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 그리고 이 도시를 떠나 Zabij to i wyjedź z tego miasta>는 감정이 앞서는 회고담이다. 딱딱하고도 절제된 선과 색채, 가끔은 화면 전체를 흐르는 시각적인 은유가 가득한 마리우시 빌친스키 Mariusz Wilczyński의 작품 스타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여러 명이 등장하지만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야드비가로, 남편과 아들은 바닷가로 휴가를 떠나고 혼자 남아 있다. 야드비가는 공산 폴란드 시대의 일상의 어려움을 홀로 맞선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조건 못되게 구는 상점 판매원들, 승객들을 마구 흔들며 달리는 전차, 우울한 날씨. 야드비가는 영안실 직원이다. 몇 층 위인 병원에는 늙고 아픈 여자가 누워 있고, 아들이 문병을 온다 (아들의 목소리로는 감독 마리우시 빌친스키가 직접 출연했다).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낯섦과 거리가 존재한다.
마리우시 빌친스키 / 사진: Rafał Placek
감독은 이 영화의 도움으로 그의 실제 생활에서 할 시간이 없었던 대화를 끝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우수, 자기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없다는 상실감이 영화 속에 가득하다. 대화의 녹음에 빌친스키는 유명한 폴란드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자신이 사랑했던 폴란드 영화와 음악의 기억을 조금이라도 보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화면 속에는 이미 작고한 명 배우인 구스타프 홀로우베크 Gustaw Holoubek, 이레나 크비아트코프스카 Irena Kwiatkowska, 영화감독인 안제이 바이다 Andrzej Wajda, 야누시 콘드라티우크 Janusz Kondratiuk, 음악가인 토마시 스탄코 Tomasz Stańko, 타데우시 날레파 Tadeusz Nalepa등이 등장한다. 이들 외에도 다니엘 올브리흐스키 Daniel Olbrychski, 크리스티나 얀다 Krystyna Janda, 바르바라 카프투프나 Barbara Krafftówna. 등 현존하는 중요한 예술가들 또한 등장한다.
이런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는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어떤 삶을 부여받는지에도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