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하는 연극
《책임 Odpowiedzialność》 / 연출: 미하우 자다라 / 사진: 크시슈토프 비엘린스키 Krzysztof Bieliński / 바르샤바 포프셰흐니극장 Teatr Powszechny
폴란드의 정치극은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공적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실제 정치인을 연상시키는 인물들이 등장해 미디어 속 발언을 그대로 옮겨오는 방식의 공연은 점차 한계에 이르렀다. 현실을 진단하는 데 그쳤을 뿐, 그로부터 뚜렷한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관객과 예술가 모두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전환점은 2017년이었다. 도발적인 연출 전략으로 잘 알려진 크로아티아 출신 예술가 올리버 프를리치 Oliver Frljić는 바르샤바의 포프셰흐니극장 Teatr Powszechny에서 《저주 Klątwa》를 연출했다. 이 작품은 폴란드 가톨릭 교회 내 성범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그 은폐에 대한 책임을 폴란드 사회와 문화 속에서 신화화된 인물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까지 돌렸다. 이 공연은 큰 스캔들을 불러일으켰고, 사회적으로 중요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문제들과 맞서는 연극의 힘을 드러냈다. 극장 앞에는 관객의 입장을 막고 건물 안으로 금지된 물질을 투척하는 민족주의 단체들이 모였으며, 그 옆에서는 가톨릭 단체들이 묵주기도를 올리며 항의했다. 창작진은 종교적 감정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고발되었고,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저주》 이후, 유사한 급진적 표현 방식을 반복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공연을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참여하는 연극은 다시 정의될 필요가 있었다. 그 결과 오늘날 예술가들의 관심은 사회 문제를 진단하는 데서 나아가 '법'이라는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이끄는 인물이 미하우 자다라 Michał Zadara다. 그는 폴란드 주요 극장에서 활동해왔으며, 최근에는 브로츠와프 폴스키 극장의 감독을 맡고 있다. 동시에 독립 기관인 퍼포먼스법연구소 Instytut Prawa Performatywnego의 공동 창립자로도 활동 중이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들은 현실을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연극이 사회적 정의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자다라는 변호사, 전문가, 연구자, 역사학자들과 협업하며 이주 위기, 생태 위기, 반인도적 범죄와 같은 주제를 다루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는 예술과 행동주의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문자 그대로 그리고 비유적으로도 '극장 밖으로 확장되는 연극'이라 할 수 있다.
몇 해 전, 당시 폴란드 총리는 한 강에서 발생한 생태 재난의 원인을 밝혀낸 사람에게 100만 즈워티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자다라는 이 제안을 실제로 받아들였다. 그는 오드라강 오염의 책임 주체를 밝혀내고 이를 바탕으로 《슬픈 강 Smutna rzeka》(2024)을 연출했을 뿐 아니라, 약속된 보상금도 청구했다. 이 사건은 법정으로 이어졌고, 법원은 자다라의 재단이 법적으로 보상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폴란드 정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현재도 절차가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이 사례는 연극이 어떻게 현실에서 실질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사례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