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재현한 폴란드 작곡가
우주 경쟁에 참여한 강대국 가운데 폴란드는 가장 최전방에 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폴란드는 이 레이스에 함께했다. 우주와 외계문명이 내는 소리를 재현해 낸 폴란드 작곡가를 소개한다.
2장의 CD로 구성된 <Pole Reports from Space> 사람들의 기억에 잊혀가는 음악을 발견해 즐겨듣는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앨범이다. 이 앨범은 우주 경쟁 시대 폴란드와 동유럽 작곡가들이 빚어낸 미래지향적인 트랙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에 가장 큰 영감을 준 예술은 누가 뭐래도 사회현실주의 시대의 공상과학 영화와 공상과학 소설가 스타니스와프 렘 Stanisław Lem의 책이다. 앨범 속에서 렘은 공상과학 음악의 선구적인 이론가로 등장한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앨범 속 진정한 영웅은 폴란드의 평범한 사회주의 현실 속에서 우주의 소리를 빚어내는 Bôłt Records의 음악 제작자일 것이다.
폴란드 라디오 실험 스튜디오와 우주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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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 에우게니우시 루드니크 / 폴란드 라디오 실험 스튜디오 / 1972년 4월 / 사진: 루드비크 에르하르트 저서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와의 만남>
폴란드 라디오 실험 스튜디오는 마치 이 세상 것이 아닌 것과 같은 음악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폴란드 라디오 본사에 위치한 이 작은 스튜디오는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Krzysztof Penderecki, 아르보 패르트 Arvo Pärt, 에우게니우시 루드니크 Eugeniusz Rudnik와 같은 음악가들이 거쳐 갔다. 하지만 진정한 공상가는 스튜디오 내 테크니션들이었다. 비록 작곡 과정에 이들의 자발적 자의식이 투영되지는 않았지만, 테크니션 없이는 결과도 존재할 수 없었다.
사회주의 영화와 공상과학 영화에 대한 실험 스튜디오 작곡가들의 모험은 스튜디오가 설립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1957년 시작되었다. 1959년 폴란드와 동독의 합작으로 탄생한 영화 쿠르트 메치히 Kurt Maetzig 감독의 <침묵하는 별 Milcząca Gwiazda>은 스타니스와프 렘의 소설 <우주비행사들 Austronauci>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안제이 마르코프스키 Andrzej Markowski가 작곡한 영화 삽입곡은 폴란드 라디오 실험 스튜디오 크시슈토프 슐리피르스키 Krzysztof Szlifirski와 에우게니우시 루드니크 Eugeniusz Rudnik의 음향효과로 재탄생했다.
다니엘 무지추크 Daniel Muzyczuk는 <Pole Reports from Space> 앨범에 기고한 에세이에서 <침묵하는 별>의 성공은 영화 음악과도 깊은 관계를 갖는다고 언급했다. 폴란드 라디오 실험 스튜디오에서는 컴퓨터 사운드, 미래형 장치, 외계인과 행성을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를 빚어냈고, 이는 영화 속 큰 지분을 차지한다. 영화 속 녹색 외계인의 목소리가 필요할 때마다, 영화 제작자들은 바르샤바의 사운드 엔지니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실험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음악가와 작곡가들에게 스타니스와프 렘의 작품은 영감을 주는 주요 원천 중 하나였다. 실제로 렘이 제작에 참여했거나, 렘의 작품에 영향을 받은 영화의 음악 작업이 실험 스튜디오에서 진행되곤 했다. 크시슈토프 뎀보프스키 Krzysztof Dembowski가 연출하고 렘이 각본을 쓴 영화 <우주여행 Excursion into Space>의 음악 작업 또한 실험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다. 이 영화는 동구권 출신이자 최초로 우주로 보내진 인류, 유리 가가린이 우주로 떠난 1961년 발표되었다.
렘의 작품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거나 발명되지 않은 외계인과 새로운 기계에 대한 매우 자세한 문학적 묘사가 드러난다. <우주비행사들>에서는 출저를 알 수 없는 금속 릴 조각에 자기적으로 인코딩된 행성 간 메시지를 해독하려는 장면이 등장한다. 글 속에서만 등장하던 투군스카 운석 소재 금속 릴이 내는 소리를 실험 스튜디오는 실제로 재현해 <침묵하는 별> 영화를 통해 관객에 선보였다.
1959년 <침묵하는 별>로 시작된 영화와 렘의 관계는 이후 안제이 바이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스티븐 소더버그, 아리 폴만까지 이어진다. 렘의 소설 속 등장하는 행성 간 소리를 영화 속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는 폴란드 라디오 실험 스튜디오를 넘어 다양한 곳에서 이뤄졌다. 1963년 체코 슬로바키아 영화 <이카리아 XB1 Ikaria XB 1>은 렘의 소설 <마젤란 성운 Obłok Magellana>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사운드 트랙 작업에는 즈데네크 리스카 Zdenek Liska가 참여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인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1972년 작, <솔라리스 Solaris>의 사운드 트랙은 에두아르트 아르테미예프 Eduard Artemev의 ANS 신시사이저를 사용해 완성되었다. 완성된 음악 작업은 듣는 이에게 한없는 놀라움을 선사한다.
아르보 패르트 Arvo Pärt는 폴란드-에스토니아 합작 영화 1978년 <우주비행사 피륵스 수사 Test Pilota Pirxa>를 발표했다. 렘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 음악에는 실험 스튜디오의 에우게니우시 루드니크가 참여했다.
마르친 치히 Marcin Cichy는 Foundation 4.99 의 의뢰로 패르 감독과 루드니크 작곡가의 샘플을 기반으로 재해석한 음악을 발표했고, 다음 링크에서 감상할 수 있다.
미로스와프 우주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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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스30 우주비행사 / 1978년 훈련 중 표트르 클리무크와 미로스와프 헤르마셰프스키 / 사진: SovFoto / Universal Images Group / East News
1978년 6월 26일, 폴란드의 미로스와프 헤르마셰프스키 Mirosław Hermaszewski 소령이 소련의 우주선 소유스 30호를 타고 폴란드인 최초로 우주에 진출한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16일, 카롤 보이티와 Karol Wojtyła 추기경이 폴란드인 최초로 교황이 되었다. 1978년은 폴란드의 명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이 치솟은 해였다.
우주에 도착한 헤르마셰프스키 소령은 우주에서의 8일간 살류트 6 우주 정거장에서 지구과학 연구를 수행하였고, 지구를 실제로 촬영한 자료와 함께 7월 5일 카자흐스탄 대초원에 안전히 착륙했다.
지구로 돌아온 헤르마셰프스키 소령의 업적은 이후 몇 달간 수많은 책, 영화,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고, 1978년 실험 스튜디오의 루드니크는 기념비적인 라디오 방송 <폴란드인의 우주보고서>를 기획했다.
헤르마셰프스키의 가족, 스승, 트레이너, 러시아인 동료의 음성으로 구성된 이 방송에는 우주 이론가이자 러시아인 개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의 저서, 신화, 백과사전 등에서 발췌한 인용문이 함께 소개되었다. 무엇보다도, 루드니크가 작업한 미래지향적 우주 사운드가 이 방송을 더욱 특별하게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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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게니우시 루드니크 / 폴란드 라디오 실험 스튜디오 / 1981년 / 볼레스와프 브와슈치크 <지니야, 구해줘! (2008)> / 사진: 볼레스와프 브와슈치크
에우게니우시 루드니크 기념 전기 영화를 제작한 감독 볼레스와프 브와슈치크 Bolesław Błaszczyk는 루드니크의 작품에 대해 선전의 대상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헤르마셰프스키의 사적이고 친근감이 느껴지는 음성을 사용해 휴머니즘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필터, 리버브, 어쿠스틱 파노라마, 더 넓은 시간의 평면을 텍스트에 적용해 원하는 효과를 얻어내는 것이 루드니크가 가진 대표 테크닉 중 하나이다.
폴란드와 소련의 국가를 믹스해 만든 오디오는 오늘날 누군가에게 충격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베를린에서 함께, 레니노에서 함께, 우주에서 함께 – 아름답지 않은가..." 가사를 듣다보면 저절로 미소가 자아진다. 그리고 헤르마셰프스키의 음성이 이어진다 "우주 궤도의 모습은 정말로 놀랍다. 우리의 지구는 아름답다. [...] 모든 것이 아름다운 색으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악이란 볼 수 없다."
루드니크의 작품에는 현대 우주여행의 많은 문제적 측면이 지속적으로 상기됨과 동시에, 인류 역사상 위대한 모험의 일부였던 이상주의적 낙관주의와 순수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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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이성의 요람이지만, 요람에서 영원히 살 수는 없다."
저자: 미코와이 글린스키 (2015년 3월) / 번역: AL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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