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재료의 왕, 감자
폴란드 식문화를 가장 잘 대표하는 재료가 하나 있다면, 아마 감자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폴란드에서는 메밀, 절임 양배추 '카푸스타 키쇼나', 코티지 치즈 '트바룩', 산에서 채취한 야생 버섯처럼 독특하고 흥미로운 식재료들도 즐겨 사용합니다. 또한, 아일랜드와 같이 감자에 대한 애정과 역사적 의존도가 더 큰 나라가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박한 재료인 감자는 폴란드의 다양한 전통 요리, 지역 요리, 현대 요리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영양가가 높고 활용도가 뛰어난 감자는, 가난과 전쟁이라는 어려운 시기에도 언제나 폴란드인의 곁을 지켜준 든든한 동반자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폴란드에서 감자는 점심 정식 '오비아트 obiad'의 주인공인 메인 메뉴에 곁들이는 부재료로 여겨지며, 할머니들은 편식하는 아이들에게 "감자는 남겨도 되니 고기만이라도 먹어라"라는 말을 흔히 하곤 했습니다. 그만큼 감자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음식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감자 요리를 보유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폴란드인들은 감자의 품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보통 속살의 색에 따라 하얀 감자(분질 감자)와 노란 감자(점질 감자)로만 구분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흰 감자는 폴란드 동부에서, 노란 감자는 서부에서 선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봄철의 햇감자처럼 그 자체로 특별한 맛을 지닌 경우에는 감자가 특별한 대접을 받기도 하며, 요리의 중심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감자는 마치 태곳적부터 폴란드 요리의 일부였던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와과 마찬가지로 약 200년 전 폴란드에 처음 유입된 감자는 빠른 속도로 보급되었고, 피에로기, 덤플링, 팬케이크와 같은 요리에서 밀이나 기타 곡물을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감자의 인기는 폴란드어에서 감자를 부르는 다양한 명칭에도 잘 드러납니다. 일반적으로 '지엠니아키 ziemniaki'나 '카르토플레 kartofle'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이 외에도 특정 지역에서는 '피리 pyry', '그룰레 grule', '불비 bulwy', '페르키 perki', '짐니오키 zimnioki'와 같은 명칭으로도 불립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폴란드의 감자 요리로는 포들라시에 Podlasie 지방의 감자 파운드케이크 '밥카 지엠니아차나 babka ziemniaczana', 실롱스크 Śląsk 지방의 감자 덤플링 '클루스키 실롱스키에 kluski śląskie', 감자와 치즈 속을 넣은 폴란드식 만두 '루스키 피에로기 ruskie pierogi' 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폴란드에서는 다음과 같은 감자 요리를 즐겨 먹습니다.
Picture display
standardowy (864px desktop)
전형적인 폴란드식 저녁 식사 / 사진: Getty Images
Picture image
typical_polish_dinner_gettyimages-1152256394.jpg
감자 고웡프키 Gołąbki ziemiaczane
볼레스와바 카베츠카-스타르마호바 Bolesława Kawecka-Starmachowa가 전쟁 시기인 1940년에 펴낸 요리책 《감자로 만드는 100가지 요리 Sto potraw z ziemniaków / A Hundred Potato Dishes》에서는 고기와 쌀 대신 감자를 속으로 넣은 양배추롤 '고웡프키' 레시피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조리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생감자를 강판에 갈아 물기를 짠 뒤, 삶은 감자 1/3과 볶은 양파, 소금, 후추를 넣어 잘 섞습니다. 이렇게 만든 속을 카푸스타 키쇼나(폴란드식 자우어크라우트) 잎에 싸서 냄비에 빽빽이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오븐에 넣어 구워줍니다. 다음 날 모양이 고정된 고웡프키를 팬에서 구워 완성합니다.
감자, 양파, 베이컨을 섞어 속을 채운 비슷한 양배추 롤 요리는 폴란드 동부 지역에서 즐겨 먹는 전통 요리로, 벨라루스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포들라시에 Podlasie 지방에서는 '고웡프키 gołąbki'라는 이름 대신 지금도 이 요리를 '홀룹체 holubce' 또는 '골룹치 golubcy'라 부릅니다. 예전에는 발효시킨 양배추의 통잎에 속을 싸서 만들었지만, 오늘날에는 일반 양배추 잎을 주로 사용하며, 이러한 조리 방식은 현재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기술이 되었습니다.
피지 Pyzy
Picture display
standardowy (864px desktop)
피지 / 사진: Artur Kotowski / Getty Images
Picture image
pyzy_gettyimages_2.jpg
바르샤바를 대표하는 전통 요리를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 단연코 '피지 pyzy'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겁니다. 피지는 감자를 주재료로 반죽해 만든 덤플링의 일종으로, 생감자와 익힌 감자를 2:1의 비율로 섞어 만듭니다. 속을 넣지 않고 만들기도 하고, 고기를 채워 넣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볶은 양파와 돼지껍질 튀김과 함께 곁들여 먹습니다. 단순한 요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피지는 단지 덤플링 그 자체만이 아니라 어디에서,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한 요리입니다.
바르샤바 프라가 Praga 지역에 위치한 바자르 루지츠키에고 Bazar Różyckiego는 바르샤바 민속 문화를 상징하는 시장으로, 19세기 말 약사이자 자선가이자 기업가였던 율리안 유제프 루지츠키 Julian Józef Różycki가 설립한 곳입니다. 비스와강 동쪽의 상업 중심지였던 이곳은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로 널리 알려졌으며,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다른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바르샤바 봉기 당시 일부가 화재로 소실되기도 했지만, 전후에는 오히려 더 크게 번성하여 고급 상품, 모피, 최신 유행 드레스 등이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시장에서 쇼핑하다 배가 고파지면, 사람들은 담요나 신문지로 따뜻하게 감싸놓은 유리병 속 피지를 사서 시장 한복판에 서서 먹곤 했습니다. 오늘날에도 바자르 루지츠키에고 바로 옆에 위치한 '피지, 플라키 고롱체 Pyzy, Flaki Gorące' 식당에서는 보다 현대적인 버전의 피지를 맛볼 수 있습니다.
모스콜레 Moskole
Picture display
standardowy (864px desktop)
모스콜레 / 사진: Grzegorz Kozakiewicz / Forum
Picture image
moskal_forum_32.jpg
포트할레 Podhale 산악 지역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감자 팬케이크 종류 중 하나인 '모스콜레 moskole'는 삶아 으깬 감자에 밀가루와 소금만을 넣어 반죽해 만듭니다. 전통적으로는 매우 뜨겁게 달군 난롯불 위에서 구워 조리했으며, 오늘날에는 오븐이나 달군 팬에서 굽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밀가루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 전통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과거에는 가파른 산지에서도 잘 자라는 귀리나 호밀 가루를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모스콜레는 마늘 버터를 곁들여 간단히 즐기거나, 돼지껍질 튀김과 브린자 bryndza 치즈를 함께 곁들여 먹기도 합니다.
모스크바 사람을 뜻하는 단어와 닮은 '모스콜레'라는 이름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 요리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포트할레에 끌려온 러시아 포로들을 통해 전해졌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팬케이크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산악 지역 사람들의 식생활 속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모스콜레는 궁핍 속에서 탄생한 음식이자, 오늘날 '제로 웨이스트'라는 개념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실천되던 절약 정신을 담은 요리였습니다. 가장 맛있는 모스콜레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날 남은 감자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피리 스 그지키엠 Pyry z gzikiem
Picture display
standardowy (864px desktop)
피리 스 그지키엠 / 사진: iStockphoto / Getty Images
Picture image
pyry_z_gzikiem_gettyimages_156.jpg
포즈난이 위치한 비엘코폴스카 Wielkopolska 지방에서는 감자를 '피리 pyry'라고 부르며, 껍질째 삶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폴란드어에서는 이를 '제복을 입은 상태 w mundurkach'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삶은 감자는 '그직 gzik'과 함께 곁들여 먹습니다. 그직은 폴란드식 코티지 치즈인 트바룩 twaróg에 사워크림 시미에타나 śmietana, 잘게 다진 양파와 쪽파를 섞어 만든 것으로, 여기에 향긋한 아마씨유를 몇 방울 넣어 맛을 더하기도 합니다. 이 요리는 감자가 비엘코폴스카 지방에서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19세기에 탄생했으며, 유제품 생산지로 잘 알려진 이 지역에서 빠르게 자리 잡은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특히 금요일마다 고기를 삼가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적합한 식사로 활용되었고, 이후에는 보드카와 함께 즐기는 작은 안주 요리인 '자콩스키 zakąski'의 한 종류로도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요리들은 감자로 만들 수 있는 수많은 요리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감자는 폴란드 최고급 보드카의 주원료이기도 합니다. 다른 채소들은 감히 따라올 수조차 없는, 감자야말로 '재료 중의 재료'라 불릴 만한 특별한 채소입니다.
저자: 나탈리아 멩트락-루다 Natalia Mętrak-Ruda (2023년 2월 28일) | 번역: AL (2025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