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이루어진 렘의 예언 13개
태블릿과 e북, 스마트폰, 구글, 매트릭스까지도 이미 20세기 중반에 ‘솔라리스’ 작가는 생각해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미래, 렘이 예상한 모습이다.
옵톤, 렉톤, 트리온산드, 판토마톤... 여러분은 이런 단어를 모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단어들이 나타내는 물건들은, 모두들 분명히 매일매일 쓰고 있다. 스타니스와프 렘은 Stanisław Lem 이러한 물건들이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기 한참 전에 이미 이들을 생각해냈다. 렘의 작품은 유명한 애니메이션 드라마 창작자들에게 영감이 되기도 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비디오 게임에도 영감을 주었다.
렘의 범상치 않은 예언들, 그리고 미래에 대해 그가 두려워했던 것들, 에를 들어 바이오테크놀로지나 트랜스 휴먼과 같은 주제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며 학문과 과학기술의 발달과 관련한 열띤 논쟁의 주제가 되고 있다.
렘이 예언한 기계, <별에서의 귀환> 중, 사진Culture.pl
스타니스와프 렘은 아마도 종이 책의 사멸과 전자 책 시대의 도래, 그리고 e북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기기에 대해서 예상한 첫번째 SF작가일 것이다. 이미 1961년의 소설 <우주로부터의 귀환 Powrót z gwiazd>, 그러니까 e북이 처음 시도되기 40년 전에 이런 이야기를 썼다. 렘이 상상한 e북은 크리스털 조각으로, 그 위에 써 있는 내용은 특수한 장치를 사용하여 재생할 수 있는 것인데, 이는 당연하게도 현대의 태블릿을 연상시킨다. 이 장치의 이름은 옵톤이라고 붙였는데, 오늘날 우리들은 대부분 이 장치를 킨들 Kindle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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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내내 서점에서 보냈다. 거기에 책은 없었다. 이미 한 50년 전부터 책은 인쇄되어지지 않고 있다. ‘프로메테우스’ 도서관에서 마이크로필름을 통해 책을 보는 것을 정말 좋아했는데. 이제는 아무 소용 없다. 이제는 책장 사이를 뒤적뒤적하는 것도, 손에 책들을 들고 앞으로의 독서의 규모를 암시하는 그 무게를 느껴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서점의 모습은 전자 실험실을 연상시킨다. 책은 내용이 적힌 크리스털 조각이다. 이는 옵톤을 이용해서 읽을 수 있다. 그 모습은 책과 비슷하기까지 하지만, 앞 표지와 뒷 표지 사이에 있는 것은 단 한장 뿐이다. 손으로 건드리면 그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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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이 예언한 기계, <우주로부터의 귀환> 중, 사진Culture.pl
같은 소설에서 렘은 또한 오디오북의 인기에 대해서도 예상했다. 하지만 렘이 붙인 오디오북의 이름은 ‘렉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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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 옵톤은 잘 쓰지 않는다고, 나에게 판매원 로봇이 말했다. 사람들은 렉톤을 더 선호한다고 – 렉톤은 소리를 내어 읽어 주는데, 그 목소리와 속도, 모듈은 원하는 대로 맞출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아직 판매원 로봇이 서점 직원을 대신하진 않았지만, 우리는 렘이 말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미 오디오북과 팟캐스트의 재생 속도는 우리가 조절할 수 있다.
이미 1950년대 초에 렘은 컴퓨터들을 연결해 정보를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을 확대시키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한 바 있다. 1957년에 출간된 <대화 Dialogi>에서 렘은 이러한 가능성을 기술 발전의 실질적인 방향이라고 소개하면서 ‘모든 정보 기계와 기록 은행이 점점 커져 그 결과로 나중에는 대륙을 아우르는, 그리고 이후에는 전 지구적인 컴퓨터 네트워크가 생길 것이다’고 말한다.
2006년에 세상을 떠난 렘은 인터넷을 비롯하여, 자신이 예상한 많은 것들이 실현되는 것을 보았다. 그 사실에는 놀랐다고 한다. 이 새로운 미디어를 처음 접한 후 렘의 코멘트는 유명하고도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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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써 보기 전에는, 이 세상에 바보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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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을 기념하는 구글 그래픽 이미지 / 폴란드 잡지 <Przekrój>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렘 작품 다수에 그림을 그린 다니엘 므루스 그림 인용 / Eas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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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렘은 보통 사람들이 광활한 데이터베이스에 바로 접근할 수 있는 미래를 상상했는데, 이 데이터베이스의 이름은 ‘트리온 도서관’이었다. ‘트리온’이란 렘에 따르면 석영 조각인데, 그 안의 요소는 계속해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렘의 작품에서 이 ‘트리오니’는 현재의 usb같은 것으로, 전파를 통해 접속하여 엄청난 양의 지식을 전파한다. 렘은 1955년 <마젤란 성운 Obłok Magellana>에서 이 현상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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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온은 비추는 그림을 저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결정의 구조를 바꾸면 마치 책장이 넘어가는 것처럼 모든 종류의 사진, 지도, 그림, 그래프와 도표, 한 마디로 시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저장할 수 있다. 트리온에는 또한 소리도 쉽게 저장할 수 있는데, 그래서 사람의 목소리와 음악 뿐 아니라, 냄새를 저장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렘의 묘사는 매우 정확하다. 오늘날 렘이 묘사한 그것을 우리가 인터넷 또는 구글이라고 부르고 있긴 하지만. 냄새를 저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우리는 아직 기다리는 중이다.
같은 책에서 렘은 스마트폰의 초기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트리온 도서관의 데이터베이스에 바로 접근할 수 있는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텔레비전 같은 기계에 대해 묘사하였다. <마젤란 성운>의 다음 부분은 현대의 신문 기사를 그대로 인용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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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이 기계의 효용성과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의 엄청난 힘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이 기계를 이용한다. 호주의 실험실에서나 달 관측소에서나, 비행기에서나, 몇 번이나 우리 모두는 트리온 도서관 본점을 찾으며 이 주머니 속 기계를 꺼내고, 찾았던 작품을 몇 초 안에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보고 있는가. 아무도, 이 기계의 완벽함 덕분에 아주 많은 수신인들이 서로서로를 전혀 방해하지 않은 채 모두들 트리온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 묘사는 놀랍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현대의 상황에 들어맞는다. 많은 항공사들이 현재 기내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있다. 렘이 이런 생각을 했던 시대에 일반적인 컴퓨터는 방 하나의 크기였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도 좋겠다. 인터넷에 대한 아이디어는 1960년대 말 연구자들의 머리에서 겨우 싹텄고, 20년쯤 후에 현실로 구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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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 인피니테크 3D & 라돔 / 사진: 마리우시 가친스키 / Eas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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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젤란 성운> 에서 렘은 또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매우 흥미로운 방법을 예상하는데, 이는 현재의 3D 프린트 기법을 연상시킨다. 재미있는 것은, 소설 속에서 렘이 제시한 이 생산 방식이 현재에도 거의 유용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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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트리온은 ‘생산 방법’에 대한 기록을 포함하게 되었다. 전파를 통해 트리온과 연결되는 기계는 수신자에게 필요한 물품을 만들어주는데, 예를 들어 고대 스타일의 가구나 희한하기 그지없는 옷을 만들어달라는 망상가들의 가장 어려운 요구조차도 충족시키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구 곳곳으로 누군가가 어쩌다가 가지고 싶어하는, 이런 상상을 초월하게 다양한 상품들을 보내는 것은 힘들다.”
글쎄, 오늘날 3D 프린터는 전자기기 상점에서 살 수 있고, ‘생산 방법’은 AMF (Additive Manufacturing File) 형식으로 파일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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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이 게임을 발명했다고? 그런 것과 다름없다.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게임인 ‘더 심즈’를 만든 윌 라이트는 렘의 작품이 자신의 게임을 만드는데 주요한 영감이 되었다고 자주 언급한 바 있다. 라이트는 로봇 창조자들인 트루를 Trurl과 클라파우치우시 Klapaucjusz의 모험을 이야기하는 렘의 <사이버리아드 Cyberiada>에 빠져있었다.
어떤 소행성을 탐험하는 중에 트루를은 쫓겨난 독재자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줄 선물로 상자 크기의 살아있는 소우주와 가상의 문명을 만들어 옛날의 독재자가 다스릴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한다. 바로 이, 상자 속에 들어있는 작은 왕국이 라이트에게 자신의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게임을 고안하도록 영감을 준 것이다.
물론 이 소설의 뒷부분에서 작은 사람들과 그들의 생명을 다스리는 것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다면 그건 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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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에게, 그들은 아 무 것 도 느끼지 못한다고, 아 무 것 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들은 존재로서 무존재의 양쪽 심연,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것과 죽지 않은 것 사이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그들은 없다는 것을 나에게 증명해 봐, 그럼 널 괴롭히는 것을 그만두지! 당장 증명해보라고, 네가 고통이라는 것을 단지 모방했을 뿐이지, 네가 그걸 창조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벤더 로드리게즈 / 퓨처라마 / 사진: 위키미디어
렘은 분명히 ‘퓨처라마 Futurama’를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21세기 초반의 (시리즈는 31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애니메이션인 퓨처라마를 만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시리즈의 제작자인 데이비드 X 코헨 David X Cohen은 작품의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었는지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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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어머니는 공상과학소설의 팬이었고, 저에게도 그걸 전파하셨죠. 집에는 <우주 여행일지 Dziennki gwiazdowe>나 <우주 비행사 피륵스 이야기 Opowieści o Pilocie Pirxie> 같은 렘의 작품도 있었습니다. 이 특별하고도 초현실적인, 그리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저에게 큰 영향을 미쳤어요, 특히나 로봇이 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 말이죠. ‘퓨처라마’ 시리즈의 가장 다정한 인간 캐릭터 중 하나인 벤더의 성격 일부는 스타니스와프 렘 작품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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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저에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이야기죠. 로봇들만 살고 있는 행성에 인간들이 탄 우주선이 난파하게 되는데, 살인 본능을 가진 로봇들이 이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싶어하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기들이 로봇인 척 하는데, 마지막에 밝혀진 것은 (스포일러 주의!), 사실 그 행성에 사는 모두가 다 거기 어쩌다 착륙하게 된 사람이었다는 것이에요. 그 행성에 사는 이들의 손으로부터 죽음을 피하기 위해 모두 로봇인 척 한 거죠. 이 이야기가 ‘퓨처라마’에 직접적인 영감을 주었어요.”
코헨이 이야기하는 이 렘의 이야기는 분명 <우주 여행일지>의 ‘열 한 번째 여행’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에피소드는 퓨처라마 시즌 1의 제 5화, <로봇 행성의 공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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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니스와프 렘 <사이버리아드> 일러스트레이션 / 다니엘 므루스 / 1972 /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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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리아드>에서는 혁신적이지만, 가끔 상당히 괴상한 아이디어들도 많다. 그런 예로 ‘지성을 가진 먼지’, 그러니까 모래알보다 크지 않은 작은 컴퓨터 드론 구름이 있는데 이들은 병렬 연산을 수행하는 거대한 컴퓨터 시스템의 일부이다. 지성을 가진 먼지라는 컨셉은 가장 최신의 나노 기술이 이룬 것들을 연상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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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바 코페르니쿠스 과학관의 전자 시인 / 사진: 야체크 와고프스키 / 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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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이 ‘사이버리아드’에서 기술한 또다른 대담하고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전자시인 elektrybałt’으로, 시를 쓰는 컴퓨터 기계이다. 트루를이 만들어낸 이 신기한 발명품은 우리 시대에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시를 쓰는 인터넷의 많은 프로그램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렘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진짜 ‘전자시인’은 바르샤바의 코페르니쿠스 과학원에서 볼 수 있는데, 이 곳에는 또한 렘과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나오는 장면을 연기하는 많은 로봇들도 전시되어 있다 (로봇 극장 Teatr Robotyczny)
만약 여러분이 스스로의 로봇 시인을 만들고 싶다면, 렘이 직접 쓴 종이에서 나온 방법이 있다. 일단 ‘논리 회로를 약하게 하고 감정을 증폭시킨다’, 그 다음으로는 의미론을 강화하고 의지력 기기를 덧붙인다.’ 여기에 ‘철학적 초크코일을 끼우고’, ‘기계를 의미론적으로 흔든 후 운율 발전기에 연결시킨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는 ‘모든 논리 회로를 버리고 그 장소에 자아도취 연장선과 함께 자기중심기를 넣는다.’ 간단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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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쿨루스 리프트 VR 기기 / 사진: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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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기술의 발달과 골목마다, 그리고 광고에서마다 우리를 전자 눈으로 응시하는 점점 더 많아지는 기기들. VR, 가상현실은 현대 시대의 최대 히트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렘은 이미 이에 대해 (이름은 판토마티카라고 붙였다) 1964년, 그러니 가상현실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으로 여겨지는 서방의 미래학자들이 새로운 현실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기 한참 전에 이미 매우 설득력있게 기술한 바 있다.
<기술 백과 Summa Technologiae>에서 렘은 판토마톤이라는 기계에 대해 설명하는데, 이 기계는 ‘진짜’ 현실과 거의 구별이 불가능한 대체의 현실을 만들어낼 있다. 거기에 더해 렘은 이 기술이 여러 층위에서 작용하는 것으로 기술한다. 그 말은, 한 개의 가상현실을 벗어난 사람이 꼭 ‘진짜’현실로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의 대체적인 시뮬레이션을 고를 수도 있으며, 그렇게 고른 현실이 바로 그 원래의 것인지, 그러니까 실제의 세상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실제와 가상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렘은 이를 위협적이라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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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 스틸컷 / 1999 / 감독: 릴리 바호프스키 & 라나 바호프스키 / 사진: 워너 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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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토마티카 현상에 대한 렘의 분석은 영화 <매트릭스>나 최근의 드라마 <웨스트 월드>에서 우리에게 알려진 이상적인 시뮬레이션의 컨셉과 무서울 정도로 닮아있다. 흥미로운 것은 렘이 예로 든 이야기 중 하나가 록키 산맥으로의 가상 여행인데, 사용자가 전선 끝을 잘못 뽑는 사소한 실수로 인해 지진과 집들이 무너지는 결과를 나은 것이다.
거대 시뮬레이션의 이러한 디스토피아적 비전은 1971년 렘이 쓴 소설인 <미래학 학회 Kongres futurologiczny>에서 나온다. 이 소설은 렘의 뇌조종학, 그러니까 화학적 물질을 통해 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컨셉과 맞닿아 있다. <미래학 학회>는 2013년 영화감독인 아리 폴만 Ari Folman이 영화로 만들었다.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대한 철학적 측면에 대한 렘의 관심은 현대의 정보 순환의 속성에 대한 흥미로운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렘의 어떤 생각들은 많은 현대의 미디어 현상, 사실보다는 감정에 더 많이 호소하는 탈진실이나 포스트팩트 현상을 예측하고 있다. 1968년 소설인 <주인님의 목소리 Głos Pana>에서 렘은 이렇게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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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자유는 생각에 살인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금지된 생각은 몰래 돌아다닐 수 있겠지만, 중요한 사실이 거짓의 홍수 속에 사라지고 진실의 목소리가 혼돈의 소음 속에서 묻히게 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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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과 우리를 거짓뉴스로 휩싸는 포털사이트들은, 렘이 이 문장을 쓸 때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렘은 이런 현상들에 대해 전혀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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Кадр из фильма «Слоеный пирог», реж. Анджей Вайда, 1968 год. На фото: Рышард Филипский и Богумил Кобеля, фото: Национальная фильмотека / www.fototeka.fn.org.pl
렘이 탈진실의 세상을 예상한 것처럼, 또한 트랜스휴머니즘 역시 예상했을까? 렘이 이런 현상을 이런 이름으로 부른 것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컨셉은 1955년에 발표한 이야기인 <당신은 존재합니까, 존스씨? Czy Pan Istnieje, Mr. Jones?>에 등장한다. 이 이야기는 라디오 극으로 만들어졌다가 후에 안제이 바이다가 영화 <겹겹의 인간 Przekładaniec>으로 만들었다. 이 책은 완전한 가상의 문제로, 몸에 컴퓨터의 각종 부품을 이식하는 여러 번의 수술을 거쳐, 결국은 자기 자신의 신체가 전혀 남아있지 않은 인간의 법적 지위에 대한 렘의 생각을 담고 있다. 두뇌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신체 기관이 인공 기술로 대체된 것이다. 이 남자는 그 후 수술비를 댔던 회사로부터 소송에 걸리게 되는데, 회사는 남자가 자신의 소유물이라 주장한다. 이 소설은 로봇 기술이 발달하게 된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그 의미를 인식하게 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렘이 이 소설을 썼을 때에 이 이야기는, 지금에야 그 이름이 붙여지게 된 분야의, 먼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문제의 전위적인 해석의 시도였다. 오늘날 이러한 문제는 우리에게 닥쳐오고 있으며, 트랜스휴머니즘과 같은 분야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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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이 직접 그린 그림들은 미래학적인 상상을 섬뜩함과 결합하고 있다. / 렘이 그린 <우주 여행일지> 일러스트레이션 / 사진: 보이치에흐 올샨카 / East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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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은 언제나 과학 기술의 어둡고 위협적인 성격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미 1960년대에 렘은 과학기술의 인체에의 침입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우주 여행일지>의 ‘스물 한 번째 여행’ 에서 렘은 주인공 이욘 티히가 디흐토니아 Dychtonia라는 행성에 착륙하는데, 이 행성에 살고 있는 이들은 발달한 과학 기술로 자신의 몸을 자기 맘대로 바꾼다. 에즈라 글린터의 설명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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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기술은 예상 가능한 목적, 그러니까 ‘건강, 존엄성, 영혼, 아름다움’ 등을 이루기 위해 이용되었지만, 곧 여성들을 위한 ‘피부 보석’을 만들거나, 남성들을 위해 ‘양 옆과 뒤쪽의 턱수염, 수탉과 같은 볏, 두 겹의 이빨’ 등을 만들어내는데 쓰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디흐토니아 행성의 거주민들은 인간형을 버렸고, 이는 개혁과 표준화의 시도를 불러일으켰으며, 그러한 시도들은 결국 억압과 반항, 사회적 타락으로 이어졌다. 끝이 없는 선택의 자유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교훈인 것 같다.”
상당한 시간이 지난 20세기 말이 되어서야 렘은 인간의 장기를 복제하는 기술 (렘은 이를 새로운 노예제의 시작이라 보았다) 이 가진 가능성과 위험성에 대해 언급하며 이렇게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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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에 농담처럼 썼던(지금은 이미 60년 전이 되었다. – Culture.pl), 벽지에 장식품으로 쓰이는 머릿 가죽 이야기가 이제 무서운 지금의 현실에서 실체가 되어가고 있다.”
무서울지도,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미래는 우리를 언제나 놀라게 한다. 그러나 더욱더 놀라운 것은 미래를 내다보았던 렘의 천재적인 능력이다.
저자: 미코와이 글린스키 Mikołaj Gliński (2017) / 번역: 이지원 (2020)