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and on Fire – 카롤 오크라사의 폴란드 요리
바르샤바 인터컨티넨탈호텔 레스토랑 플래터 Platter의 셰프인 카롤 오크라사 Karol Okrasa와 함께 폴란드 훈제의 전통과 한국 방문 계획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에바 흐빌친스카: 셰프님을, 그것도 직접 운영하시는 레스토랑에서 만나뵙게 되어 매우 반갑습니다.
카롤 오크라사: 레스토랑을 운영한 지 벌써 8년이나 되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브리스톨 호텔에서 11년이라는 시간을 근무하며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호텔 투숙객뿐만이 아니라 관광객, 그리고 폴란드인들 또한 찾을 수 있는 레스토랑을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오래 운영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보시다시피 아직도 저는 이곳에 있습니다. 이곳을 두 번째 집이라 여기며 정성스레 돌보고 있습니다.
여행을 굉장히 많이 다니신다고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어디에 다녀오셨나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다녀왔고, 파나마에도 며칠 있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나라를 여행할 때는 지방 도시를 방문해서 진짜 집밥을 먹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것은 겸손함을 지키기 위한 수업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요리란 소수의 미식가 그룹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합니다.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직접 기르고 재배한 고기와 채소를 재료로 만든 요리를 먹어보며, 근원적인 맛을 찾으러 다닙니다.
다음 목적지는 어디이신가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대한민국에 갑니다. 사실 이번 방문이 처음은 아닙니다. 몇 년 전, 서울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폴란드 요리를 선보였던 적이 있습니다. 아주 흥미롭고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한국인들에게 주파 그지보바, Zupa grzybowa(역자주: 폴란드 버섯 수프)와 주브르(역자주: 폴란드에 서식하는 유럽들소, bison)가 먹는 풀 향이 입맛에 맞는다는 것은 상상 속에서만 있던 일이었습니다. 물론 한국 요리 또한 놀라움으로 가득했습니다.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맛의 조화를 느껴볼 기회였습니다. 물론 감칠맛, 단맛, 쓴맛, 짠맛과 같은 맛의 기본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맛을 어떤 비율과 형상으로 배합하는 것이 가장 관건입니다. 맛을 배합하다 보면 이전에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그런 맛의 조합을 언제든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화산섬 제주에서 열리는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에 참가하실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한국인들에게 어떤 맛을 선보이실 예정인가요?
조미료나 향신료 없이 자연적인 방법만을 사용해 어린 시절의 맛을 재현할 예정입니다! 오래전부터 폴란드 요리에서 사용해온 아주 간단한 요리법인 '훈제'를 통해서 말이죠. 의심할 여지 없이 훈제 향은 옛 폴란드 요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훈제란 전통적인 방법으로 화덕을 사용해 태우고 그을리는 방법으로 고기, 치즈, 셍카츠 sękacz(역자주: 독일의 바움쿠헨과 비슷한 종류의 케이크)를 훈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전통적인 화덕에서 만든 셍카츠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빵집에서 산 셍카츠와 전통적으로 구운 셍카츠의 맛의 차이가 매우 커서 놀랐던 적이 있어요.
당연하죠! 제가 말한 훈제 향 때문인 거죠.
한국에서는 구이요리를 선보이실 예정이신가요? 한국에서는 구이요리란 국민스포츠나 다름없는 존재거든요.
아마 구이요리란 존재가 폴란드와 한국을 이어주는 요소일 수도 있겠군요. 우선 훈제를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보여주는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훈제와 구이의 조합을 보여줄 계획도 갖고 있긴 합니다. 구이요리에 대한 열정은 폴란드와 한국 요리 사이에 있는 수많은 유사점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집에서 터득한 훈제 방법이기도 한 건초 훈제를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에 한국의 구이요리와는 조금 차이를 가질 것 같습니다.
요즘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과거에 즐겨 먹었던 요리를 찾아다니며 그곳에서 과거 전통의 맛을 찾는다고 합니다. 폴란드의 젊은 세대는 새로운 바르 믈레츠니 bar mleczny(역자주: '밀크바'로 불리는 셀프서비스가 주된 저렴한 가격의 서민 음식점)를 찾아다니죠. 건초를 사용한 훈제요리와 어린 시절 집을 떠올리셨는데요, 오늘날 요리에서도 사용하고, 여전히 영감을 주는 어린 시절 가장 좋아하던 맛은 무엇인가요?
건초의 탄 향이 가미된 구운 고기의 맛이 기억납니다. 저에게 있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향이자 진정한 맛이기도 하죠. 할머니가 짚을 이용해 물기를 빼내 만든 치즈는 짚의 향기가 배어있었습니다. 또한 치즈의 맛과 향을 위해 열을 가하고 재를 흩뿌리기도 하셨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훈제 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오늘날도 주방의 나무통 옆에서 보냈던 그 시간을 잊지 못합니다. 훈제의 향기가 온 집안에 퍼져있었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언제든지 훈제의 세계로 기꺼이 돌아갈 것입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 사시는 할아버지를 방문할 때면 자주 건초 위에서 잠들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에게 있어 건초 향은 아주 가까운 존재일 뿐만 아니라, 마치 마법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건초는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든 풀의 조합이고, 그 향은 와인의 부케나 향수의 아로마와 같이 아주 독특합니다.
한국에서는 모든 주부가 자기만의 레시피를 사용해 김치를 만든다는 이야기와 좀 닮아있네요.
바로 그렇습니다. 찬 곳, 따뜻한 곳, 건초더미, 나무, 철, 돌을 사용한 훈제 화덕에서 만든 훈제 요리들, 특히 1년, 10년, 20년동안 사용해 온 훈제화덕의 세월은 하나 하나 의미가 있는 것으로, 마지막에 얻게될 훈제의 맛과 향에 영향을 줍니다. 훈제의 독특함은 여기서 탄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말씀드리자면, 몇년 전부터 아주 맛있는 훈제장어를 만드는 어떤 분과 거래를 하고 있어습니다. 그분은 할아버지가 생선을 훈제하던 100년이 넘는 훈제화덕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의 온도와 습도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전통을 지키고 다음 세대에 전해주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쁘네요.
맞아요! 지인 중 엘더베리 꽃으로 식초를 만드시는 분이 있는데, 이렇게 만든 식초는 마치 고급 향수 같은 향이 납니다. 요리에서 향이란 아주 방대한 의미를 가진 존재입니다. 예를 들어 저에게 있어 훈제 향은 조미료나 첨가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굳이 요리에서 오랜 시간 훈연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맛있고 만족할 만한 맛과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à la minute, 즉석에서 하는 훈제면 충분합니다. 생선 또는 고기 조각을 건초와 함께 넣어 훈제하면 연기가 요리의 표면에 살짝 스쳐 지나가 향이 남고, 마치 피부에 남은 향수 같은 역할을 하죠. 육즙으로 가득한 속과 표면에 가득한 미묘한 훈제 향이 요리의 부족한 면을 채워줍니다.
셰프님이 추천하는 고기나 생선을 굽는 좋은 방법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새로운 구이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쪽에 목탄을 몰아놓고, 그 위에 사과나무, 체리나무 가지 적신 것 또는 찻잎을 넣은 철제 식기를 올려놓습니다. 그다음 목탄이 없는 반대쪽 그릴에 고등어 조각을 올리고 단단히 덮어준 뒤 기다립니다. 중요한 것은 나무는 태우는 것이 아니라 그을리기만 해야 합니다. 또한 바깥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그릴은 단단하게 덮어야 합니다. 이 연기와 온도 안에서 고등어는 따뜻하게 훈제되고, 오래전 폴란드에서 먹던 훈제요리와 같은 맛을 재현할 수 있을 겁니다.
고등어를 훈제하는 데 시간은 얼마정도 걸릴까요?
고등어 살만 발라낸 경우 약 10분, 고등어 전체를 훈제하는 경우 약 30분가량 소요됩니다. 이런 방법을 사용해 생선 조각 또는 생선 살을 종종 훈제합니다. 고기를 훈제할 때는 더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가, 훈제한 요리를 살짝 굽는 것도 좋습니다. 훈제가 끝난 고기 또는 생선을 그대로 달궈진 그릴에 올려 앞뒤로 약간 구워주면 바삭거리고 은은한 훈연 향이 녹아있는 요리가 완성됩니다. 아주 맛있죠!
입맛 다시고 계시는 군요…
왜냐하면 정말 맛있으니까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전통적으로 폴란드에서는 체리나무와 같이 예쁜 루비색을 내는 특정 나무를 사용해 요리 마지막에 색깔을 주었습니다. 훈제는 맛과 향뿐만이 아니라 색깔도 주는 요리 방법입니다. 훈제는 고기나 생선뿐만이 아니라 포비드워 powidło(역자주: 폴란드와 체코에서 먹는 과일 스프레드로, 설탕 또는 젤리화하는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 잼/마멀레이드와는 차이를 보임)이나 버터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훈제할 때는 목초지 냄새가 베어있는 진짜 건초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건초 한 움큼을 쥐고 냄새를 맡으면 어린 시절과 할머니가 떠오릅니다. 진짜 건초를 대신할 허브는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허브 믹스는 구운 오리고기에 더해 먹을 때 최고의 향과 맛을 줍니다. 특히 잘 만든 폴란드 날레프카를 추가로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날레프카가 훈제생선이나 고기에 잘 어울릴 거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물론이죠! 가능하다면 폴란드의 날레프카를 한국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폴란드에는 날레프카 장인이 여럿 있는데, 그중 두 명을 실제로 알고 있습니다. 과거에 이들은 치료 및 약물 전문가 대접을 받았습니다. 이후에 날레프카는 주방에서 의미가 있는 존재가 되었고, 오늘날 다시 날레프카를 만드는 전통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날레프카 재료로는 모든 종류의 과일, 뿌리, 나무껍질, 견과류, 건초가 사용되고, 이렇게 탄생한 날레프카는 아주 많은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날레프카는 정확히 어떤 술인가요?
도수가 높지 않은 리큐어 종류 중 하나로, 향이 매우 좋고 보통 35도 정도 되는 술입니다. 가장 사랑받는 날레프카는 과일 맛이 나는 것으로, 전통적으로 스피리투스에 과일을 담가 만듭니다. 잘 만든 날레프카는 향이 돋보이고 드라이한 맛이 납니다. 폴란드에서 날레프카를 정말로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라 자부합니다. 날레프카에 들어갈 야생 베리를 따기 위해 온갖 필요한 도구를 가지고 새벽에 숲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몇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딴 야생 베리에 곧바로 스피리투스를 부어서 날레프카를 만드는 이유는, 새벽 숲에서 딴 베리의 향을 보존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말 최고죠!
훈제요리와 날레프카 이외에 폴란드를 방문하는 아시아 여행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음식이 있으신가요?
폴란드를 나누는 각 지역은 서로 다른 식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주리 지역에서는 구운 장어와 식초에 절인 채소를 먹을 수 있고, 폴란드 남쪽 지방에서는 양고기와 야생동물 고기로 만든 요리를 앞서 말씀드린 날레프카와 함께 먹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포함한 다양한 폴란드 유제품을 추천하고 싶네요.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 폴란드인의 식탁에 점점 자주 오르고 있는 거위고기도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빵! 폴란드에 방문하시는 모든 분은 서양고추냉이 흐잔 chrzan 잎에 싸서 전통적으로 구워낸, 향이 가득한 진짜 빵을 드셔보셔야 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이 빵을 먹기 전 항상 냄새를 음미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맛있는 냄새가 나기 때문이죠.
이외에도 요즘은 폴란드 자연식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요리계에서는 전통적인 지역 요리로 회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 즉 산업의 손이 닿지 않은 그 자체의 자연에 감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폴란드인들은 버섯 따기와 같은 전통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진정한 버섯채집자만이 버섯으로 가득 찬 숲이 얼마나 멋진지 알 겁니다. 저희 가족은 항상 버섯 따기 경쟁을 합니다. 할머니는 아침부터 저를 깨워 새벽에 직접 딴 버섯으로 가득찬 바구니를 의기양양하게 보여주셨습니다. 이것을 본 즉시 더 많은 버섯을 따기 위해서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숲으로 달려갔죠. 아침부터 거대한 그물버섯 다섯 개를 따서 집에 가져온 날이 오늘처럼 기억납니다. 자랑스러움으로 가득 차 터질 것만 같은 순간이었죠.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 순간도 떨릴 정도입니다! 버섯을 발견했을 때 희열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큰 버섯을 가져오기 위해 외투를 벗어 그 안에 조심스럽게 넣기까지 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재시합을 신청하는 의미로 할머니 방에 그 버섯들을 놓고 나왔습니다. 할머니는 그 버섯을 보자마자 곧바로 인기척도 없이 버섯을 따러 다시 뛰어나가셨습니다. 나가신 줄 모를 정도였습니다. (웃음)
한국 요리는 어떠셨나요?
우선 구이요리 문화가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식당은 골목마다 찾아볼 수 있었고, 식사 가격도 매우 합리적이라 모두가 큰 가격 걱정없이 저녁 식사로 먹을 수 있죠. 고기를 구우며 식사를 같이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언젠가 폴란드에서 꼭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레스토랑 컨셉이기도 합니다. 분명 폴란드인들의 마음에 들 거예요.
인터뷰 감사합니다. 제주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카롤 오크라사는 알렉산데르 바론, 마치에이 노비츠키에 이어 세 번째로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에 참가하는 폴란드 셰프입니다. 5월 8일부터 11일까지 열릴 예정인 페스티벌에서 오크라사는 제주도산 재료와 폴란드식 레시피를 결합해 만든 요리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한 주한폴란드대사관과 함께 진행하는 언론인 대상 요리 시연 행사와 한식문화원 및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인 요리 행사 또한 열릴 예정입니다.
번역: AL, 2019년5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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