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중 한 명으로, 사진, 실험적인 영상, 설치미술을 다루는 시각 예술가이다. 국제 페미니즘 운동의 창설자 중 한 명이자 폴란드 네오 아방가르드와 개념미술을 다룬 전설적인 예술가로, "예술은 자유를 찾는 과정이다. 자유는 그 자체로 목표이며, 예술은 그 목표를 실현한다."를 모토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나탈리아 LL Natalia LL (본명: 나탈리아 라흐-라호비치 Natalia Lach-Lachowicz)은 실험 영상 및 설치 미술을 다루는 시각 예술가로, 1937년 지비에츠 Żywiec에서 태어나 2022년 8월 12일에 별세했다. 1957년부터 1963년까지 브로츠와프의 국립미술원 ASP의 전신인 PWSSP에서 공부했다. 1964년부터 폴란드 예술사진가협회 ZPAF의 회원으로 활동했다.
학창 시절부터 사진과 판화, 회화 작업을 하였고, 1970년대에는 퍼포먼스와 실험 영화, 비디오, 설치와 조각 작업을 하였다. 1970년 안제이 라호비치 Andzrej Lachowicz, 즈비그니에프 드우박 Zbigniew Dłubak과 그룹을 형성해 페르파모 Perfamo 갤러리를 만들어 1981년까지 활동했다. 1975년경부터 국제 페미니즘 운동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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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 개념미술에서 출발한 나탈리아 LL의 작업은 개념미술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팝아트 스타일의 설치 작업 《내밀한 사진 Fotografia intymna》은 에로틱하면서 거의 포르노와 가까운 작업이다. 1971~1972년 발표한 작업을 시작으로 국외에서 또한 입지를 다진 작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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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아 LL 《소비지상주의 예술 Sztuka konsumpcyjna》 (1974) / 사진: www.natali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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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alia LL, "Sztuka konsumpcyjna", 1974, fot. www.nataliall.com
내러티브가 있는 영상 작업과 흡사한 사진 퍼포먼스 《소비지상주의 예술 Sztuka konsumpcyjna》과 《포스트소비지상주의예술 Sztuka postkonsumpcyjna》은 나탈리아 LL의 대표작으로, 여기서 사진은 꿈과 비슷한 매체로 작동한다. 《꿈꾸기 Śnienie》와 《피라미드 Piramidy》 등 작가의 개인적인 강렬한 체험(생명의 위협)과 연관된 작업에서 그러한 면은 더 드러난다. 1970년대 초부터 나탈리아 LL은 여러 작품에서 자신의 초상을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그 예시 작품으로는 1973년 작인 《환영의 공간 Przestrzeń wizyjna》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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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시기 나탈리아 LL의 작품에는 기독교 신비주의, 악의 문제, 사탄주의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들이 나타났는데, 작가는 의도적으로 이른바 '교회 예술’이라 불리는 전시회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물론 형식상 금욕주의로 갈 수도 있었지만, 개념 미술은 무엇보다 물질적 가치의 표현이었고, 이런 식으로 예술의 정신적 영역을 제한해 버리지는 않았다. 나탈리아 LL은 작품 활동을 통해 정신과 육체 사이의 계속되는 내면의 대화를 쌓는 예술가가 되었는데, 이것은 바디 아트의 매우 성공적인 계승이라 할 수 있다. 나탈리아 LL의 태도는 매우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보편적인 측면을 가지는데, 실존주의와 초월의 형태를 다루며, 성경적 영감을 받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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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아 LL 《광기서린 공간 Przestrzeń paniczna》 / 사진: 브로츠와프 국립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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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alia LL, "Przestrzeń paniczna", fot. dzięki uprzejmości MNWr
80년대 말에는 매우 도발적이고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이 《푹신한 비극 Puszysta tragedia》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그중에는 인형을 삼키는 예술가의 악마적이고 피비린내 나는 얼굴이 담긴 작품이 포함되었다. 80년대 말에는 표현주의적인 사진 작업 시리즈와 회화적인 사진 시리즈가 발표되었는데 (《극심한 공포의 걱정 Trwoga paniczna》 포함), 이 작업은 폴란드 '연출 사진' 장르의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이다. 아픔, 고통, 육체의 변화는 악(사탄)과 선(신)의 본성, 생명의 탄생과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질문과 떼려야 뗄 수 없이 엮여 있다.
나탈리아 LL 《소비지상주의 예술》 연작 중 대표 작품 발췌 / 사진: 포토-메디움-아트 갤러리 제공
90년대 전반기 나탈리아 LL은 자신의 이전 사진 작업(위에서 언급된 《포스트 소비지상주의 예술》)을 이용한 설치 작업을 하였다. 사진은 흰색 캔버스 위에 펼쳐진 슬라이드의 형식으로 표시되었다. 나탈리아 LL의 작품 속 고전적인 형태(개념적, 기하학적 형태들)는 표현적인 형태와 계속해서 경쟁을 벌인다. 나탈리아 LL은 한 개의 작품 속에 혼란과 질서를 결합할 수 있는 (예를 들자면 《플라톤적인 형태 Formy platońskie》에서처럼) 매우 드문 재능을 가진 작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탈리아 LL의 90년대 작업은 정신없이 다양하지는 않다. 자신의 초기 작업을 이용하지만, 지금까지의 성격을 바꾸어 새로운 질(質)과 가치를 부여하는데, 《소비지상주의 예술》과 《극심한 공포의 걱정 Trwoga paniczna》이 그 예이다. 그는 어떤 재료든(예를 들어 직물) 능숙하게 다루는데, 이는 그가 가진 전문성뿐만 아니라 학문적 교육의 결과이며, 다양한 기술 레퍼토리를 보여준다.
나탈리아LL의 작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개념미술과 바디 아트의 영향이다. 그 작업은 주지주의와 함께 존재의 근본과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하는 생물학적인 변화를 결합한다. 나탈리아 LL은 진정한 예술을 찾기 위해 포토 미디어리즘을 중단할 용기를 가진 작가였다. 그의 예술적인 메시지 안에는 존재론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문제들이 더욱더 자주 드러나며, 《나무의 영혼 Dusza drzewa》과 같은 마지막 작품들은 환생의 모티브를 이용해 극동아시아의 철학과 근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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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아 LL 《동물의 예술》 (1978) & 《모피의 털스러움》 (2007) / 사진: 아티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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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나탈리아 LL은 연작 《모피의 털스러움 Futrzasta włochatość》과 《감촉의 부드러움 Miękkość dotyku》을 시작했다. 이는 본인의 30년 전의 작업인 《동물의 예술 Sztuka zwierzęca》의 일부를 이용한 구성이었다. 1978년 나탈리아 LL은 나체로 모피를 휘감은 상태의 스스로를 촬영했다. 2007년 《동물의 예술》 프로젝트에서는 가장 근본적인 곳에 닿으려는 듯, 모피로 가려진 부분만 보여주었다. 두 버전 모두 환경을 지배하는 인간에게 군림 당하는 동물적인 요소가 드러난다. 여기서 동물은 단지 모피의 역할로 덧붙여져 호사스러운 장난감, 쾌감의 원천,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환경에서 자연의 안전한 대체물일 뿐이다. 또한 모피로 휘감은 여성의 몸은 쾌락의 한 종류에 속하는 호사스러운 소품의 역할을 하는 자연의 '동물적 메커니즘'으로 볼 수도 있다. 모피로 휘감은 부분은 기하학적인 형상과 패턴의 모습으로 보이도록 구도가 잡혀 있다. 결과적으로 머리카락의 형태와 그 색채의 대비가 리듬감있고 역동적인 구조를 이루면서도 구성의 축을 유지하는 일종의 만다라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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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바르샤바의 갤러리 '로컬 _30 lokal_30'과의 만남, 그리고 협업을 통해 아그니에슈카 라이자허 Agnieszka Rayzacher가 큐레이션 한 《젠더 수행하기 Doing Gender》 전시가 탄생하였다. 나탈리아 LL은 성별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작업에서 젠더의 문제를 여러 번 다룬 바 있다. 《젠더 수행하기》 전시는 지금까지 선보이지 않았던 나탈리아 LL의 1960년대 사진 작업을, 원판을 이용해 보여주었다. 로컬_30 갤러리에는 《신체의 위상학 Topologia ciała》 (1967), 《내밀한 사진 Fotografia intymna》 (1968), 《내밀한 기록 Rejestracje intymne》 (1968–1969), 《실존 Egzystencje》 (1962), 《얼굴의 지리학Geografia twarzy》 (1964)과 같은 연작의 사진들이 전시되었다.
자기학대와 해방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현대 세계를 사는 우리는 우리가 겪어야 하는 고통의 양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여성들이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은 어떤 목적을 가진 것일까? 이러한 질문과 다른 질문에 대한 답이 2019년 슈체친의 '현재의 예술 구역 Zona Sztuki Aktualnej'에서 열린 전시 《자기학대의 여성들 Masochistki》이다. BDSM은 나탈리아 LL의 작품 세계에서 계속해서 나타나는 모티브이다. 이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 중 하나에서 나탈리아 LL은 여성의 두 가지 위치를 보여주는데, 하나는 지배, 다른 하나는 복종이다. 복종의 자리에서는 너무나 그 위치가 낮게 설정되어 있어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다. 나탈리아 LL은 이러한 방식으로 여성들에게 강력한 페미니즘적인, 그리고 또한 주제가 되는 예술의 가능성을 돌려주려고 시도한다. 여성들 또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벨벳 테러 II Aksamitny terror II》 (1970)은 여성 사이 지지의 부재, 그리고 연대의 가치를 넘어 남성 우월주의 사회에서 존재하고 싶은 열망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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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아 LL의 작품은 브로츠와프, 그단스크, 바르샤바의 국립박물관, 우츠 국립미술관, 바르샤바 우야즈도프스키성 현대미술관 Centrum Sztuki Współczesnej Zamek Ujazdowski w Warszawie, 카토비체 실롱스크박물관 Muzeum Śląskiego w Katowicach, 본 여성박물관 Frauenmuseum Bonn, 루블라냐 현대미술관 Moderna galerija, 쾰른 루드비히박물관 Museum Ludwig, 뉴욕 국제사진센터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파리 국립근대미술관 Musée National d'Art Moderne, 파리 퐁피두 센터 Centre Pompidou 등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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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2024년 폴란드-한국 수교 35주년을 맞아 특별히 기획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나탈리아 LL의 작품이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 MMCA 영상관에서 2024년 12월 6일(금)부터 2025년 1월 11일(토)까지 매주 금/토 진행된 '무빙 이미지의 예술: 폴란드 애니메이션과 필름 아방가르드' 행사에서는 《시간의 영구 측정 Rejestracja permanentna czasu》, 《E22 고속도로 1km 당 시간의 영구 측정 Rejestracja permanentna czasu co 1 km autostrady E22》, 《서포트 포인트 Punkty podparcia》, 《인상 Impresje》 총 네 편의 영상이 한국의 관객을 만났다.
- 나탈리아 LL 공식 웹페이지: https://nataliall.com/en/
저자: Culture.pl | 번역: 이지원 (2024년 12월) | 편집: 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