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계절을 입다: 실내 직물의 역사
우리 조상들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직물을 활용해 주거 공간을 조율했다. 직물은 더위를 차단하고 실내를 따뜻하게 유지하며, 사생활을 보호하고 벌레를 쫓는 데에도 효과적이었다. 잊힌 이 오래된 지혜를 지금 다시 되살려보는 일, 지금 우리에게도 의미 있지 않을까?
2021년 6월 1일부터 27일까지 열린 런던 디자인비엔날레에서는 참가국들이 '공명 Resonance'을 주제로 저마다의 해석을 전시로 선보였다. 폴란드는 과거 생활 공간이 계절과 어떻게 공명했는지를 보여주는 직물 중심의 전시로 참여했다. 불과 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폴란드에서는 리넨, 양모, 자카드 같은 직물이 집에서 여름철 더위를 식히고 겨울철 혹한을 막는 데 쓰였다. 흥미롭게도 포르티에라 portiera(두꺼운 문가림천), 자플레첵 zaplecek(등받이 천), 파라반 parawan(병풍), 호드닉 chodnik(천 러그) 같은 직물은 신분의 차이를 넘어 궁전과 영지 저택은 물론, 시골 오두막에서도 사용되었다. 직물을 활용해 실내 온도를 조절하던 이러한 옛 방식들, 오늘날 우리의 생활에 접목해 볼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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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크라쿠프 소재의 기숙사에서 촬영된 자플레첵 / 사진: Zbigniew Zborowski / 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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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플레첵 zaplecek은 벽에 등을 기대고 앉을 때 전해지는 한기를 막기 위한 직물로, 등받이가 없는 가구에 앉는 경우를 대비해 벽에 걸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자수 장식이 더해진 자카드, 전통 자수 벽걸이 마카트카 makatka, 고블랭 gobelin 등 실로 그림을 짠 직물들이 주로 사용되었고, 단열과 동시에 공간을 장식하는 기능도 했다. 시골집에서는 동물이나 풍경이 수 놓인 자플레첵이 긴 의자, 침대, 소파 등과 함께 쓰였고, 궁전에서는 가문 문장이 수 놓인 것이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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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미국 대사관으로 사용되던 라친스키 궁전에서 내 파라반 / 사진: szukajwarchiwach.gov.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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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파라반 parawan은 주로 장식용 소품으로 여겨지지만, 과거에는 실용적인 쓰임새도 있었다. 이동식 틀에 천을 걸어 만든 파라반은 공간을 나누어 사적인 영역을 만들어주거나, 실내를 더 따뜻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특히 벽난로나 난로 옆에 세워두는 특수한 파라반은 열기를 붙잡아 '따뜻한 주머니' 같은 공간을 만들어 주었고, 그 안에 머물며 추운 날씨에 몸을 녹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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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와 소재 폴란드 대통령 별장 내 침실(1931) / 사진: 폴란드 국립디지털아카이브(바르샤바, 소장번호 3/1/0/9/7817) / 퍼블릭 도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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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도 일부 공공건물이나 카페에서는, 두껍고 무겁고 대체로 어두운색의 직물 커튼이 현관문 옆에 걸린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포르티에라 portiera는 문이 열릴 때마다 실내로 유입되는 외부의 찬 공기를 막아주던 일종의 완충 장치로, 실내 공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과거에는 일반 가정에서도 널리 사용되었으며, 스테판 제롬스키 Stefan Żeromski, 마리아 동브로프스카 Maria Dąbrowska, 엘리자 오제슈코바 Eliza Orzeszkowa 등 폴란드 작가들의 문학 작품 속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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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우스키 가문 저택의 자코파네풍 인테리어(1923) / 사진: 크라쿠프 국립미술원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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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폴란드에서도 호텔이나 일부 가정에서는 바닥 난방이 흔한 편의 시설로 자리 잡고 있다. 차가운 바닥을 맨발로 걷는 불편함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고, 따뜻한 바닥은 그만큼 더 쾌적한 생활 환경을 만들어준다. 전기 히터를 바닥 아래에 매립하는 방식이 개발되기 전에는 천 러그인 호드닉 chodnik이 일종의 '바닥 난방' 역할을 했다. 보통 면직물 자투리로 짠 긴 러그를 집 안의 주요 공간 사이에 길게 깔아, 차가운 바닥을 밟지 않고 이동할 수 있도록 주요 동선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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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제체 궁전 / 사진: audiovis.nac.gov.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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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 건축 기준이 변화하면서 주거 공간의 층고도 눈에 띄게 낮아졌다. 그러나 그 이전, 특히 석조 공동주택인 카미에니차 kamienica나 더 이른 시기에 지어진 궁전이나 성과 같은 건물에서는 천장이 사람 머리 위로 몇 미터나 솟아 있을 정도로 높았다. 이러한 공간은 시각적으로는 인상적이었지만,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간다는 물리 법칙 때문에 난방에는 매우 불리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겨울철에는 천장 아래에 두꺼운 직물인 포트수피트카 podsufitka를 펼쳐 임시로 천장을 낮추고, 따뜻한 공기가 사람 가까이에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조피아 한센 Zofia Hansenr과 오스카르 한센 Oskar Hansen 또한 이러한 방식을 난방에 활용했으며, 한센 부부의 주택이 있는 슈민 Szumin에서는, 오늘날에도 천장 아래에 걸린 이불을 직접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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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호와프 앞에 선 시골 소년 / 사진: Wojciech Pacewicz / P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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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귀족 가문에서 농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직물이 실내에서 활용되었지만, 오늘날에는 대부분 잊힌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호와프 muchołap 만큼은 여전히 쓰이고 있다. 실내로 들어오는 곤충을 막는데 이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아직 없기 때문일까? 문에 얇은 천 조각이나 레이스 커튼, 가볍고 통기성 좋은 리넨이나 면 소재 천을 달아 바람에 흩날리게 하면, 파리, 모기, 말벌 등 여름철 누구나 피하고 싶어 하는 불청객들의 실내 침입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한 가지 팁을 덧붙이자면, 무호와프는 색상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곤충이 특히 싫어하는 색으로 알려진 파란색을 사용하면 방충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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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그단스크 국립박물관 분관 우파겐 저택 Dom Uphag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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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공주와 왕자 이야기 속에 빠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캐노피 침대를 꿈꿔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동화 속 주인공들이 특히 자주 사용하던 그 침대는 실제 삶 속에서도 사용되며 매우 실용적인 기능을 했다. 두꺼운 천으로 만든 침대 커튼은 겨울철 추위를 막아주는 역할을 했고, 망사 소재 커튼은 여름철 파리나 모기의 방해 없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폴란드의 캐노피 발다힘 baldachim는 사생활을 보호하고 고요한 공간을 만들어주었으며, 별도의 침실이 없을 경우에는 외부와의 경계를 형성하는 장치로도 기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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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창문에 달린 자즈드로스트카 / 사진: Cezary Słomiński / P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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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자즈드로스트카 zazdrostka와 같은 직물 활용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방, 식당, 욕실처럼 사적 영역이 필요한 공간에서 자주 사용된다. 창문 중간 높이에 달아두는 레이스 커튼이나 얇은 가리개 천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차단해 실내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동시에, 햇빛이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지 않아 밝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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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어로 태피스트리를 뜻하는 타피세리에 tapiserie는 회화처럼 보이는 대형 직물로, 벽에 걸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사용하는 데에는 두 가지 주요한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장식 목적이다. 타피세리에는 풍속화나 풍경을 묘사하거나, 다양한 그래픽 패턴이 더하기도 하며, 다채롭거나 차분한 색감을 선택해 공간의 스타일이나 분위기에 어울리게 연출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바벨 성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바벨스키에 아라시 wawelskie arrasy'가 있다. 이와 같은 실내 장식은 16~17세기 유럽의 왕실에서 매우 유행했고, 당시 많은 군주들은 궁정 내에 타피세리에 공방을 두기도 했다. 하지만 타피세리에는 단순히 공간을 꾸미는 데 그치지 않고, 실내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실용적인 기능도 가진다. 넓은 벽면을 덮도록 걸기 때문에 벽을 통해 빠져나가는 열을 차단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
저자: 안나 치메르 Anna Cymer (최초 게재일: 2021년 5월 26일, 최종 업데이트: 2024년 2월 13일) | 번역: AL (2025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