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맛 바르 믈레츠니
일명 ‘밀크바 milk bar’로 널리 알려진 폴란드의 ‘바르 믈레츠니 bar mleczny’는 폴란드 만두 피에로기 pierogi를 30분 내로 먹을 수 있는 서민을 위한 평등한 식당이다. 종종 공산주의의 유산으로 여겨지곤 하지만, 사실 바르 믈레츠니는 공산주의 시대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주문에서 식사까지
“피에로기 나왔습니다!” 바르 믈레츠니에서 주문한 음식이 준비되었다는 소리다. 바르 믈레츠니에서는 계산대에서 주문을 하고, 음식이 준비될 때까지 테이블에서 기다린다. 음식이 준비되면 주방과 식당을 분리하는 카운터에서 직접 찾아가면 된다. 다 먹은 빈 그릇은 카운터 뒤 마련된 공간에 놓아야 한다. 바르 믈레츠니는 주문과 서빙을 도와주는 웨이터가 없는 셀프서비스 식당이다. 오이수프를 주문했다면 “오이수프 나왔습니다!”라는 안내가 나올 때까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물론 수저와 냅킨도 직접 가져와야 한다. 테이블을 혼자 사용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금물! 물론 혼자서 쓸 수도 있겠지만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빈 테이블이 없을 경우, 낯선 사람과 함께 합석하는 것이 이곳의 관례이니까.
Picture display
standardowy (864px desktop)
70년대 바르 믈레츠니 주방 / 사진: Tomek Sikora / Forum
Picture image
full_kuchnia_prl_forum_770.jpg
메뉴
바르 믈레츠니에서는 주로 피에로기, 토마토수프 ‘주파 포미도로바 zupa pomidorowa’, 커틀릿 ‘코틀레트 스하보비 kotlet schabowy’ 등 흔한 폴란드 가정식을 먹을 수 있다. ‘밀크바’라는 뜻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유와 유제품을 사용한 요리를 메뉴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화이트 치즈를 곁들인 팬케이크 ‘날레시니키 naleśniki’ 치즈, 밀가루 계란으로 만든 만두 ‘레니프키 leniwki’, 우유수프 ‘주파 믈레츠나 zupa mleczna’, 크림과 과일이 들어간 쌀죽 ‘리시 스 오보차미 이 시미에타농 ryż z owocami i śmietaną’ 등이 대표적이다. 익숙한 가정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기에, 바르 믈레츠니는 폴란드인들에게 언제나 사랑받는다. 저렴한 가격에 빠른 서비스,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소박하면서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바르 믈레츠니다.
Picture display
standardowy (864px desktop)
바르 믈레츠니, 2009 / 마마스튜디오 / 사진: 작가 제공
Picture image
Bar Mleczny - a project by Mamastudio, 2009, photo courtesy of the designers
평등한 공간
폴란드의 몇몇 바르 믈레츠니는 여전히 국가 보조금을 받으며 운영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기에, 대학생 또는 연금 생활자 등 신중한 소비 습관을 지닌 이들이 사랑방처럼 찾는 곳이다. 간혹 주머니 사정이 훨씬 복잡한 이들이 이곳을 찾기도 하는데, 몇몇 바르 믈레츠니는 사회보장국과 협력을 통해 노숙자 또는 실업자를 위한 음식를 제공하기도 한다.
바르 믈레츠니는 돈보다 시간이 부족한 여피족과 사무직 회사원들이 즐겨찾는 곳이기도 하다. 점심시간 시내에 위치한 바르 믈레츠니는 단정한 복장을 회사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폴란드 직장의 약 30분 정도의 짧은 점심시간 내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바르 믈레츠니가 가진 그 특별한 분위기를 찾아 이곳을 방문한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에서부터 인기 연예인과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바르 믈레츠니는 수많은 사람에게 평등하게 사랑받는 공간이다.
Picture display
standardowy (864px desktop)
폴란드 코미디 영화 《테디베어》 스틸컷 / 사진: Polfilm / East News
Picture image
full_bar_mleczny_mis_east_news__770.jpg
역사
누군가는 바르 믈레츠니를 공산주의의 유산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이것은 낭설에 지나지 않는다. 최초의 바르 믈레츠니는 폴란드가 철의 장막의 엉뚱한 곳에 서기 훨씬 전부터 존재해 왔다. 1896년 지주이자 낙농가인 스타니스와프 드우제프스키 Stanisław Dłużewski가 바르샤바 문을 연 ‘믈레차르니아 나트시비잔스카 Mleczarnia Nadświdrzańska’는 바르 믈레츠니의 전신으로 여겨진다. 이곳에서는 고기를 제외한 우유, 유제품, 계란, 밀가루로 만든 저렴한 음식을 제공하였고, 크게 히트를 쳤다. 그 이후 분할된 폴란드 전역에 이와 비슷한 식당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어려워진 전후 경제 상황에 긴축재정이 필요해 지면서 바르 믈레츠니의 인기가 다시 급상승하였다.
Embeded gallery style
display gallery as slider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폴란드에서 외식을 할 수 있는 곳은 매우 한정적이었기에, 대부분의 사람이 바르 믈레츠니로 향했다. 공산주의 체제 아래 일반적인 레스토랑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오직 바르 믈레츠니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공산주의 시절 경제체제에서 고객의 만족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식은 1980년대 폴란드 코미디 영화 《테디베어 Miś》의 바르 믈레츠니 패러디 장면에서 잘 드러나는데, 영화 속 배우들은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테이블에 나사와 체인으로 고정해놓은 숟가락과 접시로 식사를 한다. 물론 오늘날 현대 바르 믈레츠니는 과거의 기괴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아주 폴란드스러운 분위기에서 저렴하면서 맛 좋고 신선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 이곳이 바로 밀크바 ‘바르 믈레츠니’이다. 폴란드를 맛보고 싶은 당신, 바르 믈레츠니를 방문해 보시라!
저자: 마레크 켕파 Marek Kępa (2015년 6월 25일) / 번역: AL (2022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