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도와 기독교의 만남: 폴란드 하지 축제 노츠 쿠파위
폴란드를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성 요한 전야에 여름의 도래를 기념합니다. 모닥불을 피우고 노래하며 춤추는 폴란드 하지 축제 풍습은 세계 여러 지역의 여름맞이 축제와 닮아 있지만, 들꽃으로 화관을 엮고 점을 치는 전통은 슬라브 이교 문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 그리고 유럽의 게르만족과 슬라브족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지 축제를 열었습니다. 일부 역사학자에 따르면, 서기 10세기에 최초의 폴란드 국가를 세운 오늘날 폴란드인의 슬라브계 조상들은 한여름을 맞아 야외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춤과 노래를 즐겼습니다. 이 축제는 '노츠 쿠파위 Noc Kupały', 즉 쿠파와의 밤으로 불렸습니다.
축제 기간에는 평소라면 쉽게 허용되지 않았을 자유분방한 남녀 관계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9개월 뒤 마을에 아이가 태어나면 사람들은 황새가 아기를 데려왔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로부터 약 9개월 뒤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돌아오는 황새는 이러한 이야기에 더욱 그럴듯함을 더했습니다.
966년 폴란드 국가가 수립되고 기독교를 공인하면서, 이교 축제였던 노츠 쿠파위는 점차 배척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전통을 없애려는 시도는 끝내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 풍습은 보다 온건한 모습으로 바뀌어 기독교 달력의 성 요한 전야에 편입되었습니다. 오늘날 폴란드의 전통적인 하지 축제는 이교와 기독교의 전통이 흥미롭게 어우러진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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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셰미실 Przemyśl에서 열린 쿠파와의 밤 '노츠 쿠파위' 행사 / 사진: Waldek Sosnowski / 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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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서 노츠 쿠파위는 외래 문화의 산물로 여겨지는 발렌타인데이보다 훨씬 더 깊이 사랑과 연결된 축제입니다. 모닥불은 연인에게 좋은 기운을 가져다준다고 믿었으며, 참가자들은 행운을 얻고 악을 물리치기 위해 불길을 뛰어넘었습니다. 또한 악한 영혼을 쫓기 위해 우단담배풀 잎과 쑥을 태우기도 했습니다.
젊은 여성들은 약초와 들꽃을 엮어 화관을 만든 뒤, 그 위에 촛불을 밝혀 호수나 강에 띄워 보냈습니다. 물결을 따라 흘러가는 화관의 운명이 그것을 만든 이의 미래를 점쳐 준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화관이 물 위를 순조롭게 떠내려가거나, 더 나아가 연인이 물에서 이를 건져 올리면 사랑에 행운이 따른다고 여겼습니다. 반대로 화관이 가라앉거나 제자리에 머물면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과 외로움을 예고한다고 믿었습니다. 다른 화관에 걸리면 새로운 우정이 생긴다고 여겼습니다. 또한 성 요한 전야에 야외에서 물놀이를 하면 결혼과 출산에 행운이 따른다는 풍습도 전해져 내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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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Piła에서 열린 쿠파와의 밤 '노츠 쿠파위' 행사 / 사진: Sławomir Olzacki / 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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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폴란드인들은 한여름에만 모습을 드러내고, 특별히 덕이 높은 사람만 찾을 수 있다고 전해지는 신비한 고사리꽃을 찾아 숲으로 향하기도 합니다. 이 꽃은 막대한 부를 가져다준다고 전해지지만, 안타깝게도 식물학자들은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과거 고사리꽃을 찾는 일은 미혼 남녀가 보호자 없이 함께 산책을 나설 수 있도록 해주는 사회적으로 용인된 명분이기도 했습니다. 옛사람들은 뱀혀고사리가 강력한 최음 효과를 지녔다고 믿었고, 여성은 그 잎을 피부에 문지르면 남성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다만 이 식물의 특별한 효능은 의식 중에 '신이시여, 도와주소서'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워야만 발휘된다고 여겨졌습니다.
이처럼 폴란드 민속 문화에는 이교와 기독교의 전통이 서로 맞물려 이어져 왔습니다. 성 요한 전야의 기독교적 의미를 기리기 위해 교회에서는 레몬 타임을 비롯한 약초에 축복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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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줄이 남아 있다면 물에 빠져도 죽지 않는다' / 쿠파와의 밤 '노츠 쿠파위' / 사진: Łukasz Dejnarowicz / 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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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마렉 켕파 Marek Kępa (2016년 6월) | 번역: AL (2021년 6월 / 최종 업데이트: 2026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