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폴란드를 강타한 베트남 음식 열풍
변화의 물결은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폴란드와 아시아 사이 경제 교류가 확대되면서 LOT 폴란드 항공이 신규 취항지로 방콕을 추가했고, 점점 더 많은 폴란드 사업가들이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아시아 요리 붐은 1990년대에 시작되었고, 이때 바로 소위 '폴-비엣'이라 불리는 독특한 장르의 요리가 탄생하게 되었다.
베트남 유학생들은 20세기 중반부터 바르샤바를 비롯한 폴란드의 전역으로 이주해 오기 시작했고, 수십 년에 걸쳐 베트남인들은 폴란드 내 가장 큰 아시아 디아스포라로 자리 잡았다. 2016년을 기준으로 폴란드에는 맥도날드보다 '베트남 음식점'이 100배나 많았다. 이 열풍은 1990년대 거리 노점, 작은 부스, 그리고 소규모 음식점에서 시작되었다. 비록 주인은 베트남인이었지만, 종종 식당 이름은 중국식으로 지어졌고, 붉은 벽, 종이등, 황금색 용 장식 등을 사용한 인테리어는 전형적인 '중국풍' 요소들로 꾸며졌다. 당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요리는 '사이공키 sajgonki'로, 다진 고기, 채소, 당면을 넣어 튀긴 일종의 스프링롤이었다.
하지만, 이 음식들이 꼭 '정통 베트남 요리'였던 것은 아니다. 레 탄 하이 Lê Thanh Hải의 기사 《맛의 경계: 1990년대 이후 폴란드에서 일어난 베트남 요리의 발전에 대한 인류학적 고찰 Pogranicze smaków. Antropologiczna refleksja o rozwoju wietnamskiej kuchni w Polsce od lat 90》에 따르면, 돼지 내장 요리 '롱 런 lòng lợn', 선지로 만든 젤리 '띠엣 깐 tiết canh'과 같은 요리는 폴란드인들에게 너무 큰 도전이 필요한 요리로 여겨졌고, 국물 기반 요리를 하나만으로 주식 삼는 베트남식 식문화는 폴란드인들에게 아직 낯선 개념이었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 베트남인 요리사들은 전통 폴란드식에 가깝게 고기, 탄수화물, 채소 세 가지 구성요소가 포함된 점심인 '오비아트 obiad'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딥프라이 치킨볼, 새콤달콤한 소스의 돼지고기, 다섯 가지 맛을 가진 치킨과 같은 요리가 탄생하게 되었고, 이 요리는 밥, 그리고 폴란드인들이 좋아하는 약간 달콤한 양배추샐러드 '수루프카 surówka'와 곁들여 판매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 바르샤바의 '비엣 스트릿 푸드 Viet Street Food', 크라쿠프의 '비에트남 Wiệtnam'과 같은 '현지 맛'을 살린 베트남 음식점들은 폴란드 미식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게 되었다.
바르샤바에 거주하며 폴란드-베트남 식당을 운영하는 응옥 디엡 Ngoc Diep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최근 몇 년간 폴란드인들은 다양한 허브와 신선한 채소가 듬뿍 들어간 가벼운 베트남 음식의 진가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폴란드인과 베트남인은 언제나 발효된 양배추, 양파와 마늘, 구운 고기, 그리고 블랙 푸딩에 대한 애정을 공유해 왔다." 하지만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국물 요리에 대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