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199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의 시인이자 수필가이다. 1923년 포즈난 인근의 소도시 쿠르니크 Kórnik에 위치한 브닌 Bnin 마을에서 태어났고, 2012년 2월 1일 일생을 보낸 도시인 크라쿠프에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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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되어버린 유명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그 명성에 비해 350편이라는 비교적 적은 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1957년 발간한 ⟪예티를 향한 부름 Wołanie do Yeti⟫에서 유고 시집 ⟪충분하다 Wystarczy (2012)⟫에 이르기까지 쉼보르스카는 비평가와 독자에게 언제나 높은 평가를 받아온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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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시청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 갈라 현장에서의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1996) / 사진: Sören Andersson / AP / East News
쉼보르스카의 지인들은 그를 '차분함을 즐기는 겸손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작가는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질문을 하는 것도, 스스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도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과시와 공식 행사를 즐기지 않는 성향을 아는 쉼보르스카의 지인들은 1996년 노벨위원회의 결정이 발표될 때까지의 수많은 인터뷰에 시달려야 했던 그의 상황을 들어 '스톡홀름의 비극'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실제로 쉼보르스카는 당시, 일생동안 했던 인터뷰의 수보다 더 많은 인터뷰를 해야 하기도 했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만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고 믿었기에, 문학과 시적 기법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즐겨하지 않았다. 글에서 돋보이는 유머 감각은 쉼보르스카의 일상생활에서도 함께했다. 집에서 직접 만든 콜라주 작품과 복권을 친구와 지인들에게 선물하곤 했는데, 유쾌하고도 키치한 작은 선물들이 복권 당첨 선물로 주어졌다. 쉼보르스카는 ⟪쓸모없는 기념품,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친구와 꿈 Pamiątkowe rupiecie, przyjaciele i sny Wisławy Szymborskiej (1997)⟫ 앨범의 저자인 안나 비콘트 Anna Bikont와 요안나 슈쳉스나 Joanna Szczęsna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꽤 행복한 삶을 살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죽음과 환멸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사적인 이야기를 직접 하고 싶지 않고, 다른이가 하는 것 또한 원하지 않는다. 사람을 대할 때는 다른 얼굴을 보이기 때문에, 이야기적 측면에서 사람들에게 나는 '게임과 수수께끼를 생각해 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복한 사람'으로만 비친다. […] 걱정이 있거나 우울할 때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지 않는다."
유년기와 청소년기
사실 우리에게 알려진 '비스와바'는 작가의 중간 이름이다. 그의 첫 번째 이름은 '마리아 Maria'이고 애칭은 '마리흐나 Marychna'에서 따온 '이흐나 Ichna'였다. '이흐나'의 시적 재능은 재미있는 시를 지을 때마다 아버지가 용돈을 주던 때부터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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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와바의 아버지 빈첸티 쉼보르스카 Wincenty Szymborski는 폴란드 남부 타트라산맥 도시 자코파네 Zakopane에서 브와디스와프 자모이스키 Władysław Zamoyski 백작의 재산 관리인으로 일했다. 자모이스키 백작은 폐병을 치료하기 위해 자코파네에 머물렀지만, 연이어 앓게된 심장병으로 인해 결국은 자코파네를 떠나야만 했다. 로테르문트 Rottermund 가문에서 태어난 어머니 안나 마리아 Anna Maria는 비스와바의 언니인 나보야 Nawoja와 함께 쿠르니크 Kórnik로 거처를 옮겼고, 바로 그곳에서 쉼보르스키 가문의 둘째 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가 태어났다. 자모이스키 백작이 세상을 떠난 뒤 쉼보르스카의 가족은 토룬으로 떠났고, 5년 후에는 크라쿠프로 거처를 옮겼다.
그 이후 작가는 일생의 대부분을 바벨성이 위치한 폴란드의 왕도 크라쿠프에서 보냈다. 우르슐란키 자매 중학교 Gimnazjum Sióstr Urszulanek 입학한 쉼보르스카는 독일의 폴란드 점령 당시 비밀 교육 조직에서 수학하며 1941년 고등학교 졸업시험을 치렀다. 1943년에는 나치 독일로 추방되지 않기 위해 철도 사무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쉼보르스카의 특별한 예술적 재능은 얀 스타니스와프스키 Jan Stanisławski의 교과서 ⟪First Steps in English⟫ 개정본 작업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고, 1945년 크라쿠프의 일간지 ⟪폴란드 일보 Dziennik Polski⟫에서 ⟪단어 찾기 Szukam słowa⟫라는 시로 문단에 데뷔했다. 1년 후 크라쿠프의 야기에워대학교 폴란드어학과 입학 후 사회학과로 전과하였으나, 재정문제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게 되었다.
시인이자 편집자
1948년 쉼보르스카는 시인 아담 브워데크 Adam Włodek와 결혼을 하였다. 부부가 된 두 작가는 크루프니차 거리 22번지의 '문학가의 집 Dom Literatów'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였고, 이곳에서 수많은 훌륭한 문인들을 만났다. 하지만 이들의 결혼 생활은 1954년 마침표를 찍게 되었고, 두 작가는 친구로 남았다. 15년 후, 쉼보르스카는 코르넬 필리포비치 Kornel Filipowicz와 연인관계로 발전하였으나, 결혼은 하지 않고 따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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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와바 쉼보르스카 & 체스와프 미워시 (1998) / 사진: Krzysztof Wojciewski / Forum
1952년 첫 번째 시집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Dlatego żyjemy⟫ 출간 후 같은 해 폴란드작가연합의 회원이 되었다. 1954년 발간된 시집 ⟪나에게 던진 질문 Pytania zadawane sobie⟫에 당대 정치 현실에 압력을 받아 작성된 시들이 수록되었고, 이후 발간된 작가의 선집에서 이 작품들은 다시 만나볼 수 없었다. 예지 일크 Jerzy Illg는 저서 ⟪노벨상 수상자, 카바레, 우정, 책, 여성에 대하여 O noblistach, kabaretach, przyjaźniach, książkach, kobietach (2009)⟫에서 작가의 초기 작품 속 당파적 행보에 대한 쉼보르스카의 대답을 인용했다.
"글쎄요, 당시 올바르게 판단했어야 할 문제에 대해 젊고 순진하고 무지했던 저 자신이 안타깝네요. 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제 행보에 대해 가혹히 비판할 권리를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만약 그들이 정말로, 나중에 쓴 제 모든 작품보다 과거에 발표했던 몇 편의 시가 더 의미가 있다고 확신한다면 말이죠."
쉼보르스카는 1953년부터 1966년까지 폴란드 대표 문예지 ⟪문학생활 Życie Literackie⟫의 시 섹션을 이끌었고, 브워지미에시 마치옹크 Włodzimierz Maciąg와 함께 '우편문학 Poczta literacka'을 공동으로 편집했다. 1967년부터 1981년까지 작업했던 칼럼 시리즈 ⟪읽거나 말거나 Lektury nadobowiązkowe⟫는 여러 신문과 잡지를 통해 공개되었고, 이후 책으로도 발간되었다. 1983년부터는 주간지 ⟪티고드니크 포프셰흐니 Tygodnik Powszechny⟫, 월간지 ⟪나그워스 NaGłos⟫와도 협력 관계를 맺었다. 1988년에는 펜클럽 Pen Club의 회원이 되었고, 2001년에는 미국예술문학아카데미 American Academy of Arts and Letters의 명예 회원이 되었다.
세계적인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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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파네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1996) / 사진: Adam Golec / AG
일반적으로 2천 부가량의 시집 판매고를 올리는 미국에서 쉼보르스카의 시집 ⟪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 View With a Grain of Sand⟫ (번역: 스타니스와프 바란차크 Stanisław Barańczak & 클레어 카바나 Clare Cavanagh)은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약 12만 부의 판매를 기록했다. 카를 데데치우스 Karl Dedecius의 독일어 번역본은 6만 부, 안데르스 보데고르드 Anders Bodegård의 스웨덴어 번역본은 1만 부가 넘는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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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와프 미워시 Czesław Miłosz, 귄터 그라스 Günter Grass, 리투아니아 시인이자 학자인 토마스 벤츨로바 Tomas Venclova가 참석한 2000년 가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 회의 자리에서는 특별한 서프라이즈가 쉼보르스카 시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리투아니아어로 번역된 쉼보르스카의 시를 바탕으로 한 배우의 모노드라마를 본 쉼보르스카는 놀라움을 멈추지 못했다. 예지 일크는 그날 시인의 반응에 대해 다음과 같이 책에 남겼다.
"제 시는 연극을 하거나 노래하거나 춤추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제 시는 읽고 생각하기 위한 거예요!" 어느 시점에서 작가는 갑자기 겁에 질렸다. "맙소사, 나중에 분장실에서 배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어요! […]" 배우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비스와바에게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 시로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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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 ⟪두 번은 없다⟫ 본문 및 작가 사인
쉼보르스카는 동물, 그중에서도 작품에 등장하곤 했던 원숭이를 사랑했고, 또 높이 평가했다. 작가는 침팬지 보호에 평생을 바친 제인 구달을 존경하기도 했다. 또한 비뚤어진 지적 재치를 가진 영화감독 우디 앨런에게 영적인 연결을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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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마리안 스탈라 Marian Stala는 쉼보르스카에게 왜 파토스를 좋아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쉼보르스카는 예술가에 걸맞은 대답을 내놓았다.
"글을 쓸 때면 항상 누군가 내 뒤에 서서 마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거창한 말은 최대한 피하기 위해 집중합니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대표 저서
-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Dlatego żyjemy⟫ | 출판: 치텔니크 Czytelnik | 1952 | 바르샤바
- ⟪나에게 던진 질문 Pytania zadawane sobie⟫ | 출판: 문학출판사 Wydawnictwo Literackie | 1954 | 크라쿠프
- ⟪예티를 향한 부름 Wołanie do Yeti⟫ | 출판: 문학출판사 | 1957 | 크라쿠프
- ⟪소금 Sól⟫ | 출판: 국립출판연구소 Państwowy Instytut Wydawniczy (1962 | 바르샤바
- ⟪자선(自選)시집 Wiersze wybrane⟫ | 출판: 국립출판연구소 | 1964 | 바르샤바
- ⟪애물단지 Sto pociech⟫ | 출판: 국립출판연구소 | 1967 | 바르샤바
- ⟪만일의 경우 Wszelki wypadek⟫ | 출판: 치텔니크 | 1972 | 바르샤바
- ⟪선택된 시 Wybór wierszy⟫ | 출판: 국립출판연구소 | 1973 | 바르샤바
- ⟪거대한 숫자 Wielka liczba⟫ | 출판: 치텔니크 | 1976 | 바르샤바
- ⟪안경원숭이와 기타 시 Tarsjusz i inne wiersze⟫ | 출판: Krajowa Agencja Wydawnicza | 1976 | 바르샤바
- ⟪다리 위의 사람들 Ludzie na moście⟫ | 출판: 치텔니크 | 1986 | 바르샤바
- ⟪읽거나 말거나 Lektury nadobowiązkowe⟫ | 출판: 문학출판사 | 1992 | 크라쿠프
- ⟪끝과 시작 Koniec i początek⟫ | 출판: a5 | 1993 | 포즈난
- ⟪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 Widok z ziarnkiem piasku⟫ | 출판: a5 | 1996 | 포즈난
- ⟪인생이란 기다림 Życie na poczekaniu⟫ | 출판: 문학출판사 | 1996 | 크라쿠프
- ⟪100개의 시 – 애물단지 Sto wierszy – sto pociech⟫ | 출판: 문학출판사 | 1997 | 크라쿠프
- ⟪순간 Chwila⟫ | 출판: 즈나크 Znak | 2002 | 크라쿠프
- ⟪읽거나 말거나: 1997-2002⟫ | 출판: 문학출판사 | 2002 | 크라쿠프
- ⟪어른들을 위한 운율놀이 Rymowanki dla dużych dzieci⟫ | 출판: a5 | 2003 | 크라쿠프
- ⟪콜론 Dwukropek⟫ | 출판: a5 | 2005 | 크라쿠프
- ⟪참여의식: 선택된 시 Zmysł udziału: wybór wierszy⟫ | 출판: 문학출판사 | 2006 | 크라쿠프
- ⟪두 번은 없다 Nic dwa razy. Nothing Twice (폴란드어-영어 합본)⟫ | 출판: 문학출판사 | 2007 | 크라쿠프
- ⟪행복한 사랑 Miłość szczęśliwa⟫ | 출판: a5 | 2007 | 크라쿠프
- ⟪여기 Tutaj⟫ | 출판: 즈나크 | 2009 | 크라쿠프
- ⟪식물의 침묵 Milczenie roślin⟫ | 출판: 즈나크 | 2011 | 크라쿠프
- ⟪충분하다 Wystarczy⟫ | 출판: a5 | 2011 | 크라쿠프
- ⟪리볼버의 희미함 Błysk rewolwru⟫ | 출판: 아고라 Agora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재단 Fundacja Wisławy Szymborskiej | 2013 | 바르샤바
- ⟪다리 위의 사람들⟫ | 출판: 즈나크 | 2016 | 크라쿠프
한국어로 번역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국내 출간작
- ⟪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 쉼보르스카 시집⟫ | 옮긴이: 이해경 | 출판: 문학동네 | 1997년
- ⟪끝과 시작: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 옮긴이: 최성은 | 출판: 문학과지성사 | 2007년 (재출간: 2021년)
- ⟪읽거나 말거나: 쉼보르스카 서평집⟫ | 옮긴이: 최성은 | 출판: 봄날의책 | 2018년
- ⟪충분하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유고 시집⟫ | 옮긴이: 최성은 | 출판: 문학과지성사 | 2016년
- ⟪검은 노래 Czarna piosenka⟫ | 옮긴이: 최성은 | 출판: 문학과지성사 | 2021년
- ⟪첫눈에 반한 사랑 Miłość od pierwszego wejrzenia⟫ | 그림: 베아트리체 가스카 퀘이라차 Beatrice Gasca Queirazza | 옮긴이: 이지원 | 출판: 나무의말 | 2023년
저자: 야누시 R 코발치크 Janusz R. Kowalczyk / 번역: AL (2023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