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팬덤의 규모는 아주 작았고, 몇 번만 행사에 나가도 금세 서로 얼굴을 익힐 만큼 가까운 분위기였다. 특히 자주 행사에 참여하거나 직접 행사를 기획에 나서고, 온라인에서 인기를 끈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름이 알려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그들 사이에 경계나 분열이 없었다는 것이다. 누가 슈퍼주니어를 좋아하든, 빅뱅 BIGBANG을 좋아하든, 엑소 EXO나 방탄소년단 BTS을 좋아하든 상관없었다. 경쟁이나 비교는 존재하지 않았고, 같은 아티스트를 안다는 사실만으로도 금세 친밀감이 싹트기에 충분했다.
조금은 펑크한 무언가
2017년 무렵, 케이팝의 인기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은 한국 노래와 아티스트들이 빌보드와 같은 세계 주요 음악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주목받았고, 국제적인 시상식에서도 이름을 올렸다. 그 결과, 이전에는 아시아 문화에 특별한 관심도 접점도 없던 사람들까지 케이팝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케이팝 팬덤은 규모가 커짐과 동시에 단일한 집단의 성격을 잃기 시작했다. 케이팝은 더 이상, 일명 '덕후'라 불리는 거의 집착에 가까운 열정으로 폴란드 전역을 누비고,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광장에서 좋아하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열성팬들만의 세계가 아니었다. 이제 케이팝은 단지 열정적인 소수의 하위문화가 아니라, 누구나 일상적으로 즐기는 음악이 되었다. 한때 비주류 서브컬처로 여겨졌던 케이팝은 이제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팬덤 특유의 따스한 연대감과 전통은 여전히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커버댄스 팀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긴 했지만, 폴란드의 댄스팀들은 여전히 광장과 거리에서 춤을 추고, 국제 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이들의 영상은 놀라운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팬들은 아이돌 응원에 그치지 않고 환경보호 등 사회적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팬덤이 주도하는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이끌어가고 있다. 언론은 그들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케이팝 팬덤은 팝 음악을 듣지만, 그 안엔 어딘가 펑크적인 무언가가 있다."
그들은 공연장에서 영상을 찍는 대신 뜨겁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수를 치는 대신 큰 소리로 발을 구르며, 온 클럽을 흔들어 놓는다. 이에 발맞춰 최근에는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폴란드 방문도 눈에 띄게 늘었다. 공연은 물론, 뮤직비디오 촬영이나 팬들과의 만남을 위해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