썬 딜이 들어갑니다.
흐워드닉 리테프스키 Chłodnik litewski | 리투아니아식 차가운 비트 수프

흐워드닉 리테프스키 / 사진: 마리안나 오시코 / East News
선명한 분홍색이 인상적인 차가운 수프 흐워드닉 리테프스키 chłodnik litewski는 어린 비트와 그 잎, 줄기, 발효 우유(버터밀크 또는 케피르), 비트 자크바스, 다진 딜 또는 차이브, 다진 오이, 삶은 달걀을 넣어 만듭니다. 과거에는 고급 식재료인 가재 꼬리와 송아지 고기를 넣어 만들기도 했습니다. 흐워드니크는 리투아니아에서 기원한 수프로 전통적으로 신선한 사워크림을 많이 넣는 것이 특징이지만, 요즘은 지방 함유량과 칼로리를 고려해 과거에 비해 적게 넣는 편입니다. 지역에 따라 다진 무와 절인 오이를 넣는 사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삶은 달걀과 감자를 넣어 만듭니다.
카푸시니악 Kapuśniak | 절임 양배추 수프

카푸시니악 / 사진: 루보미르 리포프 / East News
카푸시니악 kapuśniak은 절임 양배추인 카푸스타 키쇼나 kapusta kiszona, 훈제 베이컨, 갈비살, 소시지, 감자, 월계수 잎, 올스파이스, 후추, 달콤한 파프리카, 약간의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어 만든 소박한 맛의 가정식 수프입니다. 카푸시니악의 주재료인 양배추는 오랜 기간 폴란드 식문화의 중요한 재료로 사용되었습니다. 여름에는 절인 양배추와 흰 양배추를 혼합해서 만들거나 아예 흰 양배추만 넣어 만들기도 합니다. 가을, 겨울에는 훈제 베이컨 또는 갈비살로 육수를 냅니다. 폴란드 식당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수프로 폴란드 남부에서는 '크바시니차 kwaśnica'라고 부르며, 전통적으로 돼지를 도축한 다음 먹는 음식이었습니다..
주파 오보초바 Zupa owocowa | 과일 수프

주파 오보초바 / 사진: 마이케 예센 / East News
아마 여태까지 소개된 수프 중 가장 특이한 수프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통적으로 폴란드에서는 여름철에 과일 수프를 메인 코스로 즐겨 먹었습니다. 계절에 따라 딸기, 라즈베리, 빌베리와 같은 과일을 사용하고, 수프 안에는 크루통 또는 면이 들어갑니다. 폴란드에서는 이와 같은 베리 종류의 과일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베리 시즌이 되면 많은 사람이 베리를 대량으로 사서 먹습니다. 하지만 최근 과일 수프는 폴란드 식탁에서 점점 잊혀가는 추세입니다.
로수우 Rosół | 세 가지 고기로 육수를 낸 수프

로수우 / 사진: East News
일요일 저녁, 진정한 폴란드인의 식탁에는 로수우 rosół가 가장 먼저 오릅니다. 로수우는 고기로 국물을 낸 맑은 수프로 간단히 만들 때는 한 가지 고기를 육수 재료로 사용하지만, 전통적으로는 닭고기, 송아지고기, 쇠고기 세 가지 고기를 채소, 향신료, 허브와 함께 끓여 육수를 냅니다. 로수우 안에는 면 또는 수제비와 비슷한 라네 치아스토 lane ciasto, 라네 클루스키 lane kluski가 들어갑니다.
크루프닉 Krupnik | 보리 수프

크루프닉 / 사진: 안제이 지그문토비치 / Reporter
크루프닉 krupnik은 매섭고 혹독한 폴란드 겨울에 감기를 이겨낼 힘을 주는 중요한 음식입니다. 보리가 주재료로 들어가는 크루프닉의 이름은 '죽'이라는 뜻의 폴란드어 '크루피 krupy'에서 유래했습니다. 보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곡물과 고기가 재료로 사용되며,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크루프닉은 채식주의자들에게 사랑받는 폴란드 수프입니다. 앞서 소개한 '주렉', '바르슈치'와 달리 신맛이 나지 않는 수프이며, 주로 어린이들에게 주는 음식입니다. 폴란드에서 크루프닉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지기도 합니다. 그것은 바로, 달콤한 꿀 보드카와 허브 보드카입니다! 보드카 크루프닉은 전통적인 레시피를 따라 만든 술로, 폴란드 슈퍼 또는 주류 판매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체르니나 Czernina & 차르니나 Czarnina | 오리 선지 수프

체르니나 / 사진: 안제이 지그문토비치 / Reporter
체르니나 czernina, 또는 차르니나 czarnina는 닭, 오리와 같은 가금육과 오리 선지로 육수를 내고 향신료, 말린 과일, 얇은 면 또는 만두를 넣어 만든 수프입니다. 멀지 않은 과거, 폴란드는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는 다문화 국가였으며, 오늘날까지 일부 지역의 특산품은 역사의 변화를 거치며 전해지고 있습니다. 19세기 차르니나는 부모님께 결혼 허락을 받지 못한 젊은 청년들에게 주는 음식이라는 문화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카슈비아, 폴란드 서북부 비엘코폴스카 지역에서 흔히 먹는 명물 수프로 자리 잡았습니다.
보지온카 Wodzionka | 빵 수프
빵을 사랑하는 폴란드인들은 수프의 재료로도 빵을 사용합니다. 실롱스크 지역에서 유래한 수프인 '보지온카 Wodzionka'는 만든 지 좀 지난 빵, 물, 라드, 마늘, 후추, 월계수 잎을 비롯한 향신료, 베이컨, 버터를 넣어 만들며, 주로 감자를 곁들여 먹습니다.
플라키 Flaki | 곱창 수프

플라키 / 사진: 안제이 지그문토비치 / Reporter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보면 두꺼운 면이 들어있는 수프 같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소의 양이 들어간 수프입니다. 저녁 식사로 즐겨 먹는 '플라키 Flaki'는 강한 마저럼 허브 맛이 나는 육수에 얇게 자른 양을 넣어 만듭니다. 소문에 따르면 브와디스와프 야기에워 Władysław Jagiełło 왕이 가장 좋아하는 수프였다고 합니다.
저자: 마그달레나 카스프식-셰브리오 Magdalena Kasprzyk-Chevriaux / 번역: 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