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작된 폴란드・영국・미국 합작 역사 드라마로, 아우슈비츠 수용소 사령관의 눈으로 본 홀로코스트와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한다. 2023년 제76회 칸영화제와 제36회 유럽영화상 시상식을 비롯해 2024년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제77회 영국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어느 여름날 오후, 한 가족이 강가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여름 열기로 들끓는 공기, 수십 미터 아래에서 흐르는 물소리, 풀밭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아이들. 오직 '한련화 위를 맴도는 꿀벌'과 '반짝이는 그물을 고치는 어부'만이 누락된 풍경 속, 우리는 홀로코스트, 그리고 창밖에서 자행되는 악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인 체스와프 미워시 Czesław Miłosz의 시 ⟪세상의 종말에 대한 노래 Piosenka o końcu świata⟫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조너선 글레이저 Jonathan Glazer 감독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확장과 개선을 위해 오시비엥침 Oświęcim으로 거처를 옮긴 사령관 루돌프 회스 Rudolf Höss 가족의 관점에서 홀로코스트를 관찰한다. 하지만 죽음의 공장의 모습은 화면에 보여지지 않는다. ⟪섹시 비스트 Sexy Beast⟫, ⟪언더 더 스킨 Under the Skin⟫ 등의 작품을 연출한 영국의 글레이저 감독은 지옥의 풍경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 역사 영화를 현재의 은유로 재탄생 시키는 예술적이고도 지적인 도발을 하고자 하였다.
카메라는 수용소 벽 반대편, 루돌프 회스 사령관과 가족이 거주하는 저택의 일상을 따라간다. 이곳에서 전쟁은 마치 터무니없을 만큼 먼 존재로 느껴진다. 거실의 여자들은 뜨거운 기차에서 기절한 독일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집 뒷마당의 어린 소년은 어린 시절의 첫 키스를 훔치고, 마당에는 사령관을 위한 선물로 준비된 특별한 그림이 그려진 카약이 말려지고 있다. 오시비엥침에서 완벽한 삶의 거처를 찾은 사령관의 아내 헤드비히 회스 Hedwig Höss의 아름다운 정원은 꽃으로 가득한 온실, 수영장, 무성한 녹지가 갖춰져 있다. 저택 바로 옆 벽 위로 우뚝 솟은 수용소 감시탑이 있을지라도 주민들은 개의치 않는다. 이 불편한 풍경은 곧 포도나무로 가려질 거니까.
하지만 여전히 수용소의 세계는 존재하고, 가끔은 주목을 받기 위해 투쟁하듯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멀리서 들리는 총소리와 중첩되는 하인의 신발 소리, 수용소 화장터에서 나오는 연기로 인해 저녁이 되면 닫아야 하는 창문, 낚시를 하다 강에서 발견되는 사람의 뼈, 수용소에서 돌아온 사령관의 신발에 묻은 피를 씻는 하인. 하지만 이는 단지 연출에 불과할 뿐이며, 영화 속 인물의 삶은 다른 곳에 존재한다.
글레이저는 의도적으로 우리를 반대편으로 데려가지 않는다. 관객을 중간 지대에 머물게 하여 편안한 평론가의 입장에 안주하지 못하게 만든다. 카메라가 수용소 수감자, 폭력, 고통, 굶주림의 세계를 비추는 것이 영화를 망칠 것이라는 것을 감독은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의 공감은 냉혹하고도 무자비한 반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리고 글레이저는 이런 반성에 뛰어난 인물이다.
Picture display
standardowy (864px desktop)
⟪존 오브 인터레스트 (2023)⟫ /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 / 사진: Gutek Film
Picture image
strefa-interesow-03.jpg
감독은 도발한다. 명목상 '관심 영역'으로 지정된 강제수용소와 그 주변 지역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영위하고, 돈을 벌고, 이익을 취하며, 삶을 건설해 나간다. 글레이저 감독은 최대의 악을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여 버리는 전쟁의 사유화와 인간의 이기주의를 말한다. 마틴 에이미스 Martin Amis가 2015년 발표한 동명의 소설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The Zone of Interest (SS 장교와 수용소 사령관 아내의 불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이 영화는 악의 평범성과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 악을 보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습관에 대해 이야기 한다.
글레이저 감독은 아우슈비츠의 배후에서 자신만의 낙원을 쌓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질문의 예술'로서 영화의 힘을 보여준다. 영화에는 많은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속 등장인물의 대화는 강한 감정이나 철학적 사고를 표현하기보다는 단순한 의사소통을 위한 것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영상이다. 촬영감독인 우카시 잘 Łukasz Żal이 담아낸 무균과도 같이 차가운 영상 이미지는 마치 우리가 실험실의 곤충학자가 되어 기묘한 벌레를 관찰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조니 번 Johnny Burn과 탄 윌러스Tarn Willers가 절묘하게 사용한 음향은 소름 끼칠 정도로 정밀하게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세계를 전한다. 여름 정원의 목가적인 풍경이 담긴 영상은 멀리서 들려오는 총성, 멍하니 개가 짖는 소리, 수용소 소각로에서 울려 퍼지는 포효와 병치되어 등장인물과 관객의 의식을 관통한다.
서점 선반이 홀로코스트 키치로 가득 차고 아우슈비츠의 타투이스트, 매춘부, 가수에 대한 부도덕한 소설이 영화화되어 스크린에 잇달아 나타나는 이 시대에 글레이저는 걸작을 낳았다. 강렬한 감정의 사용 없이도 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명작을 만들었다.
Picture display
standardowy (864px desktop)
⟪존 오브 인터레스트 (2023)⟫ /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 / 사진: Gutek Film
Picture image
strefa-interesow-07.jpg
일각에서는 글레이저 감독에 대해서 비판의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키치적 묘사에서 스스로를 분리하지만, 연구를 통해 탄생시킨 미적으로 정밀한 그 비전을 학자, 미술관 및 권위 있는 영화제의 주요 관람객을 대상으로 선보인다는 것 자체가 실질적으로 키치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또한 아우슈비츠를 주제로 마치 동화와도 같은 공포를 만드는 것이 선을 넘은 것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독은 이러한 주장을 효과적으로 반박하며 단순히 멋지기만 한 과거 엽서 이상의 영화를 스크린에 선보인다.
글레이저는 무엇보다도 홀로코스트를 말하는 데 있어서 가장 당연하게 사용되는 두 가지 전략을 멀리한다.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 (1993)⟫, 네메스의 ⟪사울의 아들⟫과 같이 우리를 희생자와 동일시하고 잠시나마 그들과 비극을 함께하는 여행길로 안내하지 않는다. 또한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 (1998)⟫와 미하일레아누의 ⟪생명의 기차 (1998)⟫, 와이티티의 ⟪조조 래빗 (2019)⟫와 같은 익살스러운 도발 또한 허용하지 않는다.
Embeded gallery style
display gallery as slider
감독은 의식적으로 비켜서 홀로코스트를 자본주의 법칙과 기업 질서에 얽매인 메커니즘으로 말한다. 영화 속 등장인물의 인생은 이익의 논리와 안정된 삶, 그리고 거처를 이루기 위한 꿈을 이루기 위해 움직인다. 비록 지불할 대가가 인간의 생명일지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 수용소 수감자들이 강제 노동을 하는 장소에 사과를 두러 오는 인근 주민 폴란드인 소녀가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묘사되는 등장인물(부정적인 배경 속에서 그 모습 자체가 밝게 묘사된다)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직 그 소녀만이 '관심 영역'의 논리에서 벗어나 사심 없이 타인을 돕는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고발의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 속 인물을 비롯해 관객을 향해서도 비난의 메시지를 남긴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무관심에 대해 말하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대량 학살과 같은 우리 주변의 갈등에 대한 무관심에 대해 이야기 한다. 비록 체스와프 미워시의 시 속 '번개와 천둥'이 영화 속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발표된 작품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영화 중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The Zone of Interest (2023)⟫
- 감독 & 각본: 조너선 글레이저 Jonathan Glazer
- 촬영: 우카시 잘 Łukasz Żal
- 음악: 미카 레비 Mica Levi
- 의상: 마우고자타 카르피우크 Małgorzata Karpiuk
- 출연: 크리스티안 프리델 Christian Friedel, 산드라 휠러 Sandra Hüller, 프라이아 크로이츠캄 Freya Kreutzkam
- 월드 프리미어: 2023년 5월 19일
- 한국 공식 개봉: 2024년 6월 5일
저자: 바르토시 스타슈치신 Bartosz Staszczyszyn / 번역: AL (2024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