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사이를 방문 중인 손님'을 위한 통로: 김민수 작가 인터뷰
서울공예박물관 《집, 옷을 입다》 전시를 위해 제작된 김민수 작가의 설치작품 〈'하늘과 땅 사이를 방문 중인 손님'을 위한 통로〉는 인간, 건축, 자연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본 인터뷰에서는 작품 제목에 담긴 의미를 비롯해 계절 인식, 전통 건축, 재료 선택에 이르기까지 이번 작업의 배경과 작가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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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문〉(2021) / 사진: 김민수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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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 제목을 〈'하늘과 땅 사이를 방문 중인 손님'을 위한 통로 A passage for 'a guest between earth and sky'〉라고 지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민수: 한국의 달력에는 양력 날짜 아래 음력 날짜와 절기 시작일이 작은 글씨로 표시되기도 합니다. 매해 변하는 음력과 달리 24절기는 태양을 기준으로 삼아 날짜가 거의 고정되어 있습니다. 절기 시작일에 일기예보 방송에서 날씨와 함께 해당 절기가 소개되기도 하고 포털 사이트는 메인 로고를 절기 테마로 꾸미기도 합니다. 저는 그동안 주변의 이러한 정보로 24절기의 의미를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었고 도시 생활보다는 농경 생활에 유효한 개념이라고 치부해 왔었습니다.
김민수 〈운집〉(2023) / 우란문화재단 《둔갑문》 전시 / 사진: 홍철기
이번 기회에 고대 중국 화북 지방으로부터 출발하여 동아시아 전반에 공통된 개념이 된 24절기를 깊이 탐구하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걸 볼 수 있었습니다. 24절기는 농경 생활을 위한 실용적 달력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인류 그 자신이자 환경이기도 한 자연을 아주 섬세하게 관찰한 선조들의 일지와도 같았습니다. 밤이 가장 긴 동지를 시작으로 지구에서 바라본 태양이 15도씩 움직인 시점을 하나의 절기로 구분하고, 그렇게 산술한 15일을 다시 5일씩 세 번 나누어 세세한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려 했습니다. 이를 물후(物候)라고 하며, 기후에 반응하는 작은 생명체의 모습까지 담고 있습니다. 계, 절, 기, 후는 환경적 변화를 관찰해 365일인 한 해를 구분하는 단위입니다. 1년은 4계(사계절)이고, 8절, 24기(절기), 72후(물후)로도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생활에서 사라진 풍습도 많지만 각 절기마다 행하면 알맞은 것들이 24절기의 개념과 함께 풍습으로 내려왔습니다. 나무를 심기 좋은 때로 여겨졌던 청명(4월 5일 즈음)은 오늘날의 식목일이 되었고, 여름 장마철 후 눅눅해진 옷이나 책을 더위가 물러가는 처서(8월 23일 즈음)의 햇볕에 말리는 풍습인 '포쇄' 또한 변화무쌍한 환경과 악수하고 포옹하며 조화롭게 살고자 하는 태도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에 비추어 볼 때 모든 것을 즉각적이고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의지는 어수룩하고 경솔한 상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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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Scraps〉(2024) / 사진: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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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준비하면서 '기후 변화로 인해 과거의 환경으로 설명된 24절기와 요즘 날씨 사이에 어긋남이 커지는 지금, 24절기를 통해 우리는 어떤 물음을 던져 볼 수 있나?'라는 질문을 되뇌었습니다. 24절기의 태도를 통해 현대인에게 쇠약해진 자연과의 연결감, 지긋이 관찰하는 태도 그리고 잊힌 감각을 깨우는 것을 말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량적이라기보다 정성적인 리서치를 계속 이어갔습니다. 24절기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서적과 논문뿐만 아니라 산책을 자주 하고, 지나온 계절을 떠올려 보며, 제 작업 방향과 친근한 느낌이 드는 영화나 책들도 보았습니다. 그러다 한병철의 저서 ⟪관조하는 삶-무위에 대하여⟫에서 '하늘과 땅 사이를 방문 중인 손님'이라는 그의 표현을 발견하고 제목에 빌려왔습니다. 이 전환적 구절은 우리가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라는 잊혔던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여기서 손님이라는 표현은 경청하고 공손한 태도를 말하고자 함인데 24절기 개념이 내포한 섬세한 관찰의 태도와 지혜에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후 위기 속 급변하는 계절과 연결하여 이런 태도를 상기시키고 싶었습니다.
날씨에 감싸인 우리는 일생에 걸쳐 모든 측면에서 날씨와 상호작용을 합니다. 한글로 날씨는 '날(sun, day)'과 접미사'-씨(attitude, form)' 혹은 '씨(seed)'로 풀어 볼 수 있습니다. 자연 일부인 우리가 일생에서 떼어낼 수 없는 환경에 주의 깊게 귀 기울여 상호작용을 하는 24절기의 관점을 '감각하는 통로'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집, 옷을 입다》 전시에서 말하는 '집에 옷을 입힌다'는 개념은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개념인가요?
김민수 〈Sliding shades〉(2024) / 사진: 김민수 작가 제공
김민수: 한국은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가 극심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실내와 실외에서 부분적으로 섬유 재료가 사용되어왔습니다. 집에 옷을 입힌 대표적인 모습은 건물의 몸과 붙어 있는 도배지입니다. 한옥의 바닥, 벽, 창문, 문, 천장은 모두 닥 섬유로 만든 한지로 마감했는데 각 위치에 적용하는 도배 방식과 한지의 특성이 다릅니다. 벽에는 특히 한지를 여러 겹 덧바르는데 그중 한 공정으로 '띄워 바르기'라는 기법이 있습니다. 이것으로 한지의 면과 면 사이에 공기층이 만들어져 지금의 단열재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 밖에도 겨울철 외풍을 막기 위해 직물(방장)를 사방에 늘여뜨려 보온을 더한다거나, 다중으로 설치한 한지 창호를 여닫아 실내 기온과 광량을 조절하는 것, 다중의 창호 중 한 쌍의 창을 한지보다 기공이 큰 비단을 씌워 여름철 방충과 통풍을 겸했던 것(사창(紗窓)), 여름의 강한 빛을 조절하기 위해 지금의 블라인드와 같은 대나무 발(죽렴(竹簾))을 걸었던 것, 흙벽 집을 강한 비로부터 지키기 위해 짚으로 엮은 우비를 외부 흙벽에 입힌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철근콘크리트 집이 다수이고 냉난방 시스템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 이런 모습들이 드물지만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측면에서 과거의 방장이나 죽렴, 사창과 비슷한 실내 옷 개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겨울철 외풍을 막고 난방 비용 절약을 위해 '집 안의 집'처럼 실내에서 텐트를 사용하는 모습, 창문 유리에 에어캡을 부착해 단열을 강화하는 모습, 계절별로 침구나 창가 커튼의 두께를 조절하기도 하고 여름에는 현관문을 열어 통풍과 동시에 벌레 유입을 막을 수 있는 현관 방충망을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전통 한옥과 폴란드의 전통 가옥은 자연과의 관계에서 어떤 점이 닮았고, 또 어떤 점이 다르다고 느끼셨나요?
김민수: 이번 전시로 연결되듯 사람의 생활 공간으로써 두 가옥 모두 계절에 따라 섬유가 여러 방식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이 닮았습니다. 이 생활 사물들은 거주 공간 안에서 방서, 방한, 보온을 위한 보조적이고 유연한 보호막을 자처하고 접었다 펼 수 있어 보관이 용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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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도산서당의 방 / 사진: 김민수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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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겨울의 차이가 뚜렷한 기후 조건 아래 발달한 한옥은 뜨끈하게 달궈질 수 있는 온돌방과 사시사철 오픈된 마루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집의 크기나 지붕 재료, 지역별 기후에 따른 가옥의 구조에서 차이는 있지만 온돌과 마루는 사회 지배층이든 서민층이든, 사회적 계층 구분 없이 거의 대부분의 가옥에서 관찰되는 특징입니다. 아파트와 같은 근현대의 주거 형태에서도 바닥 난방으로써 온돌의 개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빈 땅이 점점 좁아지는 빌딩 숲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점인데 한옥의 부지 설정, 배치 간격과 각도를 결정할 때도 주변 자연과의 관계를 고려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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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골 표면(2018) / 우란문화재단 / 사진: 김민수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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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전통 가옥을 깊게 알고 있지 못하기에, ⟪집, 옷을 입다: 계절의 조율⟫전시에서 선보인 알리차 비엘라프스카 Alicja Bielawska작가님의 작업을 통해 두 전통 가옥의 차이점을 파악해 보았습니다. 난방 방식이 달랐다는 것, 한옥에 비해 창과 문이 크고 천장고가 높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는 연교차의 차이, 과거 사람들의 평균 신장, 그리고 좌식 문화와 입식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집이 옷을 입는 모습에서도 천장과 바닥에서의 차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폴란드 전통 가옥에서 겨울철에 설치하는 천장 이불 '포트핀카 Podpinka'는 천장고를 낮춤으로써 난방이 필요한 공간을 줄이고 단열 효과를 증가시킵니다. 그리고 실내에서 맨발로도 부드럽고 안전하게 거닐 수 있게 일상적인 루트를 따라 바닥에 놓인 카펫 '호드닉 Chodnik'은 계절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이 또한 저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한옥의 천장과 바닥을 살펴보자면, 비교적 낮은 천장을 가진 거주용 한옥에서는 추운 겨울철에도 천장을 그대로 놔두었고, 이로 인해 온돌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천장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가 충돌해 문을 꼭 닫고 있어도 실내 공기가 순환합니다. 아주 무더운 여름에는 흙과 한지로 마감된 방에서 나와서 나무 바닥을 가진 야외 마루에 머물며 더위를 식히거나 식물 줄기로 엮은 시원한 여름용 카펫 '자리'를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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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도산서당의 마루 / 사진: 김민수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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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의 주거 공간은 과거의 한옥보다 천장고가 높아졌고 입식 생활이 보편화되었습니다. 높은 천장과 입식 생활에 바탕을 둔 폴란드 전통 가옥이 옷을 입었던 방법을 적절히 활용해 지금 한국의 주거 공간에 맞게 적용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폴란드와 한국의 사계절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김민수: 전시를 준비하면서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폴란드팀과 연결된 감각을 조금은 갖고 싶어서 날씨 애플리케이션에서 폴란드 바르샤바를 추가했습니다. 서울의 어느 날은 습한 날이었는데 바르샤바는 건조한 날씨였고, 또 어느 날의 서울에서는 기온이 30도가 넘어 해가 진 후에도 더웠던 반면 바르샤바에서는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도 있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엔 두 곳 모두 일주일 동안 비가 예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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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도산서당의 봄과 여름(2013) / 사진: 김민수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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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 위치에 따른 연교차 차이가 있겠지만 순전히 감각의 차원에서 바라보자면, 저는 폴란드의 사계절을 느껴보지 못하여서 두 나라 간의 차이를 알 수 없습니다. 또 제가 주로 겪어온 서울의 날씨로 한국의 사계절을 대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시간, 같은 계절, 같은 나라에 있어도 산간에 머무는 사람, 내륙에 머무는 사람, 해안에 머무는 사람, 섬에 머무는 사람, 이들 모두 미세하게 다른 계절감을 느낄 것입니다. 사람뿐 아니라 그곳에 머무는 모든 생명체도 그렇고 사물마저 그러할 것입니다. 원목 가구가 있다면 동일한 것일지라도 지역에 따라 사물이 노출되는 환경이 다를 것입니다. 이들의 사계절 감각이 모두 다를 수 있다는 건, "과연 감각의 차원에서 사계절을 볼 때 그 특징을 국경으로 구분 지을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떠오게 합니다. 어쩌면 한국 산간 지역에서 느끼는 여름은 서울의 여름보다 폴란드 어느 지역의 여름과 더 비슷할 수도 있습니다. 행정구역이나 국경은 기후 환경의 유사성 기준이 아닌 다른 이유들로 만들어진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이렇게 하나의 국경 안에서도 개인이 체감하는 계절 감각이 다를 수 있지만, 계절이 변해 다시 돌고 돌아오는 순환의 감각은 두 나라 모두에서 공유 가능할 것입니다. 이 답변은 두 나라의 사계절을 순전히 감각의 차원에서 생각해 본 것입니다.
이번 작업을 구상하실 때 참고하신 자료나 레퍼런스가 궁금합니다. 재료적인 측면뿐 아니라 아이디어와 개념적인 면에서도 어떤 것들에서 영감을 받으셨는지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민수 〈모시발〉(2018) / 사진: 김민수 작가 제공
김민수: 과거의 가구와 한옥에서 발견되는 구멍 뚫린 구조가 저에게 늘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구멍들의 근본적인 이유는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후에 대한 반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나무 가구를 바닥에서 띄워 바람을 통하게 하는 구멍은 여름철 눅눅한 습기와 겨울철 온돌의 열로 인한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한옥에 만들어진 구멍은 실내 공기가 순환되고 빛이 드나들기 위한 기능적인 구멍입니다. 창호가 닫혀 있어도 내외부가 통하게 하는 한지의 미세한 구멍도 있고, 특히 과거 한옥 주방의 햇살과 환기를 위한 광창(光窓)은 집집마다 모양이 제각각이라, 그 이미지를 한데 모아 보면 빛과 공기가 만들어내는 리듬감마저 느껴집니다. 또 낙산사의 홍련암이라는, 강원도 해안 지역 절벽에 위치한 암자가 있는데 유년기에 처음 방문하고는 매우 인상 깊게 남아있습니다. 그 암자의 바닥에는 손바닥으로 가려질만한 크기의 네모난 구멍이 뚫려 있고, 그 아래로는 자연 석굴과 파도를 볼 수 있는데 신화적인 이유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 작업의 '감각을 회복하는 다공질의 공간'이라는 키워드는 이렇게 실재하는 구멍 모티브와 24절기의 내용적 측면이 결합한 것입니다.
이번 작업을 위해 국내의 자연 재료로 만들어진 식물성 섬유를 많이 포함했습니다. 3대가 물려 쓰던 목화 이불을 이웃에게 받아서 재생시킨 목화솜과 그 이불의 속 커버 또한 재료로 사용하였습니다. 그 밖에도 저마 줄기로 만든 모시, 대마 줄기로 만든 삼베, 닥 섬유로 만든 다양한 두께와 질감의 한지로 절기 감각을 연결해 보았습니다. 재료를 직접 대면하면 생각으로만 구상했던 것에서 벗어나 다른 가능성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지의 경우 두께나 질감 차이뿐만 아니라 손으로 비비거나 통통 쳤을 때 나는 소리도 제각각 다른 점이 감각의 폭을 더 넓혀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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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Density of Light〉(2017) / 우란문화재단 《율동감각》 전시 / 사진: 김민수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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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언급한 것들과 더불어 《집, 옷을 입다》 전시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면서 건축가 조피아 한센 Zofia Hansen과 오스카르 한센 Oskar Hansen의 '열린 형식 Open Form/Otwarta Forma' 이론과 슈민 Szumin의 저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건축가가 주입한 고정불변의 건축이 아닌 사용자의 일상과 상호 작용을 하는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공간을 강조한 점에서 하나의 공간이 다목적으로 활용된 한옥과의 접점을 찾아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 폴란드 손님들이 작업실에 방문했을 때 전해 주신 첸트랄라 Centrala의 책(물, 빛, 바람, 중력을 건축적으로 관찰하는 워크숍 북)을 비롯해 열린 형식 이론을 검색하다 발견한 ⟪(니시자와 류에가 말하는) 열린 건축⟫이라는 책, 큐레이터의 추천으로 다시 읽게 된 유하니 팔라스마 Juhani Pallasmaa의 ⟪건축과 감각⟫, 날씨와 우리가 공기, 빛, 습기, 소리, 색 등의 매질을 통해 상호 침투하고 있다는 팀 잉골드 Timothy Ingold의 사유들,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Wisława Szymborska의 시 〈하늘 Niebo〉과 〈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 Widok z ziarnkiem piasku 〉,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Michelangelo Frammartino의 ⟪네 번⟫이라는 영화, 한병철의 ⟪리추얼의 종말⟫과 ⟪땅의 예찬⟫, 사찰에서 식사하기 전 되새겨 보도록 쓰여 있는 기도문 등 모두 작업을 풀어가는 양분으로 작용했습니다. 비유하자면 모습이 모두 다른 구슬들이 하나의 끈으로 연결된 듯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작업이 중력, 구름, 하늘, 땅, 사람, 빛, 동굴, 창호 같은 요소를 차용했던 저의 이전 작업들과도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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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건축,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사이의 관계를 전시 공간이라는 한정된 장소 안에 어떻게 구현하고자 하셨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민수: 변화하는 24절기의 감각에 빗대어 조직된 여러 질료들과 크고 작은 다채로운 구멍을 관찰하고 감각할 수 있습니다.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을 비롯해 신체로 하는 관찰을 권유하는 작업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를 방문 중인 손님들은 좌석 작업물에 앉아 쉬거나 통로 작업물 안팎을 지나다닐 수 있는데,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고 조심스럽게 작품의 질료들을 만져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구멍 너머로는 주변에 배치된 작품들과 함께 전시 공간을 새로이 감각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데, 그렇게 작용한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24절기를 마치 서사가 이어지는 24쪽의 펼쳐진 책장에 빗대어 다양한 섬유를 사용해 작업으로 펼쳐놓았는데, 동일한 하나의 질료에서 느끼는 계절 감각은 우리가 책을 읽을 때처럼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고 만지면서 소리도 듣고 재료마다 다른 수분감 같을 걸 느끼면서 직관적이고 지긋한 관찰로 질료들을 자신의 계절 감각과 연결해 보는 경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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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검은 사각형〉(2020) / 《저장 공간이 거의 가득 참》 전시 / 사진: 홍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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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작가의 설치작품 〈'하늘과 땅 사이를 방문 중인 손님'을 위한 통로〉는 폴란드와 한국의 섬유예술과 직물을 조망하는 《집, 옷을 입다 Dom Odziany》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작품으로, 두 나라의 전시 섹션을 상징적으로 잇는 역할을 한다. '계절의 조율'과 '공간의 호흡'을 주제로 하는 이번 전시는 2025년 8월 26일(화)부터 10월 19일(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인터뷰 및 사진 제공: 김민수 작가 | 번역 및 편집: AL (2025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