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물건 디자인의 좋은 예를 보여주는 것이 체스와바 프레일리히 Czesława Frejlich 교수가 큐레이팅한 전시 ‘평범한 물건들 Rzeczy pospolite’이다. 이 전시는 예쥐 랑기에르 Jerzy Langier가 가구회사 엘리오트 Elijot를 위해 만든 ‘첼로 Cello’ 소파와 쟈네타 고벤록 Żanety Govenlock 이 디자인한 할로겐 조명 시스템, 유리와 도자기 제품 등 90년대 디자인의 면면을 보여준다.
폴란드가 유럽 연합에 가입하자 디자인 분야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디자인은 제품의 시장경쟁력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되었으며 디자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의식적으로 디자인을 활용하는 예들이 많아졌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처럼 최근 폴란드 디자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디자이너들을 그 경력으로 보아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대량 생산 업체를 위해 일하는 회사 소속의 직원과 디자이너들, 둘째, 독립적으로 한정 생산되는 제품들을 자신의 이름을 붙여 만드는 디자이너들과 마지막으로 비상업적인 디자인, 단 한 개뿐인 오브제 등을 만드는 작가들이다.
상표 홍보의 디자인 – 폴란드인, 집을 꾸미다.
기업과 손을 잡고 상품의 대량 생산에 관여하는 큰 규모의 디자인 사무소들은 상품 하나 하나를 만들어낼 뿐만이 아니라 디자인에 근거한 기업의 발전 전략을 짜는 데도 점점 더 많이 관여하고 있다. 토바쥐스트보 프로옉토베 Towarzystwo Projektowe(디자인 협회), 인노 디자인 Inno Design, 마라드 디자인 Marad Design, 리갈릭 스튜디오 Studio Rygalik, 콤포트 스튜디오 Kompott Studio 등이 그러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의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체공학과 실용성으로, 디자이너들은 미적인 면에서 대량 생산 제품의 소비자들의 기대와 자신들의 디자인이 적합한지와 제품의 생산 단가 등을 고려한 작업을 한다.
아직도 폴란드 시장에는 원자재나 디자인 면에서 질이 낮은 상품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이제 회사들은 디자인이 시장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무기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피오트르 쿠흐친스키 Piotr Kuchciński 와 사무가구 제조사 발마 Balma의 협동작업의 효과는 괄목할 만 하다. ‘크세온 Xeon’ 시리즈는 오랫동안 발마 사의 대표적인 시리즈였다. 2005년 발마 사는 새로운 상표인 노티 Noti를 런칭했는데, 노티는 거실과 식당용의 고급 가구들을 시장에 내 놓았다. 피오트르 쿠흐친스키 외에도 노티에는, 레나타 칼라루스 Renata Kalarus와 예쥐 랑기에르, 예쥐 포렘스키 Porębski, 미코와이 비에르쉬워프스키 Mikołaj Wierszyłłowski 등 폴란드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 디자이너들의 이름을 의식적으로 노출시키는 것도 노티의 전략이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칼라루스의 ‘콤마 Comma’ 의자는 2009년 가장 중요한 유럽의 디자인 상인 레드 닷 어워드 Red Dot Award를 수상했다. 평범하지 않은 작품들을 가지고 시장에 뛰어드는 다른 가구 회사로는 콤40 Com40, 복스 V ox Meble, 페이지드 Paged meble 등이 있다.
비행기, 신호등, 요트 – 가구만으로 가지고 사는 것은 아니다.
폴란드가 요트 디자인과 생산으로 유명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레셱 곤치아슈 Leszek Gonciarz 가 디자인한 요트 ‘눈55 Noon 55’ 모델, 여러 비행기들, 그 중에서도 에드바르드 마르가인스키 Edward Margański의 팀이 디자인한 아름다운 ‘EM11 오르카 EM11 Orka’, 등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마렉 아담쳬프스키 Marek Adamczewski의 지도로 그다인스크의 마라드 디자인은 새로운 열차의 객실을 디자인하여 비드고시치 Bydgoszcz의 페사Pesa사가 생산하고 있으며 H. 체기엘스키 H. Cegielski 사는 바닥이 낮은 전차를 생산하고 있다.
바르샤바의 주민들은 이미 1996년부터 시행된 도시 정보 시스템 MSI: Miejski System Informacji에 익숙해져 있다. 이는 예쥐 포렘스키와 그줴고슈 니빈스키 Grzegorz Niwiński, 미하우 스테파노프스키 Michał Stefanowski(디자인 협회)가 구상해낸 것으로, 바르샤바라는 도시의 특징을 세밀하게 조사하고, 바르샤바 곳곳의 옛 지명과 사람들이 부르는 말들, 도시민들의 습성을 조사하여 만든 것이다. 바르샤바 도시 정보 시스템의 특징으로, 예를 들어, 바르샤바의 도로가 비스와 Wisła 강과 평행하게 놓여있는지, 직각으로 놓여있는지 픽토그램을 써서 알려주는 것 등이 있다.
신호등조차도 디자인을 더 잘 하거나 더 못할 수 있다. 미하우 라트코 Michał Latko 와 레셱 쳬르빈스키 Leszek Czerwiński이 비톰Bytom의 교통 엔지니어링 Zakładu Inżynierii Ruchu을 위해 만든 지르슬림 Zirslim은 모듈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 같은 요소들을 조합하여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모듈을 사용한 덕분에 생산의 단가는 비싸지 않으면서도 조립이 손쉽고, 고장이 날 경우에는 고장난 부분만 교체할 수 있다. 이 신호등은 2009년 디자인 콩쿨인 실롱스카 졔취 Śląska Rzecz에서 상을 받았다.
비치난키 wycinanki (종이오리기 공예)가 카페트로 – 작은 것이 아름답다.
최근 몇 년 동안 폴란드에서는 많은 소규모의 디자인-제작 회사들이 생겨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회사들은 창조적이면서도 작가적인 독자적인 상표를 가지고 디자이너들에 의하여 꾸려지고 있는데, 이들은 혁신적이며 본인의 이상에 맞는 미적인 가치와 실용성을 구현하는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몇 년 전 혜성처럼 디자인 씬에 나타난 모호 MOHO (마그다 루빈스카Magda Lubińska와 미하우 비에르나츠키 Michał Biernacki, 현재는 스튜디오 코드 studio CODE로 이름을 바꿈).가 2006년 비치난키 모티브로 만든 카페트인 ‘모호헤이! 디아 Mohohej! dia’는 디자인 분야의 영향력 있는 영국 잡지 월페이퍼 Wallpaper의 특별상을 받았으며 2008년에는 독일의 레드 닷 디자인 상을 받았다. 모호 디자인의 카페트들은 포드할레 Podhale 지방에서 전통적으로 쓰던 재료 (프리페어드 울)와 전통 종이오리기 공예의 모양을 재치있게 조화시킨 작품들이다.
요안나 루신 Joanna Rusin과 아그니에슈카 춉 Agnieszka Czop 역시 프리페어드 울을 이용하지만, 이들은 자연스러운 색감을 선호한다. 뿐만 아니라 프리페어드 울이라는 재료에 보다 개인적이고도 여러 가지 상상을 불러 일으키는 가공과 장식의 과정을 더한다. 잘라내기, 자수, 염색, 프린팅, 레이스와 꼬임, 부조 등의 여러 기법을 쓰는데, 이러한 과정 덕분에 원래의 단순하면서도 소박했던 울은 장식적인 벽걸이나 카펫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퍼프버프 디자인 PuffBuff design의 안나 시에들레츠카 Anna Siedlecka와 라도스와프 아흐라모비츄 Radosław Achramowicz 역시 매우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쌓아가고 있다. 이 두 디자이너는 부피를 조정할 수 있고 움직임이 가능한 시스템의 작은 물건들을 만드는 데에서부터 시작했는데, 이러한 작업들로 인해 불어서 만드는 구조물들에 대한 실험을 시작하게 되었다. 퍼프버프는 제품 디자인 뿐 아니라 생산과 유통 전 과정을 통해 매우 노련하게 일하는 스튜디오이다. 전세계의 유명한 디자인 박람회에 고정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활발한 활동 덕분에 전 세계로 팔리고 있다.
독립적으로 한정 생산되는 제품들을 자신의 이름을 붙여 만드는 스튜디오들 중 주목할 만한 곳은 여러 가지 재료와 주제로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두 디자이너들, 아가타 쿨릭 Agata Kulik과 파베우 포모르스키 Paweł Pomorski 들이 만든 그다인스크의 말라포르 Malafor 이다. 도자기 분야에서는 보그단 코삭 Bogdan Kossak이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아그니에슈카 바르 Agnieszka Bar, 카리나 마루신스카 Karina Marusińska, 아그니에슈카 카이페르 Agnieszka Kajper 역시 작가주의적인 도자기와 유리 작업을 내 놓고 있다. 조명에 있어서는 다리아 부를린스카 Daria Burlińska의 흥미로운 형태나 맘 M.A.M. 그룹이 폐차의 에어백으로 만든 독창적인 가방 시리즈인 에어백 역시 괄목할만하다. 현재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디자이너들을 모두 언급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폴란드의 제품 디자인은 역동적인 발전을 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상품들을 체계적으로 내놓으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1미터씩 파는 라디오 - 디자인 선언들
단 한 개뿐인 작품을 만드는 비상업적인 디자인은, 디자인인 동시에 매니페스토이기도 하다. 이러한 디자인은 예술가가 자신의 창작의 원칙과 사회적 신념을 밝히는 매개체이다. 이러한 개념 디자인 (비판적 디자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을 실현하는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는 바르토슈 무하 Bartosz Mucha로, 무하는 자신이 디자이너가 아니며, 전문 디자이너 세계의 기술을 갖출 생각도 없다고 드러내놓고 말한다. 무하는 자신은 실용주의적 예술가라고 말하며 말레비츄와 구성주의를 좋아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지금은 해체되었지만 흥미로운 작품을 내놓던 고고 Gogo (마리아 마코프스카 Maria Makowska와 피오트르 스톨라르스키 Piotr Stolarski)는 ‘1미터씩 파는 라디오 radio z metra cięte’ 라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가공되지 않은 소나무 목재의 둥치에 라디오 신호를 잡는 기계들을 설치한 것인데, 이 라디오를 구매하는 사람은 톱이나 다른 도구를 이용하여 한 토막씩 잘라가야 한다. ‘1미터씩 파는 라디오’는 고고 디자이너들이 만든 여러 연작 중 하나로, 구매자 뿐 아니라 디자이너들 또한 지나치게 쉬워진 현대 사회의 구매와 소비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예술과 디자인의 접점에 있는 가장 흥미로운 작가들 중 하나로 마렉 체추와 Marek Cecuła를 들 수 있는데 체추와는 일상 생활에 쓰이는 물건 디자인과 도자를 모두 하는 아티스트이다. 체추와의 경우 디자인은 예술에 영감을 주고, 예술은 디자인에 영감을 준다. 체추와의 작품은 런던의 빅토리아&알버트 박물관과 뉴욕 쿠퍼 휴위트 박물관 등 세계 14곳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개념 디자인, 단 한 개뿐인 오브제의 디자인, 실험적인 디자인 등은 모두 작가의 깊은 고민을 바탕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견고한 지성적인 바탕 없이는 지루한 잡동사니가 나올 뿐이다. 아직은 경제적 발전 수준뿐 아니라 제품 디자인의 전문성에 있어서도 폴란드가 아직 서방 세계의 수준에 못 미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창조적이면서도 비상업적인 폴란드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이미 지성적 수준은 충분히 따라잡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 마그다 코하노프스카 Magda Kochanowska
번역: 이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