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재료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알리차 비엘라프스카는 가정집이나 건축자재 상점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평소에는 쉽게 지나치는 리놀륨, 목재 무늬 시트지, 바닥재 패널과 같은 재료를 작업에 사용했다. 그는 이러한 재료를 '반제품'이라고 불렀다. 2012년 《노테스 나 6 티고드니Notes na 6 Tygodni》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재료들에는 개인적인 흔적도, 뚜렷한 개성도 거의 없습니다. 그 자체로는 매우 중립적인 재료입니다. 하지만 이런 재료를 사용하면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 일상의 맥락을 벗어나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기능성과 실용성의 질서를 흔드는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비엘라프스카는 의미가 형성되는 경계에서 작업하며, 이러한 '평범한' 재료들의 기능을 비틀어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그는 2013년 바르샤바 자헹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직물의 찬란함 Splendor Tkanin》 도록에서 직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직물은 우리의 삶을 늘 함께하는 재료입니다. 피부와 몸에 가장 가까운 재료이기에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우리의 감각에 작용합니다. 드레스든 식탁보든 텐트든 직물은 우리가 원하는 형태를 쉽게 받아들이며, 매우 섬세해 보이지만 놀라울 만큼 견고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리놀륨, 바닥재 패널, 라미네이트, 모형 점토와 같은 중립적인 재료에서 벗어나 직물과 도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한동안 사용했던 중립적인 표현인 '오브제' 대신 다시 자신의 작업을 '조각'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일상적인 사물에 대한 관심과 물질성에 대한 탐구는 여전히 그의 작업의 핵심이지만, '조각'이라는 개념은 작품을 일상의 맥락에서 한 걸음 떼어내어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고 경험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준다.
인간적 차원
비엘라프스카의 작업은 문자 그대로도, 은유적으로도 인간을 기준으로 한 차원을 지닌다. 그는 대부분의 작품을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하고, 전시장 안에서 직접 설치를 완성한다. 작품은 자신의 신체 비례를 기준으로 구성된다. 비엘라프스카에게 인간의 존재는 우리를 둘러싼 사물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요소이다. 그는 작품에 자신의 지문을 남기거나 일부러 미완성의 흔적을 드러내고, 요소들을 일시적이고 덧없는 방식으로 배치함으로써 오브제가 지닌 촉각성과 공간 속에서 만들어내는 관계를 강조한다.
드로잉
비엘라프스카는 물질 세계 속에서 평범한 사물들이 지닌 시적인 가능성을 탐구한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언제나 드로잉에서 시작된다. 드로잉은 설치작업을 위한 설계도나 스케치가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적인 작품이자 조각을 예고하는 하나의 출발점이다. 선과 면, 색채, 아이디어, 그리고 현실에 대한 해석은 먼저 종이 위에 펼쳐지고, 그중 일부만이 실제 작품으로 구현된다. 그는 드로잉을 공간 설치와 함께 전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드로잉은 물리적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를 확장하고 '시각적 퍼즐'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언어
《...그리고 이름 붙일 수 없는 윤곽 ...i nieopisany kontur》(2015) / 직물, 알루미늄, 철강 / 2015년 《스포이제니아 2015 - 도이체방크상 Spojrzenia 2015 - Nagroda Deutsche Bank》 전시 전경 / 바르샤바 자헹 국립현대미술관 / 사진: Bartosz Górka
비엘라프스카의 작업을 이루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단어와 문자, 기호, 그리고 시이다. 작품의 제목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하나의 서사나 숨겨진 이야기를 암시한다. 제목에는 시의 한 구절이나 인용문, 혹은 사적인 대화의 일부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의 작업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새로운 작품은 이전 작업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때로는 수년 전의 아이디어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특정 공간을 위해 제작된 작품이든 아니든, 비엘라프스카는 언제나 조각과 공간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작업이 서로 다른 공간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는 작품이나 전시의 제목을 붙일 때 드로잉과 글이 함께 담긴 스케치북을 자주 펼쳐본다. 작품을 직접 설명하는 제목을 지향하지 않으며, 작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길고 시적인 제목도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이러한 제목은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해 저마다의 머릿속에서 추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도록 이끈다. 이러한 언어적 실험의 한 예가 현재는 운영되지 않는 바르샤바의 차르나 갤러리 Czarna Galeria에서 열린 전시 《뭔가를 잊어버린 것 같아. 나는 오히려 네가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해. - Mam poczucie, że o czymś zapomniałam. - Myślę, że za dużo pamiętasz.》로, 이 제목은 친구와 나눈 대화의 한 부분에서 가져온 것이다.
소프트 그라운드
《소프트 그라운드 Soft Ground》는 알리차 비엘라프스카와 리투아니아 예술가 크리스티나 아글라야 스칼디나 Kristina Aglaja Skaldina가 함께한 폴란드-리투아니아 공동 프로젝트로, 비엘라프스카가 2016년 니다 아트 콜로니 Nida Art Colony에서 두 달간 진행한 레지던시를 마무리하며 선보인 작업이다. 비엘라프스카는 큐레이터 유스테 코스티코바이테 Justė Kostikovaitė의 초청으로 리투아니아를 방문했으며, 그의 소개로 스칼디나를 만나게 되었다. 빌뉴스의 소두 4 프로젝트 스페이스 Sodų 4 Project Space에서 열린 《소프트 그라운드》 전시에서는 스칼디나의 무용 퍼포먼스도 함께 선보였다. 그는 오랫동안 드로잉과 조각을 중심으로 한 작업에 움직임을 더하고자 했으며, 두 작가는 직물이 형태를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재료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퍼포먼스의 안무는 담요 하나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스칼디나는 직사각형 담요가 만들어내는 좁은 공간 안에서 움직이며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담요를 여러 차례 접었다. 이 퍼포먼스는 빌뉴스 전시 개막식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전시에는 도자와 직물로 이루어진 오브제 연작과 드로잉, 퍼포먼스 기록이 함께 소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