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인의 남다른 양배추 사랑
'양배추가 없으면 배도 빈다'는 폴란드 속담이 말해주듯, 폴란드인의 양배추 사랑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역사 속 폴란드인들의 식단을 돌아 보면, 이 말이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양배추를 먹고 국물을 마시니 고기는 못 봤어도 마음은 흡족했네'라는 오래된 노래 가사에는 수세기 동안 이어진 농민들의 식생활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양배추는 의심할 여지 없이 폴란드인이 가장 아끼는 채소 중 하나로, 오래전부터 서민들에게 소중한 비타민 공급원이 되어왔습니다. 그렇다면 폴란드인들은 이 양배추로 어떤 요리를 해왔을까요?
발효의 재료
절인 양배추 / 사진: Andrzej Zygmuntowicz / Reporter / East News
독일어 이름 '자우어크라우트 sauerkraut'로도 널리 알려진 폴란드식 절인 양배추 '카푸스타 키쇼나 kapusta kiszona'는 폴란드 요리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재료 중 하나입니다. 생양배추만으로도 비타민 C와 K가 풍부하고, 염증 완화,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소화 개선 등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잘 알려졌지만, 발효시키면 그 효능이 더욱 높아져 진정한 '슈퍼푸드'로 거듭납니다. 카푸스타 키쇼나는 차갑게도, 따뜻하게도 즐길 수 있습니다. 차갑게 먹을 때는 보통 당근이나 사과를 곁들여 생채인 '수루프카 surówka' 형태로 먹고, 튀긴 생선이나 고기, 감자 요리의 반찬으로도 자주 등장합니다. 따뜻하게 먹을 때는 수프(카푸시니악 kapuśniak), 스튜(비고스 bigos), 팬케이크(비에슈차디 산맥 지역의 푸치키 fuczki), 또는 감자와 섞은 요리(치압카푸스타 ciapkapusta, 실롱스크 지방의 향토 음식)나 완두콩과 섞은 요리(그로흐 스 카푸스통 groch z kapustą, 많은 가정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즐겨 먹는 전통 요리)로도 자주 만들어집니다. 참고로 '그로흐 스 카푸스통'이라는 말은 실제 요리 이름이기도 하지만, 혼란이나 난장판을 의미하는 관용구로도 쓰입니다.
가장 상징적인 조합은 단연 절인 양배추와 버섯입니다. 이 두 재료는 폴란드 식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식재료로, 마치 밥과 김치처럼 잘 어울리는 짝입니다. 여기에 다양한 고기와 말린 플럼, 향신료, 와인 등을 더하면, 폴란드의 대표 요리인 '비고스 bigos', 일명 사냥꾼 스튜가 완성됩니다. 고기를 넣지 않고 만든 비고스는 크리스마스이브 식탁에 자주 오르며, 폴란드식 만두인 피에로기처럼 다양한 밀가루 요리의 속 재료로도 널리 활용됩니다.
속까지 채우는 양배추의 매력
절인 양배추 카푸스타 키쇼나와 버섯은 가장 대표적인 피에로기 속재료로, 전통적인 폴란드 식당에서 비건도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안전한 메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양배추가 피에로기 속재료로만 사랑받는 것은 아니며, 다양한 덤플링과 짭짤한 패스트리의 속재료로도 자주 활용됩니다. '파슈테치키 paszteciki'는 양배추로 속을 채운 대표적인 패스트리 중 하나로, 이스트 반죽 또는 퍼프 페이스트리로 만든 작은 패티 형태의 간식입니다. 베이커리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간편한 스낵으로 즐기거나 맑은 비트수프인 '바르슈치 barszcz'와 곁들여 먹기도 합니다. 또 다른 예인 '쿨레비악 kulebiak'은 러시아 요리인 '쿨리뱌카 кулебяка'를 폴란드식으로 변형한 요리로, 오귀스트 에스코피에 Auguste Escoffier의 고전 요리서 《요리 가이드 Le guide culinaire》에도 소개되었습니다.
속을 품은 양배추
고웡프키 / 사진: East News
미국에 있는 폴란드계 동네를 방문해 본 적이 있다면, 현지의 폴란드 식당에서 피에로기뿐만 아니라 '고웡프키'도 접해보셨을 것입니다. 피에로기와 함께 해외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폴란드 요리 중 하나인 고웡프키는 '작은 비둘기'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데쳐낸 큼직한 양배추잎에 고기와 쌀을 섞어 만든 속을 채워 말고, 토마토소스를 끼얹어 내는 요리입니다. 고기를 넣지 않고 보리, 렌틸콩, 버섯 등으로 속을 채운 채식 버전도 인기가 많습니다. 피에로기가 만두류에 속하듯, 고웡프키 역시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양배추롤의 한 종류로, 양배추라는 채소가 얼마나 다채롭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양배추로 만드는 60가지 요리
제2차세계대전 중인 1940년에 출간된 조피아 피에호바 Zofia Piechowa의 《양배추 요리 60선 60 potraw z kapusty》은 양배추가 얼마나 다양한 요리에 활용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이 책은 크라쿠프에서 폴란드 중앙복지위원회 Rada Główna Opiekuńcza에서 제작한 가정생활 실용서 시리즈 《스스로 돌보는 삶 Radź Sam Sobie》의 일부로 출간되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어떻게 일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다룬 실용서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식생활은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였습니다.
양배추 축제 중 진행된 절임 과정 주제로 한 특별 워크숍 / 바르샤바 빌라누프 문화센터 / 사진: Joanna Borowska / Forum
볼레스와바 카베츠카-스타르마호바 Bolesława Kawecka-Starmachowa는 저서 《감자 요리 100선 Sto Potraw z Ziemniaków》을 통해 다양한 감자 요리법을 소개했으며, 조피아 피에호바는 《채소 요리: 일품요리와 채소 절임·보존법 Potrawy z Jarzyn. W Tym Obiady Jednodaniowe oraz Kiszenie i Konserwowanie Jarzyn》 (1941)과 《양배추 요리 60선》을 통해 채소 절임, 보존, 조리법부터 양배추를 활용한 폭넓은 요리법까지 소개했습니다. 피에호바는 절인 양배추와 생양배추로 만드는 수프와 샐러드, 사과·토마토·소시지를 넣은 양배추 볶음, 양배추 슈니첼, 다양한 종류의 피에로기와 고웡프키, 심지어 세르비아식 사르마 sarma까지 소개하며 양배추 요리가 가진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슴 위에 얹는 양배추
양배추의 효능은 주로 섭취했을 때 가장 잘 나타나지만, 민간요법에 따르면 양배추잎을 피부에 문지르면 염증을 가라앉히고 멍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해집니다. 다소 '할머니의 민간요법'처럼 들릴 수 있지만, 오늘날에도 폴란드 병원의 산부인과에서는 종종 양배추 냄새가 나고는 합니다. 이는 출산 후 생긴 가슴의 부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산모들이 양배추잎을 얹어두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폴란드는 양배추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물론 가끔은 누군가를 '양배추 머리'라고 부르며 이 귀한 채소를 홀대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저자: 나탈리아 멩트락-루다 Natalia Mętrak-Ruda (2023년 4월 11일) | 번역: AL (2025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