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크리스마스 음식 가이드
크리스마스이브는 폴란드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 중 하나로, 특히 음식 문화에서는 그날의 만찬이 가장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전통적으로 이날 식탁에는 열두 가지 요리가 준비되며, 폴란드 전역에서 사랑받는 요리와 특정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요리가 함께 차려집니다. 일부 음식은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지만, 일 년에 단 한 번 오직 크리스마스에만 맛볼 수 있는 요리도 있습니다. 차려진 음식마다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은 모두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차려진 크리스마스이브 식탁의 요리들은 폴란드 전통 요리의 핵심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요소로 여겨집니다.
주파 그지보바 Zupa grzybowa | 버섯 수프
버섯 수프 / 사진: Wojciech Pacewicz / PAP
버섯 수프는 폴란드 식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말린 숲속 버섯으로 만드는데, 이 가운데서도 특히 그물버섯이 가장 널리 사용됩니다. 수프에는 보통 가느다란 국수나 사각 모양의 면을 곁들이며, 이 중 이탈리아어 '라자냐'에서 유래한 면인 와잔키 łazanki는 양배추와 버섯을 더해 메인 요리로도 즐겨 먹는다. 취향에 따라 사워크림을 한 스푼 얹어 먹기도 하고, 없이 먹기도 합니다.
바르슈치 체르보니 스 우슈카미 Barszcz czerwony z uszkami | 버섯을 곁들인 비트 수프
우슈카가 들어간 붉은 비트 수프 바르슈치 / 사진: Zbigniew Lewczak/Getty Images
폴란드 사전에서 '바르슈치 barszcz'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두 가지 뜻을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발효액으로 만든 수프인 '주파 나 자크바시에 zupa na zakwasie', 혹은 그 한 그릇을 의미하며, 둘째는 온대 기후에서 자라는 넓은 잎을 가진 식물인 호그위드 hogweed를 뜻합니다. 여러 종류의 수프를 통칭하는 말로 쓰여 온 바르슈치는 오래전부터 슬라브 문화의 일부였지만, 지금처럼 늘 비트를 사용해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본래의 바르슈치는 앞서 언급한 호그위드를 이용해 만들었으며, 이 식물을 양배추 절임처럼 발효시켜 산미를 내는 방식이었습니다. 따라서 현대의 바르슈치나, 혹은 때로 '초록색 바르슈치'라고 부르는 수렐(수영) 수프 역시 이러한 산뜻한 신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리바 포 그레츠쿠 Ryba po grecku | 그리스식 생선 요리
그리스식 생선 요리 '리바 포 그레츠쿠' / 사진: Piotr Bławicki / East News
전채로 즐기는 이 요리는 이름만 보면 '그리스식 생선'을 뜻하지만, 실제로는 그리스와 아무 관련이 없으며 이름의 유래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토마토를 베이스로 한 채소 소스에 생선을 곁들이는 방식이 지중해 요리를 연상시키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폴란드의 '그리스식 생선'은 코르푸 지방의 생선 요리인 부르데토 bourdeto와도 어느 정도 닮았습니다. 이 요리는 명태나 대구 같은 흰살생선 포를 튀긴 뒤, 양파와 채 썬 당근, 파슬리 뿌리, 셀러리 뿌리, 토마토 페이스트, 각종 향신료를 넣어 만든 풍부한 맛의 소스에 조려 완성합니다.
카르프 스마조니 Karp smażony | 잉어 튀김
버터에 파프리카를 곁들여 튀긴 잉어 요리 / 사진: Marcin Klaban / AW
폴란드의 잉어 양식 전통은 최소 700년에 이르며, 수 세기 동안 왕실 식탁에도 오르던 귀한 식재료였습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음식으로 널리 자리 잡은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입니다. 잉어는 잔더, 장어, 강꼬치와 같은 고급 생선들보다 인기가 많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잉어 특유의 '흙내'를 싫어하기 때문에 동시에 식탁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잉어를 즐기는 이들은 보통 밀가루를 묻혀 튀긴 뒤, 따뜻한 양배추절임과 삶은 감자를 곁들여 먹습니다.
카르프 포 지도프스쿠 Karp po żydowsku | 유대인식 잉어 요리
유대인식 잉어 요리 '리바 포 지도프스쿠' / 사진: Grzegorz Skowronek / AG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잉어가 메인 요리뿐 아니라 전채 요리로도 자주 등장합니다. 먼저 생선을 육수에 삶아 그 국물을 굳혀 젤리 형태로 만듭니다. 여기에 아몬드, 건포도, 양파를 더해 단맛을 낸 이 요리는 과거 중부 유럽에 살던 아슈케나지 유대인의 전통 음식이기도 합니다.
실레치 Śledź | 청어 절임
식초에 절인 청어 / 사진: iStockphoto/Getty Images
파티와 축제가 한창인 가운데 잠시 쉬어가는 음식이자, 가톨릭 금식 기간 동안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했던 다소 달갑지 않은 음식이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폴란드에서 청어는 문화적 이미지상 일종의 '미식적 모순'처럼 여겨지지만, 생선 소비가 적은 나라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중요한 식재료입니다.
비고스 Bigos | 사냥꾼의 스튜
카푸스타 키쇼나와 버섯을 넣어 만든 비고스 / 사진: Marianna Osko / East News
폴란드 요리에서 양배추 절임 '카푸스타 키쇼나 kapusta kiszona'의 존재감은 매우 강하며, 특히 크리스마스이브에 그 중요성이 더 커집니다. 거의 모든 가정에서 피에로기 속 소로 카푸스타 키쇼나를 사용하거나, 와잔키의 소스, 혹은 건조시킨 야생 버섯이나 노란 완두콩을 더해 반찬으로 즐기기도 합니다. 일부 폴란드 사람들은 불린 건포도를 넣어 함께 먹기도 합니다. 비고스는 카푸스타 키쇼나로 만든 대표적인 요리이기도 합니다.
피에로기 Pierogi | 폴란드식 만두
피에로기 / 사진: Monika Zbojeńska/IAM
피에로기는 의심할 여지 없이 폴란드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요리입니다. 먹는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대표적인 '컴포트 푸드'이자 호불호 없이 누구나 사랑하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나라에는 각자 고유한 속을 넣은 비슷한 요리가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인기가 놀랍지도 않습니다. 바로 피에로기란 그런 요리다. 치즈와 감자, 양배추와 버섯, 고기, 시금치, 렌틸콩, 달콤하게 만든 코티지 치즈나 베리류 등 다양한 속을 가득 넣어 삶아낸 맛있는 만두 요리입니다. 늘 친숙함과 이국적인 맛이 완벽하게 어우러집니다.
쿠티아 Kutia | 곡물로 만든 푸딩
쿠티아 / 사진: Michal Kołyga / Reporter / East News
쿠티아는 폴란드 동부에서 크리스마스이브 만찬을 위해 특별히 준비되는,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 디저트입니다. 삶은 밀알과 양귀비씨, 꿀, 건조 과일 또는 설탕에 절인 과일(때로는 소량의 레드 와인에 담가 두기도 함), 그리고 다양한 견과류와 씨앗, 주로 아몬드, 해바라기씨, 호두를 섞어 만듭니다. 과거 쿠티아는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지녔으며, 슬라브의 종교적 신앙과도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와 유사한 요리는 시칠리아와 그리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 쿠티아의 기원이 매우 오래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마코비에츠 Makowiec | 양귀비씨 케이크
루바르투프의 마리아 시에이의 빵집에서 만든 마코비에츠 / 사진: Wojciech Pacewicz / PAP
가장 독특하면서도, 아마 폴란드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케이크 중 하나인 마코비에츠는 대개 슈트루델처럼 생긴 발효 빵에, 곱게 간 양귀비씨, 버터, 꿀, 건조 과일과 견과류를 넣어 만든 풍성한 속을 채워 만듭니다. 다양한 모양과 변형이 존재하지만, 양귀비씨는 폴란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축제용 별미 중 하나라는 점 -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피에르닉 Piernik | 진저브레드
피에르닉 / 사진: Andrzej Zygmuntowicz / Reporter / East News
전통 폴란드 요리 레시피는 생강, 계피, 육두구 등 이국적인 향신료로 가득했으며, 이러한 향신료는 피에르닉을 만들 때 모두 사용되었습니다. 피에르닉은 17세기에 만들어진 아름다운 케이크로, 미코와이 코페르닉 Mikołaj Kopernik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의 고향인 토룬 Toruń에서 탄생했습니다. 이곳에서는 피에르닉 박물관을 방문하고, 지금도 최고의 쿠키를 맛볼 수 있습니다. 많은 가정에서 여전히 만들어지는 전통 옛 폴란드식 피에르닉은 많은 시간과 세심한 정성이 필요한 디저트입니다. 반죽은 꿀, 버터 또는 라드, 설탕, 달걀, 밀가루, 향신료 혼합물로 이루어지며, 특별한 풍미를 내기 위해 반죽은 크리스마스 몇 주 전부터 미리 만들어 숙성시켜야 합니다. 크리스마스이브 며칠 전에 굽는 것이 만찬용으로 가장 이상적입니다. 구운 피에르닉은 길게 잘라 전통 자두 잼인 '포비드와 powidła'을 바른 층과 함께 먹습니다. 오래 보관해도 신선함이 유지되며, 폴란드 사람들은 쿠키를 구워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콤포트 스 수슈 Kompot z suszu | 건조 & 훈제 과일로 만든 천연 소화제 음료
콤포트 스 수슈 / 사진: Damian Klamka / East News
폴란드 사람들은 말린 과일과 훈제 과일을 좋아하며, 특히 크리스마스 요리에 자주 사용합니다. 콤포트는 크리스마스이브 만찬의 마지막에 제공되는 인기 음료로, 그중 콤포트 스 수슈는 자두, 사과, 배, 건포도, 살구 등으로 만든 삶은 말린 과일과 훈제 과일을 재료로 사용합니다. 독특하면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맛을 지니며, 푸짐한 식사 후 소화를 돕는 효과가 있어 특히 크리스마스에 더욱 사랑받습니다.
저자: 나탈리아 멩트락-루다 Natalia Mętrak-Ruda | 번역: AL (2025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