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 하인체는 거의 40년의 세월을 당대 가장 중요한 어린이책 출판사였던 ‘나샤 크시엥가르니아 Nasza Księgarnia’의 미술 편집인으로 일했다. 자연에 대한 책들을 가장 즐겁게 작업하였고, 무엇보다도 곤충학에 가장 열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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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 하인체는 1921년 7월 18일 태어났다. 바르샤바의 브와디스와프 4세 고등학교에 다녔으나, 동시대의 많은 이들처럼 대학입학자격시험은 1940년, 학교가 비밀로 조직한 시험에서 볼 수 있었다. 그의 젊은 시절은 폴란드의 역사와 함께한다. 하인체는 지하 저항조직이었던 회색 군단 Szare Szeregi 소속으로 바르샤바 봉기에서 싸웠다. 제2차 세계대전이 세상의 모습을 영원히 바꾸었던 바로 그때 성년이 되었던 '콜럼버스 세대 pokolenie Kolumbów'에 속한다. 바르샤바 봉기 시절, 미래 일러스트레이터의 암호명은 '코코 koko'로 하사계급장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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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 하인체가 그린 나방 (1975) / 사진: Magdalena Hartwig / 국립디지털아카이브 / audiovis.nac.gov.pl
전쟁 시기 예지 하인체는 지하 조직인 바르샤바 의대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의사가 될 운명은 아니었는지, 곧 회화 역시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그의 많은 취미와 재능에 잘 맞았다. 1946년 바르샤바 국립미술원에서 학업을 시작해 6년 후에는 화가 에드바르드 코코슈코 Edward Kokoszko 교수 밑에서 학위를 받았다. 코코슈코 교수는 '성 우카시 형제단 Bractwo św. Łukasza'이라는 미술 그룹과 '와드 ŁAD'의 일원이었다. 졸업 후 하인체는 학교에 남아 조교로 일하다 후에는 회화과 교수가 되었다. 1951년 '폴란드 미술인 연맹 Związek Polskich Artystów Plastyków'에 가입했고, 일 년 후 '나샤 크시엥가르니아'의 미술 편집인이 되었다. 폴란드에서 '나샤 크시엥가르니아'는 화려한 일러스트레이션이 들어간 매우 다양한 어린이책을 출판하는 중요한 출판사였다. 하인체는 이곳에서 1989년까지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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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 하인체 ⟪이국적인 나비들Motyle egzotyczne⟫ 엽서 세트 (1966) / 출판: 루흐 / 사진: vivarium.com.pl
하인체는 책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며 직업인의 길을 빨리 택했던 편이었지만, 일러스트레이션 외에도 많은 관심과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중 그의 작품 활동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곤충학이었다. 하인체에게 있어 곤충에 대한 지식에 파고드는 것은 취미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고, 정식 학문으로 배운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두 번째 직업으로 여겼다. 나비를 직접 기르며 나비의 한살이에 대해 학문적으로 연구하였고, '폴란드 곤충학회 Polskie Towarzystwo Entomologiczne'의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가 오늘날 높은 평가를 받는 ⟪폴란드 나비 도감 Motyle Polski⟫이다. 하인체의 ⟪폴란드 나비 도감⟫ 일러스트레이션은 회화적인 매력과 다큐멘터리의 정확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사람들은 하인체의 그림에서 나비 날개의 분까지 보인다고 말하지만, 이러한 세부 사항까지는 당시의 인쇄가 구현해 내지 못했다).
1964년에 출간되어 일러스트레이터들과 그 작품을 소개하는 ⟪'나샤 크시엥가르니아' 책 일러스트레이션 Grafiki w książkach Naszej Księgarni⟫은 하인체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하인체는 순수한 다큐멘터리적 주제에서 의심할 여지 없는 예술 작품을 뽑아내는 예외적인 화가이다."
하인체의 작품세계는 '나샤 크시엥가르니아'의 수많은 일러스트레이터 중에서도 자연에 대한 감수성과 곤충과 동물, 식물의 모습을 충실하고도 시각적으로 매우 매력적으로 그려내는 능력으로 두드러진다. 나비 도감 외에 하인체는 독자들에게 식물과 동물의 세계를 가까이 소개하는 많은 책을 작업하였다. ⟪강에 사는 생물들 Mieszkańcy rzeki⟫, ⟪호수에 사는 생물들 Mieszkańcy jeziora⟫ 시리즈 외에도 엽서 시리즈 ⟪매우 희한한 곤충들 Bardzo dziwne owady⟫, 야행성 나방을 그린 시리즈 ⟪폴란드의 가장 아름다운 스핑크스들 Najpiękniejsze sfinksy polskie⟫ 등이 대표작이다. 하인체의 아들은 우르슐라 주토프스카-토마셰프스카 Urszula Żółtowska-Tomaszewska가 폴란드 라디오에서 만든 첫 번째 프로그램에서 아버지가 곤충에 대한 지식을 대중화시키는 데 노력하였고,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자연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비의 한살이나 다른 곤충에 대한 질문이 담긴 독자와 시청자들의 편지에 답했다고 회고하였다.
예지 하인체는 백과사전, 사전, 도감, 자연과 곤충에 대한 지식 정보책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즐겨하였다. 어린이책으로도 수십 권의 작품을 남겼는데, 동물, 식물, 계절, 자연과 기상 현상 등 자연을 주제로 한 책들이 가장 많다. 자신의 다른 작품 속에서도 동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기도 하였는데, 크시슈토프 자누씨 Krzysztof Zanussi의 영화 ⟪보호색 Barwy ochronne⟫의 도입 부분에도 그의 작품이 들어간다. 배우와 영화 제작자들의 이름은 새, 물고기, 양서류들의 그림과 함께 나타난다. 하인체의 아들은 앞서 언급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아버지가 했던 특이한 작업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했다. 경찰의 주문을 받아 몽타주 초상화의 밑 작업을 하였는데, 따로 그려진 눈썹, 수염, 코, 입 등을 서로 바꾸고 맞춰 가장 비슷한 초상화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었다.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웠던 시절에는 의대 시절에 배웠던 기술을 이용해 치과에서 보조사로 일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오페라의 노래를 배우기도 했고, 피아노를 연주했으며, 짧은 경구를 쓰는 작가이기도 하였다.
저자: 안나 치메르 Anna Cymer (2022년 6월) / 번역: 이지원 (2023년 3월) / 편집: AL (2023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