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빌레이: 양국간 연대의 지속을 희망하다 - 인터뷰
유리 빌레이 Yuriy Biley는 폴란드에서 활동하는 우크라이나 출신 예술가이자 큐레이터이다. Culture.pl의 파베우 파흐치아레크 Paweł Pachciarek와 함께한 인터뷰에서 그는 폴란드로의 이민 경험과 이를 녹여낸 작품, 우리 모두가 우크라이나를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파베우 파흐치아레크 Paweł Pachciarek: 어떤 이유로 자신의 삶과 작품 세계를 폴란드와 연결하게 되었는지, 삶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2015년부터 폴란드에 살고있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폴란드인 아내를 만나 지금은 브로츠와프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이 결정을 들어 '마음의 이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본격적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 폴란드에 자주 방문하곤 했습니다. 2012년 '고드 폴로니아 Gaude Polonia' 장학생으로 6개월간 바르샤바에서 거주하였고, 레지던스와 전시회 일로도 폴란드를 오고갔습니다. 루블린 Lublin의 ‘라브린트 갤러리 Galeria Labirynt’, 비아위스토크 Białystok의 아르세나우 갤러리 ‘Galeria Arsenał’와 긴밀하게 협력을 했었고 폴란드에서는 일명 교육받은 예술가로 활동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오픈 그룹 Open Group’ 을 공동 설립해 리비우의 데텐필라 갤러리 Detenpyla Gallery를 운영했고,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우크라이나관 전시 참가, 2013년 2015년 두 차례의 핀추크 예술상 Pinchuk Art Prize을 수상했습니다.
폴란드에 거주하고 있었던 2019년, ‘오픈 그룹’과 함께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우크라이나관 큐레이터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폴란드로의 이민은 내가 떠나온 환경과 예술 활동에서 다루는 가치 그리고 주제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지정학적인 변화, 그리고 나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안인 이민자 증가와 이들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2022년 5월부터는 폴란드에 거주하는 외국인 예술가로 구성된 단체 '자*그루파 ZA*Grupa'를 설립해 율리아 크리비치 Yulia Krivich, 베라 잘루츠카야 Vera Zalutskaya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브로츠와프의 독립전시 이니셔티브인 '노비 즈워티 NOWY ZŁOTY'에 합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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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빌레이 《체류 목적》 / 2021, 설치 / 루블린 갤러리 라브린트 / 사진: Wojciech Pacewicz
최근 몇 년 간 수많은 우크라이나인이 폴란드로 이주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비자를 받기가 쉬워져서, 생활비와 학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비슷한 문화권이라서? 그게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나요?
언어, 문화적 관점에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매우 가까운 나라입니다. 많은 우크라이나인이 폴란드를 '유럽연합에 속한 살기 좋은 나라'로 여깁니다. 일부는 폴란드에 자리를 잡기도 하지만, 일부는 폴란드를 생활을 서유럽으로 향하는 기회이자 관문으로 생각합니다. 폴란드는 이웃 국가이기 때문에 단기간 일하러 가기에 편하기도 하죠. 우크라이나인의 폴란드 이주는 수년간 지속해서 증가해왔지만, 2013년 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일어난 유로마이단 이후로 더 급속하게 증가했습니다. 난민과 관계는 없지만, 많은 우크라이나인이 일을 찾기 위해 폴란드에 오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부터 우크라이나 인들은 유럽 솅겐 지역에서 최대 90일까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이 덕에 폴란드 거주증을 얻기가 한결 쉬워졌습니다. 그 이후로 이민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2월 24일 이후, 유럽연합에 들어온 우크라이나인들은 휴가, 학업, 일 때문에 이주하는 이민자 신분에서 하루아침에 난민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이 상황을 직접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전쟁을 피하기 위해 나라를 떠나고 있습니다.
폴란드에서 적응하기 어려웠거나, 아니면 아직도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 있나요? 바꾸고 싶은 것이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바라는 게 있다면, 제 이름의 철자를 올바르게 사용해줬으면 좋겠어요. 폴란드 생활에서 계속해서 저와 함께하는 문제이기도 하죠. 잘못 표기된 제 이름에 줄을 죽 그은 야구모자를 만들어 이 문제를 주제로 작품에 녹여내기도 했습니다.
좀 더 진지한 얘기를 해보자면, 앞으로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인이라는 존재가 대중적으로 희생자 또는 이국적인 볼거리로 여겨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일시적인 것에서 장기적인 것으로 변화하는 개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일들이 계속해서 지속되는 효과를 가져다주기를 바랍니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사이, 긴장과 역사적 오해가 없이 함께하는 특별한 연대가 양국 간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이 과정의 중요한 단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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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빌레이 《나의 슬로건은 정부 내러티브에 적합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Moje hasło mogłoby być zrozumiane jako wpisujące się w narrację rządową》 / 2021년 11월 11일 바르샤바에서 열린 반파시스트 시위 / 사진: Marta Czyż
《체류 목적 Cel pobytu》 은 이민 경험을 주제로 하는 작품인데요, 우크라이나에서 가져온 모든 것들이 녹아있는 설치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설명과 이 작품이 지금까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체류 목적》은 2019년 브로츠와프 노비 즈워티 갤러리와, 2021년 루블린 라브린트 갤러리에서 두 차례 전시되었습니다. 실제로 제집에 있는 일상적인 물건을 재료로 작업을 하였고 일종의 자화상이자 제 정체성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주는 오브제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 재료는 난민이 갖지 못한 이민자의 특권이라 생각합니다. 사치라기보다는 제가 가진 안정감이 반영되어 있죠. 폴란드로 거처를 옮긴 뒤 계속해서 저를 둘러싼 존재이자 새집을 완성해주는 존재입니다.
현재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시나요?
폴란드 아티스트 마르타 치시 Marta Czyż와 함께 기획한 전시 ⟪지금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 Nie możecie się teraz rozejść⟫를 3월 4일부터 리비우 시립미술관에서 공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리고 4월 8일부터는 폴란드에서의 제 삶을 담은 개인전 ⟪왔고, 봤고, 울었다 Przybyłem, zobaczyłem, zapłakałem⟫이 지엘로나 구라 Zielona Góra의 BWA 현대미술관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근 일주일간 조국인 우크라이나와 그 시민들, 예술,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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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빌레이 《체류 목적》 / 2021, 설치 / 루블린 갤러리 라브린트 / 사진: Wojciech Pacewicz
만약 가능하다면, 언젠가 우크라이나로 돌아가 작업을 하실 생각이 있나요? 아니면 그런 계획은 아직 생각해본 적 없나요?
폴란드는 제 새로운 고향입니다. 이곳을 잠시 머물거나 거쳐 가는 경유지로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러시아의 침략으로 전 세계의 시선이 우크라이나에 쏠리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우리 개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폴란드-벨라루스 국경 위기 당시, 많은 폴란드인이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들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고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서는 우선 검증된 단체에 재정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군에도 기부를 할 수 있죠. 전 세계 어디에서든 우크라이나를 위한 도움과 시위를 벌이는 것이 우리가 지지를 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스쳐입니다.
또한 러시아에 정치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행동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FIFA에서 개최하는 월드컵이라든지 베니스 비엔날레 등과 같은 국제행사 참여 제재와 같은 작은 것이라 할 지 라도 말이죠.
러시아에 있는 지인과 친구에게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전 세계가 현 상황을 독립국에 대한 침략자의 공격으로 인식하는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지금 일어나는 이 상황을 현실로 인식하고, 러시아 정부가 매일같이 내보내는 조작된 정보로부터 이들을 분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적과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하나의 목소리와 행동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멈추게 하는 것입니다.
유리 빌레이 Yuriy Biley - 1988년 우크라이나 우즈호로드 Uzhhorod 출생, 현재는 브로츠와프에서 시각 예술가와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리비우의 데텐필라 갤러리 Detenpyla Gallery, Open Group, ZA*Grupy(폴란드 거주 외국인 예술가 그룹) 공동 창립자이자 브로츠와프의 독립 예술공간인 노비 즈워티 NOWY ZŁOTY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폴란드 브로츠와프로 이주해 작업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이민 경험, 복잡한 정체성 개념 연구 및 이와 관련된 주제를 중점으로 한다.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차용과 인용을 통해 구축한 개인적 경험을 기반으로 하며, 텍스트와 문화를 형성하는 요소로서 언어가 갖는 영향에 관심을 가진다. 설치, 콜라주, 포스트아트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인터뷰: 파베우 파흐치아레크 Paweł Pachciarek (2022년 3월) / 번역: AL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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