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예술, 육체와 역사
그졔고슈 클라만 Grzegorz Klaman, 카타쥐나 코지라Katarzyna Kozyra, 즈비그녜프 리베라 Zbigniew Libera, 로베르트 루마스 Robert Rumas, 알리치아 졔브로브스카 Alicja Żebrowska, 아르투르 쥬미예프스키 Artur Żmijewski 같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공통적으로 비판적 예술이라 정의할 수 있다. 이 예술가들은 전례 없이 개방적이고 노골적으로 지금까지 받아들여졌던 종교적, 문화적, 사화적 관습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통해 이들이 가진 위선과 억압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이들의 비디오작품과 설치작품들은 사회적 금기 및 신성불가침의 영역을 넘나들며 관객들을 동요시키고 그들에게 생각을 강요한다. 그리고 관객들이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실 문화적 구조물이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 때문에 90년대의 비판적 예술은 자주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으며,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미디어의 주목을 끌었다.
여기서 비판적인 흥미의 중심에 있는 것은 표현의 수단과 도구로서의 육체이다. 관련작으로 카타르쥐나 코지라의 ‘목욕탕 Łaźnia, 1997’을 떠올릴 수 있다. 카타쥐나 코지라는 숨겨진 카메라를 사용해서 여성이 목욕하는 모습을 통해 여성의 매력없는 몸으로 미(美)의 반이상적인 부분을 묘사한다. 아르투르즈미예브스키는 ‘산책 Na Spacer, 2001’ 이나 노래수업 Lekcja spiewu, 001’ 등의 작품에서 육체가 마비된 사람의 걷는 연습과 노래하는 청각 장애인의 모습을 통해 장애와 질병 때문에 사회로부터 고립된 육체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미 컬트가 된 작품 ‘레고. 집단 수용소 Lego. Oboz koncentracyjny, 1996’로 유명한 즈비그녜프리베라는 이번에는 소비문화가 육체를 대하는 방법을 표현하기 위 ‘보정장치 urzadzenia korekcyjne, 1995’라는 제목으로 매우 사실적인 9세 남아용 보디빌딩 장비와 페니스를 늘이는 장치 등을 만들기도 했다. 독실한 폴란드 카톨릭 환경이 만들어내는 정체성과 그 형성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작가는 로베르트 루마스로, 현대 남녀의 반쯤 벗은 육체 사진과 성인의 동상을 나란히 놓는 제스쳐 Gesty, 1993 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완전히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미로스와프 바우카 Mirosław Bałka이다. 바우카는 기억의 역할과 역사의 희미한 자취를 대비시킨다. 특히 홀로코스트, 2차 세계대전과 관련이 있다. 그의 비디오 설치 작품인 ‘겨울나그네 Winterreise, 2003’ 는 그 사건이 일어난 장소의 기억과 나치의 유태인 학살이 남긴 흔적의 의미를 질문한다. 이 작품의 세가지 영상은 작가가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를 겨울에 여행하며 촬영한 것이다. 그것들은 희생자들의 재가 버려진 작은 호수와 여전히 수용소를 둘러싸고 있는 가시철선 주위로 오는 사슴을 보여준다. 향후 몇년 동안 폴란드의 미술 작품에서 뚜렷하게 볼 수 있는 이러한 비판적 예술은 1989년 이후 폴란드 미술의 가장 강력한 경향이다.
21 세기로의 전환기에 폴란드 예술은 영웅적인 비판과 공산주의해체 이후의 부조리라는 무거움에서 모순적이고 문화적인 현상 유지에 대한 이중적인 모습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한다. 예술가들은 현실을 인정하고, 더 이상 확실한 이데올로기적 정체성을 취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경향을 대표하는 것이 빌헬름 사스날 Wilhelm Sasnal, 라파우 부이노프스키Rafał Bujnowski, 마르친 마치에예프스키 Marcin Maciejowski와 그들의 동료 예술가들로 구성된 와드니에 그룹 Ładnie Group의 작품이다. 회화, 대중 문화, 그리고 평범함과 일상적인 것들 속으로 그들은 작품의 방향을 돌린 이들의 예술은 사회를 조작하는 도구로서의 매스컴과 소비 문화를 비판한다.
그러나 1990년대 비판적 예술의 작가들 또한, 한 사회의 문화가 강요하는 모범사례들의 억압적인 특성에 대해 가볍고 거리감 있는 방법으로 표현하기도 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그러한 예로, 즈비그녜프 리베라의 유니버설 페니스 익스팬더 Universal Penis Expander 를 들 수 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유사한 주제를 다루는 작품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언론과 사회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도로타 니에즈날스카 Dorota Nieznalska의 ‘수난 Pasja, 2001’로, 남성의 생식기 사진와 십자가를 함께 보여주는 이란 작품이다.
파베우 알타메르 Paweł Althamer 와 그 외의 예술가들, 상상의 세계로
같은 시기, 또 다른 예술가들은 현실을 발칙하게 바꾸는 것이 허용되는 상상의 세계에 매료되어 있었다. 이들의 작품은 감정, 정신성과 이야기의 방향으로의 전환을 말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60년과 1970년대 폴란드 개념미술에 강하게 존재했던 상상이라는 개념을 상기시키는 예술가들 중에는 파베우 알타메르 Paweł Althamer, 체자르 보지아노브스키 Cezary Bodzianowski, 오스카르 다비츠키 Oskar Dawicki, 로베르트 쿠시미로프스키 Robert Kuśmirowski,파울리나 오워프스카Paulina Ołowska, 야네크 시몬 Janek Simon, 크리스티안 토마셰프스키 Christian Tomaszewski와 피오트르 우클라인스키 Piotr Uklański 등이 있다.
파울리나 오워프스카의 ‘알파벳 Alfabet, 2005’를 예로 들자면, 1920년대 카렐 타이게 Karel Teige의 알파벳을 인용하며 아방가르드 미술의 전략과 미감을 되풀이한다
다른 한 편으로 로베르트 쿠스미로프스키 Robert Kuśmirowski는 관객들이 구별할 수 없도록 완벽하게 만들어진 과거의 모조품이나 재현 공간에서,세상을 경험하는 데에서 우리가 역사적 진실이나 사실 보다는 과거에 대한 상상을 사실로 여기며 그것에 더욱더 좌우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열차 칸, 2006’, ‘무제 (지폐), 2004’)
최근 몇 년 동안에는 과거에 대한 이야기들로 뒤섞인 1960, 1970 년대의 예술에 대한 강한 관심이 관측된다. 이는 지금까지 써왔던 표현 방식으로는 더 이상 현재의 폴란드 예술이라는 현상을 기술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다양한 작가들의 입장과 컨셉과 예술적인 이념과 그들의 역동적인 발전상을 지금까지 표현했던 방식으로 나타내기 힘든 시기가 된 것이다.
저자: Agnieszka Sural, 2013년 4월 15일
출처"Nowe zjawiska w sztuce polskiej po 2000" (2000 년 이후폴란드 예술의 새로운 현상)
편집: Grzegorz Borkowski, Adam Mazur, Monika Branicka, culture.pl의 자료
번역: 안나 디니에이코 Anna Diniejko, 이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