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에서 엿보는 폴란드 음식 전통과 그 변화
새해를 맞는 폴란드 무도회 전통은 19세기 중반이 되어서야 시작되었다. 그 이전 폴란드인에게 새해는 평범한 일상의 하루 중 하나였고, 지금처럼 성대한 축하 행사는 열리지도 않았다. 새해 전야와는 다르게 결혼, 수확, 날씨와 관련된 행사는 폴란드인의 삶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곤 했다.
초기 새해를 축하하는 만찬 식탁에는 펀치와 같은 알코올음료와 사냥으로 얻은 고기로 만든 음식이 올랐다. 사육제로 불리기도 하는 카니발(폴란드어: 카르나바우 Karnawał) 행사는 주현절에 시작해 사순절 전날에 종료되는데, 부유한 귀족일수록 큰 규모의 무도회 행사를 열었다. 20세기 초 열렸던 새해 전야 또는 카니발 무도회 행사에는 폴란드 요리뿐만 아니라 고급스러운 프랑스 요리가 상에 올랐다. 꿩, 마요네즈를 넣은 연어, 로스트비프, 우설과 햄을 넣은 젤리 요리, 토끼고기 파테를 비롯해 프랑스(일명 스트라스부르)식 요리로 불리는 구운 칠면조, 멧돼지와 야생 가금류 등 사냥 고기, 갈라틴, 복잡한 레시피의 소스, 샐러드, 콩포트, 소형 & 대형 케이크, 레모네이드 및 알코올음료를 먹고 마셨다. 19세기 폴란드 요리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요리책 작가인 루치나 치비에르차키에비초바 Lucyna Ćwierczakiewiczowa에 따르면 당시 폴란드인들은 거북이로 만든 수프 또한 즐겨 먹었다고 한다.
총리의 심기를 건드는 성대한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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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고기 요리 / 사진: East News
200년간 이어진 새해를 축하하는 전통은 전간기 기간에도 멈추지 않았다. 각자의 재정 상황에 맞춰 다양한 사회 계층의 폴란드인들은 새해 파티를 열었다. 손님들을 위해 준비하는 파티 음식은 기품을 갖추면서도 밤새 파티에 체력을 잃지 않도록 에너지까지 주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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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테 / 사진: Agnieszka Sadowska / Forum
전전(戰前) 발간된 여성 잡지 《블루시치 Bluszcz (폴란드어: 아이비)》에서는 새해 전야 파티 요리로 홀스래디쉬 소스를 곁들인 튀긴 잉어 또는 강꼬치, 이탈리아식 파스타와 커런트 젤리를 를 곁들인 노루고기, 감자 퓨레와 치커리 잎을 곁들인 따뜻한 햄, 특별한 깃털 장식을 한 꿩 요리가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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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를 대표하는 술인 보드카 안주도 빠짐없이 제공되었다. 마요네즈에 넣은 청어 절임, 정어리, 청어 절임 롤, 청어류 생선인 스프라투스, 멸치, 훈제고등어, 흰 송어, 맛젖버섯 절임, 가재와 바닷가재를 넣은 고급 샐러드, 캐비어, 훈제 거위 생햄, 아기돼지고기 롤 등의 핑거푸드는 식욕을 돋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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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된 생활 방식을 지키며 미식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유제프 피우수트스키 Józef Piłsudski 총리와 달리, 이그나치 모시치츠키 Ignacy Mościcki 대통령은 성대한 리셉션 행사를 좋아했다. 카니발 기간 모시치츠키 대통령은 정부 구성원과 장군, 외교관 등을 위해 '시끄럽고 화려하고 호화로운' 무도회를 열었는데, 종종 사냥 행사가 함께 진행되기도 했다. 사냥이 끝난 뒤에는 리셉션에 참가한 손님을 위해 비고스와 호밀로 만든 보드카 스타르카 starka를 비롯해 다양한 고급요리들이 제공되었다. 새해 만찬은 보통 바르샤바 구시가지의 왕궁에서 거행되었는데, 특히 1934년 만찬에서 손님들에게 대접한 요리는 너무나도 고급스럽고 세계적인 수준이어서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폴란드 왕궁에서 열린 저녁 만찬은 폴란드 요리가 가진 정수를 보여주었다. 아우구스투프 호수의 흰 송어, 가자미, 장어, 별미인 사냥 고기까지, 폴란드에서 나온 식자재로 만든 요리가 식탁에 올랐다."
중앙위원회의 화려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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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전야 건배사 (1976) / 사진: Jacek Barcz / Forum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1950년대 초의 스탈린주의시대에는 식량난으로 인한 굶주림이 성행하였다. 하지만 힘든 현실에도 새해 축하 행사는 계속되었다. 주요 행사는 폴란드 통일노동자당 PZPR 위원회와 문화센터의 주도로 열리곤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각 직장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주최하는 것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손님을 위한 식탁에는 콜드 컷 햄, 젤리 요리, 비트로 만든 수프 바르슈치 barszcz, 비고스 등이 보드카와 함께 제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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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스 / 사진: Robert Haidinger / Anzenberger Agency / Forum
당국의 주요 인사들은 노동자 계급과는 사뭇 다른 생활을 하였다. 노동계급은 지배계급의 '입'을 통해서만 캐비어와 같은 고급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표현이 생기기도 했다. 종전 직후 당 고위 간부들은 호화로운 파티를 열었고, 카니발 기간에는 무도회가 열렸다. 1949년 마리아 동브로프스카 Maria Dąbrowska는 일간지 《지엔니크 Dziennik》를 통해 지배계급의 과식은 식당의 테이블 다리를 휘게만들 지경이라고까지 했다.
"마요네즈, 샐러드, 햄, 돼지고기, 쇠고기 안심 - 그 주위에는 열심히 먹어대는 인민 동지들이 있었다. 우리 작가들은 고기를 먹어본 지 너무 오래되어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접시 위 음식의 5분의 1 정도를 먹었는데, 이 양은 내가 종일 먹은 것보다도 더 많았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볼레스와프 비에루트 Bolesław Bierut는 과식과 미식을 즐기는 인물이었다. 일반 사람들이 접할 수 없었던 남쪽 과일, 달콤한 과자, 과일주스, 캐비어, 연어, 바닷가재, 고급 디저트를 비롯해 보드카 이외의 해외에서 수입된 코냑, 리큐어, 와인 등은 대통령의 식탁에 흔하게 올랐다. 폴란드 인민공화국에서 오랜 기간 총리 자리를 지킨 유제프 치란키에비치 Józef Cyrankiewicz 또한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던 인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멀리했던 1956년 폴란드 통일노동자당 서기장이었던 브와디스와프 고무우카 Władysław Gomułka와 비교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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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전야 파티 / 사진: 안제이 마르차크와 파트너 (1958), 바르샤바 / 사진: Andrzej Marczak / Forum
과거와 달리 풍성한 식자재와 먹거리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폴란드 요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폴란드인들의 새해 전야 만찬 식탁 메뉴는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스튜 요리에서 다양한 핑거푸드, 초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계인의 요리가 폴란드인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성대했던 과거와 달리 새해전야 파티 '실베스트라 Sylwestra'의 규모는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폴란드인이 '디톡스'와 함께 새해를 시작하고 있다.
저자: 마그달레나 카스프시크-셰브리오 Magdalena Kasprzyk-Chevriaux (2019년 12월) / 번역: AL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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