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은 폴란드 건축에서도 중요한 분기점이다. 체제 전환과 함께 비스와 강 전체를 따라 지금까지 ‘서방’에서만 볼 수 있었던 건물들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통유리로 마감된 사무건물, 벽이 쳐진 고가의 작은 아파트 건물뿐 아니라 양철의 마트들, 멀티플렉스 영화관, 패스트푸드 상점들, 쇼핑몰들은 자본주의의 상징, 새로운 삶의 방식일 뿐 아니라 인간 욕구의 구체화이며 콤플렉스의 치유제이기도 했다. 90년대의 건축시장은 새로 재편되었다. 건축 설계는 50년 동안 국가의 통제 하에 있었으나 이제 개인 사무실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건축가들은 자유 시장 경쟁 체제에 따르게 된 것이다. 잡히는 대로, 빨리, 아무 생각 없이 지어진 90년대의 일부 건축물들은 이러한 미성숙한 자본주의에 휘둘렸던 예들이다. 불과 십 몇 년 전만 해도 최신으로 여겨졌던 이러한 건축물 중 일부는 이미 부숴지거나 앞으로의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
벽과 경호원이 없는 아파트들

19th district in Warsaw, author: JEMS Architects, photo: Juliusz Sokołowski
2000년대에 이르자 폴란드 건축 시장은 안정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아직도 논쟁이 끊이지 않는 부분은 지자체의 움직임으로도 제어되지 못하고 있는 거의 야만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시행사의 정책들이다. 이러한 시행사들은 단지로서의 주거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곳에도 조금의 땅만 보이면 무조건 건물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고층 건물이 빽빽한 단지 바로 옆에도 좋은 건축 아이디어가 실현되기도 한다. 이러한 예로, 브로츠와프Wrocław의 지그재그 모양의 벽돌 아파트 단지인 코르테 베로나 Corte Verona (즈비그녜프 마츠쿠프 Zbigniew Maćków 설계), 바르샤바 Warszawa의 비엘코미에이스카 19번지 동 Wielkomiejska 19 Dzielnica (옘스 건축가들 설계 JEMS Architekci) 를 들 수 있다.
주거단지의 건축으로 폴란드에서 인기가 있는 것은 여전히 모더니즘 스타일의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형태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아직도 계속 세워지고 있는 카토비체 Katowice의 바쟌투프 (:공작) 단지 Osiedle Bażantów를 들 수 있다. J. W. 마웨츠키 J.W. Małecki 설계사무소가 만든 모던 주거지 Enklawa Modernistyczna는 세계 제 2차대전 이전의 바우하우스식 모더니즘을 직접적으로 인용하는 사례이다. 실롱스크 Śląsk 지역에서 활동하는 메두사 그룹 Medusa Group 설계사무소는 용도 폐기된 산업시설을 주거 건물로 성공적으로 리모델링했으며, 바르샤바의 야쿱 바츠와벡 Jakub Wacławek 과 그졔고슈 스티아스니 Grzegorz Stiasny 는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대도시형의 단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브로츠와프에서 즈비그녜프 마츠쿠프는 문화유산으로 둘러 쌓인 환경에 잘 어울릴 수 있는 주거 건물들 (예를 들어 멋진 아파트 건물인 테스피안 Thespian)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주거 단지들과 집들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들은 이미 이러한 단지들이 벽으로 둘러싸여 있지 않다는 것이다. 벽을 두르고 경호 부스를 설치하여 주거건축물을 주위 환경과 차단하던 유행은 이미 지나가고 있다.
미래의 대학 캠퍼스들
유럽 자본이 들어오면서 진정한 건축 붐은 대학들 사이에서 일어났다. 거의 대부분의 대학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새 건물을 올린 것이다. 이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끈 건물은 실롱스크 대학과 카토비체 경제 대학이 함께 투자해서 지은 카토비체 학술정보센터와 도서관 Centrum Informacji naukowej i Biblioteka Akademicka 로, 수많은 건축상을 받았으며, 2011년에 열렸다. 직선으로 떨어지는 붉은 벽돌로 감싼 몸체는 코샬린Koszalin의 건축 사무소 HS99의 다리우쉬 헤르만 Dariusz Herman, 피오트르 시미에졥스키 Piotr Śmierzewski, 보이치에흐 수발스키 Wojciech Suwalski의 작품이다.

Centre for Modern Education of the Bialystok University of Technology, visualization, photo: press materials
비아위스톡 Białystok 에서는 비아위스톡 종합공과대학 신교육 센터 Centrum Nowoczesnego Kształcenia Policechniki Białostockiej 가 전통 민속 문양인 종이오리기 공예 비치난키 Wycinanki의 영감을 받은 뚫려 있는 입면으로 세워졌다. (설계: aa_studio의 아드리안 스타쉬췬쉰 Adrian Staszczyszyn과 세바스티안 비에가노프스키 Sebastian Bieganowski). 브로츠와프에서는 거의 반투명한 유리만을 사용해서 지은 미술학교Akademia Sztuk Pięknych 건물이 세워졌다 (설계: 토마슈 그워바츠키 Tomasz Głowacki). 졔슈프 대학 자연 공학 지식전달과 이노베이션 센터 Rzeszowskie Uniwersyteckie Centrum Innowacji i Transferu Wiedzy Techniczno-Przyrodniczej 건물은 학교의 로비 위에 걸려 외부로 돌출된 타원형의 강당으로 유명하다 (설계: 에드바르드 라흐 Edward Lach 외). 바르샤바에서는 문화재 급의 오랜 공과대학 건물들 사이에 새로 수학부와 컴퓨터공학부의 유리 건물이 세워졌다 (설계; 데데코 Dedeco). 포즈난 대학의 Uniwersytet im. A. Mickiewcza w Poznaniu 모라스크 Morask 캠퍼스 계획의 설계자인 예쥐 구라프스키 Jerzy Gurawski는 캠퍼스 안에 계속해서 새로운 건물을 설계하고 있으며, 루블린 Lublin의 마리 퀴리-스크워도프스카 대학 UMCS 컴퓨터공학연구소 Instytut Informatyki (설계: 건축사무소 플레바 Plewa) 의 입면은 여러 가지 색깔로 조명이 들어오도록 되어 있다. 바르샤바의 옘스 건축가들은 포즈난 Poznań의 19세기의 장식적인 라췬스키 도서관 Biblioteka Raczyńskich 건물에 미니멀리즘 성향의 드라이한 새 건물을 덧붙였다. KKKM 코지엔 KKKM Kozień 건축가들은 브로츠와프의 새 계란 모양의 연극 학교 Szkoła Teatralna 건물에 황금색 동판으로 된 작업실을 더했는데, 이는 2011년에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스테판 쿠리워비츄 Stefan Kuryłowicz의 작품이다.
KKKM 코지엔 건축사무소는 그 밖에도 바르샤바 대학교의 오호타 Ochota지역에 미래지향적인 건물들로 가득한 캠퍼스를 짓고 있으며, 포비실레 Powiśle 지역에는 칼라풀하고도 주위 환경에 매우 잘 어울리는 언어학부 건물을 계획하고 있다.
문화의 중요성

Museum of Contemporary Art (MOCAK) in Krakow, author: Cludio Nardi Architects and Leonardo Maria Proli Claudio, photo: Rafał Sosin / MOCAK
유럽자본으로 대도시와 소도시를 막론하고 폴란드 전체에 문화예술 활동과 관련한 건물들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가장 흥미로운 건물은 비아위스톡의 포들라스카 오페라와 필하모니 Opera i Filharmonia Podlaska 로, 마렉 부진스키 Marek Budzyński가 설계한 것이다. 콘서트 홀은 스틸의 거대한 원주 안에 숨겨져 있고 그 앞은 풀로 뒤덮인 열주로 가려져 있다. 로무알드 뢰글러 Romuald Loegler는 2004년에 우츠 필하모니 Filharmonia w Łodzi를 설계하고 4년 후에는 크라쿠프 오페라 Opera w Krakowie 건물을 설계했는데 크라쿠프 오페라는 사실 컨텍스트에 맞지 않는 건물이라고 많은 비판을 받았다. 크라쿠프에는 또한 피잘 루게 아르히텍텐 사무소 biuro Pysall Ruge Architekten과 바르트워메이 키시엘레프스키 Bartłomiej Kisielewski가 함께 설계했으며 눈길을 끄는 건물인 폴란드 항공 박물관도 세워졌는데, 이 박물관은 거대한 콘크리트로 만든 헬리콥터 모양을 연상시킨다. 브로츠와프에는 미로스와프 니지오 Mirosław Nizio의 검은 날개 모양의 현대 미물관 건물이 세워질 예정이며 크라쿠프의 현대 미술관은 옛날 오스카 쉰들러 Oskar Schindler (공장 건물의 리모델링은 클라우디오 나르디 Claudio Nari)의 공장 자리에 세워질 예정이다. 바르샤바에서 진행 중인 여러 설계 콩쿨 우승작 중에서는 근대 미술관Muzeum Sztuki Nowoczesnej, 과 폴란드 역사 박물관 Muzeum Historii Polski 건물이 있는데 현재로서는 폴란드 유태인 박물관이 완성되었다. 핀란드 건축가인 레이네르 말라마키 Reiner Mahlamäki가 만든 유리로 파도치는 듯한 건물에 시멘트 강당의 이 건물은 금새 바르샤바의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명성을 얻었다.
유리 탑 외 다른 건물들
유리로 마감된 사무 건물들은 폴란드가 몇 년 사이에 자본주의 국가가 되었다는 중거였다. 하지만 이러한 건물들은 폴란드에서 이미 세워질 만큼 세워졌고, 현재의 유행은 회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 수 있는 독창적인 본부를 소유하는 것이다. 포즈난에서는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뛰어난 예였던 오크롱글락 Okrąglak (설계: 마렉 레이캄 Marek Leykam)이 사무실 건물로 리모델링 되었으며, 크라쿠프의 스칼스키 Skalski는 무지개 반원 모양의 회사 건물을 세웠다 (설계: 로무알드 뢰글러). 보그단카 Bogdanka의 루블린 석탄 주식회사spółka Lubelski Węgiel 이사회의 새 건물은 태양빛에 빛나는 석탄 덩어리를 연상케 한다 (설계; 피오트르 부시코 Piotr Buśko와 발렌티 브루벨 Walenty Wróbel). 글리비체 Gliwice의 뢰들 사 Rödl & Partner 역시 입면이 검은색인 회사 건물을 세웠다. 크라쿠프 교외의 들판에 광고회사인 예티 Yeti는 반투명한 등을 연상시키는 작은 건물을 세웠으며 (설계: 그룹 A. Architects), 스테판 쿠리워비츄는 바르샤바 공항 근처에 폴란드 항공 PLL LOT의 본부로 매우 현대적인 유리 건물을 세우기도 했다.
깡통이 아닌 갈레리아로

VitkAc shopping arcade in Warsaw, author: Kuryłowicz & Associates, photo: press release
몇 년 전부터 폴란드의 대도시들에는 천편일률적이었던 양철통 모양의 쇼핑몰 대신 세심한 설계를 거친 쇼핑 센터인 갈레리아들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양쪽으로 타원형인 두 개의 날개에 구멍뚫린 철판의 천장으로 마감한 키엘체의 Kielce의 갈레리아 코로나 Galeria Korona (설계: 보세 인터네셔널 플래닝&아키텍쳐 Bose International Planning & Architecture), 쿠리워비츄와 동료들의 설계로 세워진 올슈틴 Olsztyn의 갈레리아 바르민스카Galeria Warmińska 등을 그러한 예로 들 수 있다. 갈레리아 바르민스카는 건물 외벽을 감싸고 있는 잎맥의 장식 뿐 아니라 갈레리아 안에 설치된 원형극장을 포함한 공공장소와 휴게 산책로를 가지고 있는 특이한 건물이다. 같은 건축가들이 바르샤바에서는 최근 가장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쇼핑센터를 설계했는데, 갈레리아 비트카치 Galeria handlowa VitkAc 이다. 검은 돌로 만든 입면에서부터 과감하면서도 컴팩트한 구조를 읽을 수 있는데 분주한 거리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칼리슈의 갈레리아 앰버 Kaliska Galeria Amber는 이 지역을 통과했던 호박길의 역사적 기억을 상기시키는 황금색의 입면으로 설계되었으며 (설계: 보세 인터네셔널 플래닝&아키텍쳐와 아르투르 야신스키와 동료들 Artur Jasiński i Wspólnicy), 2013년부터 개장한 포즈난의 갈레리아 MM은 유행에는 맞지 않는 뚜렷한 해체주의적 형태로 많은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다 (설계: ADS 스튜디오).
건축은 쿨하다?
폴란드에서 양질의 건축물이 계속해서 세워짐에 따라 건축에 대한 관심도 점점 증가했다. 올해 최고의/최악의 건축물을 뽑는 점점 더 많은 콩쿨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이러한 콩쿨에서의 수상은 전문적인 심사위원과 인터넷 상의 투표로 결정된다.) 이중에서는 예를 들어 bryla.pl에서 개최하는 올해 최고의/최악의 건물 상이나, 주간지 ‘폴리티카 Polityka’ 상, 월간지인 ‘건축-토목 Architektura Murator’지의 건축생활 콩쿨 Życie w architekturze처럼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있고, 카토비체, 크라쿠프, 브로츠와프처럼 특정 지역만을 대상으로 지역의 건축물들을 평가하는 것도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겨낸 열 댓개의 건축 협회와 애호가 협회 들도 건축을 홍보하고 이 분야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건축에 대한 서적들도 점점 더 많이 출간되고 있다. 90년대 이후 르 꼬르뷔지에 Le Corbusier의 ‘건축을 향하여’가 폴란드어로 출간된 이후, 필립 스프링게르 Filip Springer가 사회주의 폴란드 시절에 대한 비판을 건축 레포르타쥬인 ‘잘못 태어난 것들 Źle urodzone’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Kosmos" Cinema in Szczecin, picture from the album 'Born Of The Wrong Parents', by Filip Springer, photo: Filip Springer
서방의 예들을 무턱대고 모방하던 시간이 지나자, 폴란드의 건축가들은 흥미롭고도 자기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좋은 설계를 내놓기 시작했다. 거기에 사회적으로 건축에 대해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됨에 따라 이런 건축가들이 앞으로 채워주어야 할 기대치와 요구는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폴란드 건축은 더 좋은 건물들로 채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 안나 치메르 Anna Cymer, 2013년 5월
번역: 이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